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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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 화상 인터뷰 / 사진: 애플tv+ 제공, '파친코' 예고편 캡처

작품은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했다.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담았다. 극 중 진하는 주인공 '선자'의 손자이자 성공을 좇는 '솔로몬 백' 역을 맡았다.
작품 공개에 앞서 진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진하는 자신과 같은 이민자의 삶을 다룬 작품에서 동경하던 윤여정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진하가 말하는 #파친코 #윤여정 #한복[인터뷰]](https://pickcon.co.kr/site/data/img_dir/2022/03/27/2022032780001_1.png)
많이 배웠죠. 미국에서는 한국의 역사를 (학교에서) 배우지는 않지만, 제가 그냥 부모님께 들으면서 또 공부하면서 배웠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재일교포 아저씨랑 사업했어서 그런 이야기를 더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Q. '파친코'는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게 되는 한국인의 이야기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런 키워드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본인에게 '파친코'는 어떤 의미를 가진 작품인가.
'파친코'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면서 겪었던 경험들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부모 세대, 그 뒤 세대가 겪은 일제강점기 이야기라 더 의미가 있고요. 제 할머니가 일제강점기를 겪으셨고, 아버지는 공부를 해서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세요. 다른 가족들도 일본어를 잘 하는 분들이 많아요. 일본어를 강제로 해야만 했던 가족도 있죠. 이런 이야기를 미국 TV쇼에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고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늘 제 역사와 가족의 이야기를 연기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 몰랐어요.
![진하가 말하는 #파친코 #윤여정 #한복[인터뷰]](https://pickcon.co.kr/site/data/img_dir/2022/03/27/2022032780001_2.jpg)
제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많은 부분에서 솔로몬과는 다르지만, 제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일을 하는 점에서는 캐릭터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요. 그런 비슷한 면이 솔로몬을 이해하는 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됐어요.
저도 연기를 업으로 삼기 전에 잠시 은행이나 금융업 쪽에 취업하려고 고민을 했던 때가 있어요. 대학 다닐 때 여름 인턴십을 은행이 지원하려고 했었는데 그때 제가 연기를 만나지 못했다면 솔로몬 같은 사람이 됐겠구나 싶어요.
또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은, 우리는 선자가 이전에 했던 희생의 결과물이잖아요. 그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가 많은 기회를 누리는 세대이지만, 저도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부모님의 많은 희생이 있었어요. 이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무게감을 생각했어요. 이런 모든 면을 작품이 상당히 아름답게 그렸다고 생각해요.
![진하가 말하는 #파친코 #윤여정 #한복[인터뷰]](https://pickcon.co.kr/site/data/img_dir/2022/03/27/2022032780001_3.png)
마스터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아주 좋은 기회였어요. 매번 촬영할 때마다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요. 자이니치(재일교포) 사투리를 써야 했는데, 제가 실제로는 미국 악센트가 섞인 한국어를 해요. 그런 점에서 테크니컬한 측면을 많이 신경 써야 했어요. 윤여정 선생님의 연기를 최대한 보려고 했고, 그 연기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게 흔하지 않은 일이라 저는 아주 운이 좋았죠.
제가 자랄 때는 할머니가 한 분밖에 안 계셨는데 가까이 있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할머니 역할인 선자와 손자로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진하가 말하는 #파친코 #윤여정 #한복[인터뷰]](https://pickcon.co.kr/site/data/img_dir/2022/03/27/2022032780001_4.jpg)
그렇게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입은 건 아니고, 제 깊은 곳에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마음이 있었던 거죠. 여성 한복을 입은 거에 대해서는 그냥 제 스타일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이벤트에서 남자들은 재미없게 수트를 입고 여자들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나이를 먹을수록 젠더에 따르지 않고, 용기가 났을 때 내 아이덴티티와 상관없이 아름다워 보이고 싶어서 입었어요.(웃음)
제가 뉴욕에서 살고 있는데 한 한복집에서 한복을 빌렸어요. 가슴에 무궁화도 있어요. 몰랐는데, 사람들이 사진을 올려준 것 보니 단추에는 무궁화 씨앗이 있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진하가 말하는 #파친코 #윤여정 #한복[인터뷰]](https://pickcon.co.kr/site/data/img_dir/2022/03/27/2022032780001_5.png)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어요. 첫 번째 촬영한 날인데, 기차역 장면이었거든요. 촬영 사이에 대기하는 시간이 있어서 윤여정 선생님과 대화했는데 식은땀이 얼마나 났는지 몰라요. '내가 마스터와 같이 연기를 하는구나. 꿈같은 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뭐라고 말했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였다니까요.(웃음) 무엇보다 여정 선생님이 너무 웃기세요.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제 일이 되면서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스타와 함께 일한다는 흥분감보다는 작품 안에서 잘 그려져야 하는 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Q. 한국 시청자를 만날 예정인데, 소감도 궁금하다.
이 정도 규모인 작품을 통해 한국 시청자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또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에 대한 이야기,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