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준호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예전에는 '아이돌 출신'이라는 말이 이름보다 앞에 붙었을 때가 있었다. 그룹명을 붙이지 않고 인사를 해도 그랬다. 그래서 아이돌과 연기를 병행하는 많은 스타는 자신의 본명을 쓰거나, 그룹명을 떼고 인사했다. '연기'할 때는 '연기'에 충실하겠다는 일종의 마음가짐의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준호는 달랐다. 제작보고회, 시사회 어디서든 이렇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2PM 준호입니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에서 이준호는 '동우' 역할을 맡았다. 이름부터 가장 평범한 인물이었다. 사실 의아했다. '치호'(김우빈), '동우'(이준호), '경재'(강하늘). 이 세 친구의 '스무 살'을 담아낸 영화 <스물>에서 '동우'는 가장 화려함과 거리가 먼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동우'가 가지고 있는 드라마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그 친구가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쉼 없이 생활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그렇게 달리는 것들이 애틋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찡하면서도. 나도 그런 적이 있고. 어떻게 보면 꼭 스무 살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이 꿈과 현실 때문에 많이 고민하던 시점이 있을 거고요. 요즘 사회적으로도 아르바이트 시급은 낮은데 대학 등록금은 올라가고, 물가도 올라가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전 연령대가 동우 캐릭터에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어요."


'아르바이트, 시급, 대학 등록금…' 이런 단어가 이준호의 입에서 서슴없이 나오는데 잠시 주춤했다. 이준호에게는 빛이 번쩍번쩍한 화려함만 있었을 것 같은 '스물' 시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얘기는 달랐다. 17살 때부터 20살 때까지 3년이란 연습생 시간 동안 그는 하루하루가 어렵고, 힘들었다.

"언제 데뷔할지도 모르고, 한 달에 한 번씩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월말평가에 언제 잘릴지 몰랐어요. 그 평가를 잘 이행하지 못한 친구들이 다음 달에는 없는 거예요. 같이 웃고 떠들던 친구가 갑자기 없어져요. 너무 잔인하죠 사실. 근데 원래 사회가 잔인한 거잖아요. 다만 17살이면 고등학생 때인데 다른 친구들보다 너무 일찍 알았죠."

당시 이준호가 느끼기에 자기보다 외모적으로 출중한 친구도, 실력이 좋은 친구도 많았다. 그래서 불안했다. 실력은 산처럼 꾸준히 올라가는 게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해도 계단처럼 성장 없이 그대로인 시기도 있었다. 불안했다.

"그런 삶 속에서 눈치도 많이 봤고, 걱정과 고민을 진짜 많이 했었어요. 저도 실력이 늘지 않을 때도 있었고, 회사에서 나갈 뻔한 적도 있었고요. 이런 것들이 동우보다 한편으론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스물>에서 동우는 어쨌든 큰아버지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벌 수도 있었잖아요. 그때 저한테는 그런 보험이 없었죠. 그거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스물>처럼 스무 살 시절을 함께 보낸 건 2PM 멤버들이다. 8년, 길게는 10년을 이준호와 함께해 온 멤버들이다. 그래서일까? 이준호는 앞서 말했듯 어디서도 2PM임을 잊지 않는다.

"제 뿌리가 2PM이니까요. 그게 사실이고요. 저도 처음에는 배우로서 어떻게 인사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점점 생각하면 할수록 제가 작품 안에서 그 캐릭터에 충실했다면 굳이 안 그래도 될 것 같았어요. 제가 2PM 준호고, 가수 출신인 건 말 안 해도 이미 알거든요. 언급하지 않는다고 마음가짐이 바뀌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촬영할 때 최대한 연기에 힘을 싣고 잘한다면 어떻게 인사하는가가 그렇게 중요하진 않을 것 같아요."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준호에게 그 시기는 남들보다 좀 빨랐다. 거칠게 <스물>을 맞은 이준호는 그 시간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다. 너무 일찍 경험한 것들에 그는 "편하게 쉬어도 되는 시간인데 불안한 거 있잖아요, 이러면 안될 것 같은데 괜히 운동 한 번 더하고, 노래 한 곡 쓰고,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워커홀릭이 됐다. 하지만 그 덕분에 대중들은 2PM이자 <감시자들>의, <스물>의 이준호를 만날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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