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김민하 화상 인터뷰 / 사진: 애플tv+ 제공, '파친코' 예고 영상 캡처

국내 시청자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얼굴. 이름도 생소한 배우. 그렇기에 김민하의 '파친코' 캐스팅 소식이 더 놀라웠다. 애플 오리지널 '파친코' 중심인물 '선자'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그는 신예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능숙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수개월에 걸친 오디션 과정에서 '파친코' 제작진을 매료한 김민하다. 처음 겪는 글로벌 행사에 미디어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 했지만, 그럼에도 김민하는 차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극 중 '선자'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김민하와 작품 공개 전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파친코'에 대한 해외 반응이 폭발적이다. 단박에 글로벌 스타가 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아침에 눈을 떴는데 많은 좋은 반응들이 나오는 걸 보고 너무 깜짝 올랐어요. 너무 좋기도 했죠. 안심하기도 했고요.

Q. 선자는 탄생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태어날 수 없을 줄 알았던 아이가 태어나고, 또 버텨낸다. 그런 선자의 감정에 어떻게 다가갔나.

우선 선자의 상황에 들어가려고 노력했어요. 어려웠던 부분은 제가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는데, 엄마가 되고 출산을 하는 부분이었죠. 제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표현해 내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젊은 선자가 일제강점기를 사는 인물이기 때문에 제 할머니에게 많이 여쭙고 배웠어요. 할머니가 귀찮아하실 만큼 많이 물어본 것 같아요. 그때 어떤 생각을 하셨고 어떤 걸 느끼셨는지 그런 감성을 많이 담아보려고 노력했어요.

Q. 글로벌 대작에 오디션을 통해 합류하게 됐다. 오디션 기간만 3~4개월에 달했다고 했는데, 과정이 어땠나.

개월 수로 하면 4개월 정도 오디션을 봤어요. 길다면 긴 시간인데 체감상 짧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정신없이 후루룩 지나간 것 같아요. 오디션에서 연기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여태껏 접하지 못한 방식의 오디션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내가 이런 경험을 하네' 싶을 정도였어요.

사실 오디션을 위해 따로 노력했던 건 없고, 매일 했던 건 명상이었어요. 매일 아침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마음을 비우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했죠.(웃음) 아이러니하지만 영혼을 갈아 넣었어도 욕심은 버리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뭘 더 하려고 하는 걸 없애고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드리려는 마인드 셋을 했어요.

Q. 줄곧 부산 사투리를 써야 했다. 방언 연기는 처음인듯한데, 배우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사투리가 정말 힘들었어요. 저는 서울에서 자라왔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막연하게 듣던 사투리 정도만 아는데, 디테일하게 연기하려니까 고민이 많았죠. 사투리 선생님이 계셔서 코칭을 받았고, 또 친구나 지인들 중에서도 부산, 심지어 영도에 살던 분이 계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Q. 작품에서 두 남자와 로맨스가 있다. 이민호(한수 역)와는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사랑을, 노상현(이삭 역)과는 조금은 더 성숙한 사랑이기도 한데, 두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정말 대화를 많이 나눴고, 제가 자존감이 약간 떨어질 때 자신감도 불어넣어주셔서 정말 편했어요. 한수와의 사랑 이야기는 아주 강렬해요. 선자에겐 살면서 처음 일어난 일이었고, 와일드하고 본능적이고 영원한 사랑이죠. 반면 이삭과의 사랑은 생존하는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생각했어요. 연기하는 부분에서도 많이 달랐지만, 두 배우와 공통적으로 대화를 많이 나눴다는 건 같아요. 두 분 다 재미있고, 사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현장에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Q. 선자가 일본으로 넘어간 후 피보다 진한 가족이 생긴다. 노년까지 함께 하는 형님 '경희'인데, 경희 역의 정은채 배우와의 현장도 어땠는지 궁금하다.

정말 신기했던 게, 은채 배우님이 스케줄상 일주일 동안 촬영을 하고 가셨어야 했어요. 그 일주일이 너무 긴 세월을 같이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서로 세트장 밖에서도 의지를 많이 하게 됐어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처럼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기로 호흡할 수 있었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편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파친코'가 또다시 K콘텐츠의 저력을 확인시키고 있다. 그 작품의 중심에 있는 배우로서 소감이 어떤가. 부담감이 있을 것도 같다.

'파친코'가 나오는 게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서라기보다는 작품이 가진 알맹이가 너무 아름답고 무게감 있고,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면 좋겠어요.

부담감을 가장 크게 느꼈을 때는 촬영 초반 때였던 것 같아요. 갑자기 밀려오는 불안감에 '어 나 그 정도로 잘 하지 않았는데, 실망시켜드리면 어떡하지'하는 막연한 시기, 흔들리는 시기가 있었어요. 계속 거기에 빠져들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려고 노력했고,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사실 지금은 큰 부담감이 있는 상태는 아니에요.

Q. 김민하 배우에게 '파친코'는 어떤 의미일까.

'파친코'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소심하기도 하고 혼잣말도 많이 하고, 목소리도 작은데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었어요. 아직 더 크게 내야 하지만(웃음), 스스로 저를 대변할 수 있게 된 점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정말 하루하루 촬영을 하면서 뭔가를 안 배우고 간 적이 없을 만큼, 너무 많이 배웠고, 스스로에게도 마음을 많이 열게끔 해준, 진짜 선물 같은 작품이에요.

마침 오디션 합격 소식도 생일 즈음에 받아서 정말 선물 같은 존재고, 앞으로도 넓은 시야와 스펙트럼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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