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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박열→아이캔스피크→사냥의시간→도굴' 이제훈의 선택
배우 이제훈은 독립영화 '파수꾼'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후, 꾸준히 작품을 선택하고, 꾸준히 대중과 작품을 통해 만났다. 이제훈을 성장하게 만든 것은 그 부분이었다. 작품을 선택하면서 다음 작품에도 자연스레 그 영향이 이어진다. 영화 '박열'부터 이어진 선택의 흐름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 이제훈이 영화 '도굴'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도굴'은 제목처럼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오락영화다. 이제훈은 천재 도굴꾼 강동구 역을 맡았다. 구석에 몰려도 쫄기보다는 입을 놀리는 인물이다. 능글능글하게 타고 넘어가는 강동구는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을 만나 지령을 받고, 존스박사(조우진)와 삽다리(임원희) 등과 함께 실행에 나선다.
Q.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의 인물이다. 강동구 역을 맡아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뭔가.
"예전에는 시나리오만 보면서 단순히 내가 해야하는 연기 캐릭터를 '잘 해내야지'라는 고민과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현장을 대하는 시각이 좀 좁았던 것 같고요. 그런데 강동구 역을 하면서 연기를 잘하는 건 당연한거고 배우들과 호흡 뿐만아니라 스태프를 대하는 태도면에서 저도 더 적극적이어진 것 같아요. 현장에는 업앤 다운이 있거든요. 늘어질 때도 있고 지쳐서 분위기가 다운될 때도 있고요. 그 때 제가 오히려 독려하고 박수치면서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모습으로 변모해가고 있더라고요. 특히 이번 캐릭터가 활발하고 능청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쉴새없이 떠드는 인물들이다보니 이번에 특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촬영 현장 뿐만 아니라 이후 홍보하는 과정에서도 특히 이번에 더 많이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 같아요."
Q. 유독 '도굴'의 강동구에게 배우 이제훈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연기를 하는 것에서 개인적으로 즐긴 것 같아요. 혼자 낄낄대고 강동구의 영향을 받아서 오히려 이제훈의 모습들이 변화가 생긴? 연기를 하는 것도 예전에는 주어진 대사, 행동 안에서 저를 딱 세팅되어서 프레임 안에서 하는걸 선호하고, 그런걸 맞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 프레임에 갇혀서 연기를 한다기보다, 주어진 대사가 다 끝나고, 주어진 대사 중에도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주어진 대사를 했을 때 '다했으니까 컷해야하지 않나?'라고 의식하게 됐는데, 이 작품 하면서 감독님께서 컷하는 소리를 의식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안에서 강동구처럼 매력에 푹 빠져서 있었어요. 저를 오랫동안 봐온 친구들이 초등학교때 중학교때 모습 보는것 같다고 했어요."
Q. 성격 뿐만이 아니라 겉모습도 달라졌다. 이제훈의 수염도, 이제훈이 상반신 노출을 하고 그룹 시크릿의 곡 '별빛달빛'을 부를 줄도 상상도 못했다.
"도굴꾼 설정에서 지저분하고 머리도 안 감고, 의상도 거칠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제가 사극에서 수염을 붙인 적은 있었지만, 현대극에서 수염을 붙이기가 어색하더라고요. 수염이 멋있게나지도 않고요. 그런데 분장 실장님께서 제안을 해주시고 용기를 주셨어요. 수염도 기르고 태닝도 하자고요. '괜찮을까?'에 대한 걱정과 의문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보여드리니 제 새로운 모습도 발견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 영향으로 인해서 다음 작품에서도 수염을 기르고 나와요. '도굴'에서 수염을 기르지 않았다면, 다음 작품에서도 그러지 못했을 거예요."
Q. 30대의 이제훈씨가, 40대의 조우진씨와 50대의 임원희씨와 콤비가 됐다. 다양한 연령 속에서 막내로서 배운 점이나 느낀 점이 있을까.
"신기한게 그 나이차이를 여태까지 만나면서 느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제가 임원희 형 나이대 분들에게 '형'이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선배님 아니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요. 임원희형이 그만큼 후배를 대하는 태도나 여러 면에서 열려있어요. 그래서 작업하는데 정말 편했던 것 같아요. 조우진 형도 그렇고요. 나이에 대한 경계가 아닌, 영화를 같이 찍는 동료이자 친구로서 대하는 부분이 크셔서, 강동구라는 캐릭터도 재미나게 표현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어떤 인생을 살지 모르겠지만요. 조우진형처럼 예쁜 딸 낳고, 형수님과 알콩달콩 살 수도 있고, 임원희형 처럼 미운 우리 새끼에 나올 수도 있고요. 그건 속단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두 분 모두 정말 좋아요."
Q. 앞서 언론시사회 때 "제 작품을 돌아볼 때, 영화적인 접근에 있어서 장르적인 쾌감이나 작품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작업을 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극장에서 아무 생각없이 보고 나와서 행복한 영화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렇게 생각이 변화하게된 지점이 있었나.
"항상 저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제가하는 작품에 '이제훈'이라는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거 같아요. 이준익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었고, 제안 주셔서 기뻤던 작품이 영화 '박열'이었어요. 사실 박열이라는 인물을 몰랐거든요. 그 분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감사할 수 있던 계기가 됐어요.
그래서 그 다음 작품으로 '아이캔스피크'를 할 수 있었어요. 역사를 바라보는 태도적인 측면에서 깊어지고 심화된 측면에서 너무 훌륭한 이야기고,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영화 '사냥의 시간'이라는 작품은 영화 '파수꾼'을 함께했던, 저에게는 영화적 동지이자 많은 영향을 미친 윤성현 감독님의 작품이에요. 함께 영화를 할 수 있어 좋았고, 영화적인 쾌감을 주는 장르적인 부분이 강한 영화였어요. 그런데 그 속에서 배우는 정말 도망가고 싶었거든요. 현장에서 나는 또 얼마나 바닥으로 내던져질까.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되게 강했어요. 그러다보니 그 다음 작품에서는 밝고 유쾌한 것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때 '도굴'이 다가왔어요. 그런 마음가짐과 함께 영화적인 방향성과 즐길 거리를 확장해준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아요. '도굴'을 선택함으로 인해서 더 많은 장르를 다양하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데뷔하고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속에서 배우 이제훈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
"저는 어릴 때부터 영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그 속 인물들과도 친숙해지고, '이 안에 들어가서 연기해도 좋을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역시나 저에게 가장 큰 원동력은 '영화를 보는 순간 ' 같아요. 끊임없이 극장에 가고, 극장에서 어두운 공간 안에서 큰 스크린과 사운드로 영화를 봤을 때 두근 거리는 것 같아요. 흥분도 되고, 영화를 볼 때 귀가 빨개질 정도로 상기가 되는 거죠. 특히 좋은 영화를 봤을 때 참을 수 없어요. '이런 영화 보고싶다, 연기 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처음에 영화를 접했을 때, 지금 순간에도 거의 달라진게 없어요. 그게 제가 연기를 할 수있는 원동력이지 않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