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tvN '응답하라 1997'

◆ "어우, 그땐 정말 두근두근했어요"
'응답하라 1997'이 전개되며 시원과 윤제의 러브라인에 시청자들은 '혹시..?'라는 의구심을 숨길 수 없었다. 성인으로 자란 윤제와 시원이 '하나, 둘'을 세며 키스 장면을 소화할 때 안방극장의 베개들은 모진 시간을 겪어야 했다. 성시원으로 사는 정은지가 윤제의 매력을 모를 리 없었다. 키스씬 후에 서인국과 어색하지 않았냐는 말에 "앵글에선 시원이랑 윤제고 나오면 서인국이랑 정은지니까, 그 경계가 뚜렷했다"라며 의구심을 일축했다. 그래도 윤제가 맨발로 뛰어나와 집에 바래다주는데 시원의 감정이 남아있진 않았냐고 재차 묻자 "그 장면에선 진짜 두근두근했다. 모니터에 비치는 윤제를 보는데 '와 이런 남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 "'엄마 저 사람들은 어째 저래 우나?' 했었는데…"
가장 힘들었던 연기를 묻자 은지는 "눈물 연기요"라고 답했다. "평소에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다"며 "전날 연습실에서 혼자 거울을 보며 연습을 했다. 혼자 온갖 슬픈 생각을 다 하고 눈물이 살짝 고였다. '좋아, 이제 터지면 돼'라고 생각하는 동안 웃음이 터졌다"며 눈물연기에 앞서 부담감을 보였다. 하지만 다음날 촬영에 들어갔을 때 딸 바보 아버지, 성동일이 수술복을 입고 나오는 걸 보자 상황이 바뀌었다. "성동일 선배님이 수술복을 입고 나오시는 걸 보자마자 심장이 벌렁거리고 이일화 선배님이 울고 계신 게 진짜 저희 엄마가 울고 계신 것 같고 진짜 친아빠가 수술받기 직전인 것 같았다"라며 "정말 너무 신기했던 게 제가 시원이가 된 게 느껴졌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로 인터뷰 내내 은지는 자신의 가족을 떠올렸다. 집 전화도 있는데 엄마의 PCS를 쓰다가 파리채로 맞은 이야기, 건축업에 종사하시는 아버지가 출장이 잦으신 탓에 12살 난 남동생에게 아빠 몫까지 자신이 엄하게 혼낸다는 이야기, 서울에 있어서 가족들을 더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 까지. 가수, 배우이기보다 한 집의 딸, 누나로서의 정은지가 성시원과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 "그래서 제가 앵글 안에서 더 자유롭게 놀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응답하라 1997'은 정은지의 첫 연기도전이다. 보컬을 꿈꾸던 여학생, 정은지는 연기 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 정은지는 현장을 회상하며 "눈물씬에서 감정이 흐트러져 있을 때, 모든 스태프들이 발소리도 안 나게 다니셨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감독님이 OK를 하셔도 저 스스로 마음에 안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그 표정을 카메라 감독님이 보시고 '왜 그래 은지야, 한 번 더 하고 싶어?'라고 먼저 물어봐 주시고 제 얘기 없이 다른 이유를 대시면서 한 번 더 가자고 말씀해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인터뷰 내내 현장에서의 에피소드와 고마움은 이어졌다. 눈물연기를 할 때 처음으로 받았다는 성동일의 칭찬은 마치 세상을 다 얻었다는 표정으로 자랑스러워 했고, 본인이 분위기 메이커 아니였냐는 질문에 '응답하라 1997' 모든 식구가 분위기 메이커였다라며 한 명, 한 명의 흉내를 내며 즐거워했다. '응답하라 1997'이 잘 될수밖에 없었던 이유, 전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낸 그들만의 아우라 때문은 아니었을까.

◆ "마지막 컷에 제가 졸았거든요"
정은지에게 딱 맞는 성시원을 떠나보내기가 쉽지 않겠다 물었다. 이에 정은지는 "끝난다면서도 끝난다는 생각이 안들었다"라며 마지막 컷을 준비하는 동안 감독님이 자신이 졸고 있는 모습을 찍어 놀림을 받았다고 말했다. "생각을 해보면 저는 이게 마냥 헤어지는 거라는 생각도, 마지막 촬영이라는 생각도 안 들었다"라며 "그런데 감독님이 촬영을 마치고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고, 내가 생각해준 대로 너무 따라와 줘서 고마워'라고 안아주시는데 눈물이 막 고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근데 못 울겠더라, 내가 울면 진짜 마지막인 분위기가 만들어 질 것 같아서 눈물을 꾹 참았다"라며 "마지막까지 '또 만나자, 파이팅!'이런 분위기로 끝나서 너무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응답하라 1997'은 케이블 드라마로는 유례없이 시청률 6.2%(TNmS, 케이블 가입 가구 기준)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그리고 정은지도 성시원식 혹은 정은지식으로 이별을 고했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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