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유일무이한 액션 여배우, 천만배우, 흥행보증수표, 배우 하지원에겐 특별함이 느껴진다. 몇 안 되는 스타성과 연기력을 갖춘 30대 여배우,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경력이 말해주는 신뢰감. 그래서일까. 하지원은 책임감 있고 강인한 배우인 줄로만 기억했다. 작품 속 이미지가 강한 하지원을 만났다.

하지원의 필모는 강한 역할로 채워져 있다. 카리스마 여전사, 천하를 뒤흔든 황후, 대범하고 총명한 기생까지 남배우 못지 않은 체력과 강렬함을 요하는 캐릭터들을 그는 연기해왔다. 그런 그가 ‘너를 사랑한 시간’을 만나며 달라졌다.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이하 너사시)에서 하지원은 연애는 허당, 직장에선 완벽한 커리어우먼인 오하나 역을 맡아 30대 직장 여성의 일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했다. 완벽 그 자체일 것 같은 오하나도 가까이서 보면 부당한 일을 당하고, 연애도 제 맘처럼 안 되는 평범한 30대 직장 여성이었다.

“하나가 파혼한 남자친구와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그의 결혼식장도 가잖아요.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는데 자존심은 버리고 본인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해내는 게 좀 안쓰러웠어요. 내가 지내야 할 직장이기 때문에 참고 견디는 모습에서 직장인의 애환을 느꼈죠.”


이미지를 살짝 바꾼 탓인지 하지원은 난데없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항상 길라임처럼 굵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캐릭터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아요. 강학 역할, 보이시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시청자분들께서 낯설어 하셨던 것도 사실이고요. ‘너사시’에선 연기 안 한 부분이 더 많아요. 말투도 실제 제 말투고요. 계속 도전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죠?”라며 미소 지었다.

시청률보다 하지원이 느낀 체감 인기는 높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지부진한 로맨스 전개 때문에 “암 걸릴 것 같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너사시’는 초기 단계부터 작가 교체 등 내홍을 겪었다. 하지원이 ‘너사시’를 놓지 않고 기다렸다는 게 의문이었을 정도였다. 그는 “대만 원작 속 삶에 대한 대사들이 좋아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힘든 스토리를 안고 연기를 할 때면 마음이 힘들었다던 하지원은 평범한 현대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즐거움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연하남에게 흔들리는 순간이나 전 남친과의 파혼 등은 제가 겪어본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주위 친구들이나 언니들의 얘기를 많이 물어봤어요. 내 얘기 같은 소통을 하고 싶었거든요”라며 지금 우리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너사시’가 주목받았던 건 역시나 로코퀸, 로코킹인 하지원과 이진욱의 만남이었다. 두 사람의 달콤한 로맨스는 한여름 밤 여성 시청자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들었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던 하지원조차 “원이 같은 사람이 있으면 당장 사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이진욱이 연기한 캐릭터 원은 찰나의 순간 매력을 흘렸다.

“이진욱 씨와는 호흡이 매우 잘 맞아서 깜짝 놀랐어요. 눈만 봐도 알 것 같았거든요. 마치 이렇게 하기로 약속한 것처럼 주고받는 호흡이 잘 맞아서 연기하기에 편했어요. 이진욱 씨가 매너도 있고 의외로 유머러스하고 착하셔서 덕분에 재미있게 찍었어요.”

언젠가부터 하지원에게는 “하지원이니까”라는 책임감이 주어졌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니까, 16년차 배우니까, 30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니까.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라는 위치에 올라서며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그는 “저는 그냥 똑같아요. 이 세상, 이 시간을 여행 다니는 것 같아요”라며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제 바람은 지금 이 나이에 맞는 성숙한 연기를 하는 거예요. 시청자분들께 성숙해진 모습,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철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발전하고 싶고 더 도전하고 싶고 배우고 싶어요. 무서워하지 말고.”

[인터뷰②] 하지원 “연애가 맘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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