이준 인터뷰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연기돌’로 활약하기 전, 이준 앞엔 여러 수식어가 있었다. 2009년 보이그룹 ‘엠블랙’으로 데뷔한 이준은 같은 해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10대 라이조 역을 맡아 ‘리틀 비’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활동 초반에는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 덕에 예능계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백치돌’, ‘바보돌’, ‘짠돌이’ 등 친근한 애칭으로 불렸다. 그런 그가 배우로 주목받은 건 2013년 개봉한 영화 ‘배우는 배우다’가 공개된 이후였다.

이준은 ‘배우는 배우다’로 연기돌 선입견을 단번에 뒤집었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아이돌의 정사신은 관객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과감한 도전과 함께 안정된 연기력 또한 뒷받침되면서 이준은 ‘충무로 블루칩’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후 이준은 드라마 ‘갑동이’(2014)로 섬뜩한 사이코패스 역을, ‘미스터 백’(2014)으로 자신만의 악동 재벌 2세 캐릭터를 완성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최근작인 ‘풍문으로 들었소’(2015)에서는 부모 말이 곧 법인 상류층 자제에서 여자친구 서봄을 만나 변화하는 ‘한인상’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비중과 배역을 떠나 이준은 자신에게 맞춤형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스타성과 연기력을 모두 입증했다. 이는 “가수라고 해서 연기를 하는 데 부담이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중요한 건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은 진심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게는 수식어보다 그런 자세가 더 중요해요”라는 이준의 연기관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준의 연기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호(好)에 가깝다. “칭찬 댓글을 오래 보는 편이긴 하다”면서도 이준은 “안판석 감독님께서 ‘칭찬 댓글에 뿌듯해 하지 말고 중심을 지키라’고 말씀하셨어요. 배부르면 망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의 칭찬에 감사하지만 순간 보고 지워요. 만족감을 느끼면 나태해질 것 같거든요”라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 모양새였다.

그가 이렇게 겸손한 자세를 취하게 된 데는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를 연출한 안판석 감독의 조언도 컸다. 이준은 “안판석 감독님께서 배우는 한 작품을 찍을 때 달인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경찰 역을 맡으면 진짜 경찰만큼 알아야 한다고요. 더불어 이 작품은 네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스태프들은 쉬더라도 멈추면 안 된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많이 반성했죠”라며 잠시 웃음기를 지웠다.


‘연기돌’ 전성시대를 맞은 요즘, 이준처럼 ‘연기돌’이 연기 호평을 얻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신 스틸러’과이거나, 작품 및 주변 인물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경우인데 이준은 전자에 더 가깝다. 그래서 이준하면 ‘찌질이’, ‘사이코패스’와 같은 캐릭터들이 강력하게 떠오른다.

이준은 “’갑동이’할 때 일부에선 ‘이준은 저거밖에 못한다’는 얘기가 있어서 이번에 더 열심히 준비했어요. 여러 가지 캐릭터를 잘할 수 있다는 것부터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라며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되려 ‘꺼낼 카드가 많으니 기다려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칭찬에 우쭐하지 않고 더욱 연기에 정진해야 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준은 완벽하진 않더라도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이는 게 최종 목표다. 이준은 “다양한 시각으로 보고 대중이 예상하지 못하는 연기를 앞으로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번엔 사람 냄새가 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거짓말처럼 느껴지실 수 있겠지만 저는 인터뷰하는 시간의 기분에 따라 다른 대답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풍문’ 속 장현선 선배처럼 사람 냄새 나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로코를 한다고 설렐 얼굴도 아니잖아요. 설레게 하는 것도 제 능력이겠지만. ‘갑동이’때는 더 미친놈을 연기해보고 싶었던 기억이 나요. 외국배우 히스 레저가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 연기를 28살 때 했대요. 제가 지금 28살이거든요. 저는 밥만 먹고 연기해도 그만큼 못하는 데 정말 존경스럽죠.”

연기하는 이준을 보기 전에는 몰랐다. 그가 이토록 캐릭터에 최적화된 배우란 것을. 작품 속 캐릭터로 보이는 이준을 보며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 끝에 이 자리에 올라온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어떻게 연기 준비를 해왔는지에 대해 그는 “항상 연기 공책을 가지고 다녀요. 제3자 입장에서 연기해본 다음에 어떤 점이 좋은지, 나쁜지를 써요. 그 느낌대로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캐릭터가 됐다고 생각하고 서두 없이 글이나 낙서를 쓰기도 하고 캐릭터다운 대사를 찾아서 나열하기도 하고요. 감독님 명언도 쓰고요”라고 무던하게 말했다.

익숙해 질 때쯤 지우고, 다시 새로운 모습을 채워 넣는 모습으로 이준은 사진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적 가치를 확인시켰다. 꿈을 꾸고 노력할 때 행복함을 느끼고, 진짜 성공은 행복이라 말하는 이준은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판타지 공포 영화 ‘손님’(감독 김광태)의 마을 촌장(이성민 분)의 아들 남수 역에 관객들을 빠져들게 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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