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3.0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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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화상 인터뷰 / 사진: 써브라임 제공

월드스타이자, 톱배우의 남편, 두 딸의 아빠, 솔로 가수, 배우, 방송인, 프로듀서, 소속사 대표, 그리고 싹쓸이 멤버까지 정지훈을 수식하는 단어가 참 많다. 정지훈에게는 '십잡스'(10 jobs)란 말이 제격인 셈이다. 삶 자체가 도전이라고 말한 정지훈의 눈빛에서 여전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Q. 반년이나 차영민으로 살았다. 그간 정지훈 배우가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였는데 일상에서 차영민화 된 부분도 있나.
캐릭터적으로 딕션 연습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차영민의 말투가 문득문득 튀어나왔어요. 와이프 앞에서도요(웃음). 제가 좀 무섭더라고요.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 하면서요. 그럴 맹렬한 캐릭터의 차가운 말투가 튀어나올 때가 종종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버려지지 않을까 싶어요.
![정지훈 "삶의 기준? 기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거죠"[인터뷰②]](https://pickcon.co.kr/site/data/img_dir/2022/03/04/2022030480201_1.jpg)
그럴 수만 있다면, 제가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분의 몸을 빌려서 또 다른 성으로 살아보고 싶기는 해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고요. 왜냐고 물으실 텐데, 저는 남자 배우로서 해볼 직업들은 다 해봤잖아요. 여자라는 성별로 직업 생활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대학교 다니면서 소소한 소확행도 느끼고 싶어요.
아니면 직업을 바꿔보고 싶어요. 셰프나 운동선수도 좋고, 제가 힘쓰고 당기는 건 잘 할 수 있어서 보디빌더도 좋고요. 운동을 좋아해서 프로틴 먹고 근육을 키워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근육이 과하면 안 되니까 못 하고 있거든요. 젊은 보디빌더나 젊은 선수 몸에 들어가서 살아보고 싶어요.
Q. 만약 김태희와 이효리 중에 몸을 빌리고 싶다면?
저는 과감히 이효리 씨를 선택하겠다. 왜냐고 분명히 물으실 텐데요.(웃음) 농담이고요. 두 분 다 워낙 살아보고 싶은 캐릭터죠 저한테는. 너무 화려한 인생을 살아오셨고, 또 살고 계시기 때문에 저는 두 분 몸 모두 빌려서 살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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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제공

저를 월드스타라고 해주시는 건 민망해요. 예전에 활동할 때 붙여주신 거라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 좌우명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건데, 버티면 이긴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인 것 같아요. 골프 선수들도 장갑 벗을 때까지 결과는 모른다고 하잖아요. 저는 죽을 때까지 도전하고 싶어요. 잘 안될 때도 있고 잘 됐을 때도 있지만, 저는 이미 그런 것들을 많이 겪어봐서 기대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제가 지향한 삶의 기준이에요.
앞으로도 계속,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도전을 할 거고, 그 원동력은 저라는 사람의 생각이죠. 태어났을 때부터 경쟁하는 걸 좋아했고 지는 걸 싫어했고, 계속 무엇인가 궁금했어요. 제 마지막 도전이라 하면, 연기자로서 해외에서도 활동하고 싶고 꾸준히 한국에서도 조연이던 단역이던 가리지 않고 하는 게 목표예요. 또 저희 회사에 오예주 배우가 올해 드라마에 들어가게 됐는데 잘 됐으면 좋겠고, 싸이퍼 친구들도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게 올해 소망이고요.
![정지훈 "삶의 기준? 기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거죠"[인터뷰②]](https://pickcon.co.kr/site/data/img_dir/2022/03/04/2022030480201_3.jpg)
제가 감히 시청자로서, 팬으로서 생각했을 때는 K 콘텐츠의 강점은 속도인 것 같아요. K팝만 봐도 당장 2~3일 내에 안무가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 가장 잘 만들어진 것 같거든요. 우리나라 K팝처럼 이렇게 시스템이 좋은 나라를 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원 시스템이잖아요. 회사 안에 트레이닝 센터가 있고, 인성 교육도 있고, 심리 상담도 마련해주고, 심지어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를 확신을 가지고 트레이닝 시키고요. 매니지먼트팀, 홍보팀, 전략팀, 바이럴팀 모든 회사 구성원이 이 그룹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원 시스템이라 누구보다 빠른 결정과 시스템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는 논할 수 없지만,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이미 한국에 문화 콘텐츠가 꽤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OTT 서비스로 빨리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덕에 전 세계 중심이 된 것 같아요. 저도 좋은 시기에 태어나서 감사하고 더 잘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엔터테인먼트 호황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정지훈 "삶의 기준? 기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거죠"[인터뷰②]](https://pickcon.co.kr/site/data/img_dir/2022/03/04/2022030480201_4.jpg)
냉정히 말하면, 시청자분들께 어떤 작품으로 남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한 해에도 수십 수백 개, 세계적으로는 수천 작품이 쏟아지는데, 마음에 남는 작품이라기보다는 그냥 한 번 봤을 때도 '되게 재밌는 드라마네. 촬영을 잘 했구나' 하면서 즐겁게 보시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한테 '고스트 닥터'는 너무 많은 걸 배우게 해준 드라마였고,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던 작품이에요. 힘들어서 고통스럽다는 게 아니라 차영민 캐릭터를 연기하게끔 그 배움의 시간이 고통스러웠다는 거죠. 그만큼 저에게 있어서는 뜻깊고 감사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