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화 '반도','모가디슈','킹덤:아신전','D.P.' 스틸컷

영화 '반도'에서, 아니 '모가디슈'에서, 아니 '킹덤: 아신전'에서 구교환을 처음 마주했다면 왠지 '악역'의 강렬함이 익숙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구교환이 보여주는 '악역'의 강렬함은 힘보다 '헐렁함'에서 오는 듯하다. 비틀어져있는 그것이 더욱 악하게 했고, 두렵게 했다.


조금 더 쉽게 구교환을 만날 수 있는 사심을 담은 작품을 추천하고자 한다.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이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2X9HD]에 공개돼 기사에도 연동할 수 있는 단편영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다. 이는 2015년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약 15분 정도의 단편 영화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성환(조성환)은 가죽공예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부를 마친 것이 아니라, 포기하고 돌아왔다. 교환(구교환)은 영화 현장을 업으로 삼았지만, 꾸준한 수익이 있는 굴삭기 면허증을 땄다. 수익이 나는 것을 "메인에 두고 사이드로 치는" 작전이다. 과연 두 사람은 어떤 엔딩을 맞을까.

사진 : '플라이 투 더 스카이' 화면 캡처


사실 영화가 끝이 나는 거지, 두 사람의 엔딩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영화 속 대사를 통해 현실, 꿈, 돈을 벌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 등 청춘이 가지고 있는 키워드들이 등장한다. 서울 노량진에서 이제는 볼 수 없는 육교의 자리를 보며 "근데 원래 육교는 흔들려야 해. 안 그러면 부러져"라는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청춘이라면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구교환은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꿈'에 대해 말했다. 배우로서 활동하는 것도, 감독으로서 활동하는 것도 모두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

"항상 행복할 수는 없죠. 모든 순간이 다 좋을 수도 없고요. 제가 이옥섭 감독과 함께 연출한 '플라이 투 더 스카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거기서도 꿈을 이야기해요. 제가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저는 거기에서도 영화를 이야기하고요. 말하다보니, 저와 '뉴월드'를 지향하는 제인과 맞닿은 지점이 있네요. '뉴월드'가 펼쳐지지 않더라도,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나요?"

사진 : '플라이 투 더 스카이' 화면 캡처


구교환은 1982년 생으로, 2008년 영화 '아이들'에 진욱 역을 맡으며 데뷔했다. 이후 2011년 단편영화 '거북이들'을 연출하며 감독으로서도 가능성을 알렸다. 특히, 2014년 작품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는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조성희 감독('늑대소년'), 장재현 감독('검은 사제들') 등을 배출한 만큼 감독으로서 구교환의 역량도 입증됐다.

이후 구교환은 2016년 영화 '꿈의 제인'에서 트랜스젠더 바 '뉴월드'의 제인 역을 맡아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김의성은 "이 배우의 연기가 저의 마음을 가장 강하게 움직였다"고 했다. 그리고 '반도'에서 함께한 연상호 감독은 "호아킨 피닉스인 줄 알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킹덤' 시리즈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는 "눈빛만으로도 서늘함을 표현해 준 고마운 배우"라고 말했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이어질까. 오는 8월 2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서 정해인과 함께 군무이탈체포조로 활약하는 구교환의 모습을 일단 지켜보기로 하자.

'D.P.' 캐릭터 포스터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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