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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간신' 주지훈 "연기의 쓴 맛 알았다"
영화 <간신>은 연산군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살을 조금 더 붙이면 역사 속 기록된 연산군의 이야기를 '간신' 임숭재(주지훈)의 눈으로 담아낸 영화다. 주지훈은 <간신> 총 촬영 일정이 65일이라면 62일을 촬영에 임했다. 그는 촬영의 약 95%를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런 경우에는 리스크가 커요. 많이 나올수록 실수할 확률이 올라가니까."
<내 아내의 모든 것>, <키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간신>의 메가폰을 잡았다. 주지훈과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이에 민규동 감독은 "(주)지훈이랑 얘기를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주)지훈이가 '연기의 맛'을 느낀 것 같다"라고 <간신> 작업을 회상했다.
주지훈은 훈훈함만 언급한 민규동 감독의 회상과 좀 달랐다. 그는 <간신>의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민규동 감독의 함께하자는 말에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촬영 전 민규동 감독은 주지훈에게 만화로 구성된 조선왕조실록과 참고했으면 하는 작품 목록을 말했다. 그 작품들에 주지훈은 약간의 괴리감을 느꼈다.
"감독님의 말씀은 무슨 말인지 알아요. 제가 가진 것 이상의 모습을 원하시는 거예요. '커피인데 오렌지 주스 맛이 나게 해줘'라는 말씀인데, 감독님 성향이 '가능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줘'예요. 제가 <간신>을 분석할 때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건, 숭재의 캐릭터에 변사가 따라붙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감독님께서 주신 참고작들은 굉장히 진중하고 깊이 있게 바라보는 캐릭터거든요. 그런데 <간신>에서는 변사 역할까지 숭재가 해 줘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싶더라고요."
주지훈의 의문은 <간신>을 보면서 풀렸다. 전체적으로 빠르고 긴장감 있게 흘러가는 전개에 "저뿐만 아니라 생각해보니 연산군은 말할 것도 없고, 사홍(천호진)도 그렇고, 대부분 인물이 권력자더라고요. 모두가 권력을 겉으로 드러내기 위해 속도감을 늦추면 영화가 느슨해지니까요"라고 말한다.
현장에서의 호흡도 달랐다. 영화 <간신>에는 카메라를 직접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핸드헬드 장면이 없다. 모든 장면이 고정되어있다. 카메라가 이동하더라도 계산된 거리를 이동차를 이용해 움직였다. 사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상 구성된 배경만이 화면에 담겨야 했기 때문도 있었다. 그리고 원래 핸드헬드 장면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 아닌 민규동 감독의 면도 있었다.
"앵글이 명확하게 정해져있으니 배우가 카메라에 맞춰야하잖아요. 그러다보니 제 감정이 생각한 지점까지 안됐을 때 촬영된 장면도 있었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전신이 담기는 장면이나, 얼굴만 보이는 클로즈업 장면이나 올마스터(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하는 방식)으로 찍는 스타일이세요. 그래서 제가 생각지 못한 장면이 최종본에 담기기도 하고, 담겼으면 하는 장면이 빠진 곳도 있더라고요. 보는데 좀 힘들었어요."
힘든 작업이었다. 감정을 한 번 잡기도 어려운 장면들이 많은 <간신>에서 같은 장면을 전신으로, 어깨까지, 얼굴만 이런 식으로 여러 번 보여줘야 하는데 주지훈 역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간신>을 마친 주지훈의 생각은 이렇다.
"제가 배우를 계속 해나갈 건데 분명히 나아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육체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그런 부분이 많았어요. '이건 될 수가 없어'라고 생각하는데 계속하니까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되기까지 되게 힘들었지만, 또 재밌었어요."
그리고 민규동 감독이 언급한 '연기의 맛'에 대해서도 주지훈은 센스있는 덧붙임을 추가한다.
"연기의 맛을 봤죠, 쓴맛을. 감독님 진짜 어려워요. 그런데 그게 있어요, 감독님을 보고 있으면 정말 '저 사람은 치열하다'라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배우로서 따라가는 거죠. 어떤 부분을 얘기해도 다 알고 있으니까. 저 스스로도 분명히 성장한 게 느껴져요. 아주 조금, 한 발짝, 아니 반 발짝 나아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