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계상이 사회문제를 작품을 통해 말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계상은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에서 열린 영화 '죽여주는 여자' 야외무대인사에서 "이 영화에 주어진 의미가 남달라서 재미있게 봤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죽여주는 여자'는 노인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65세 여자 소영이 사는 게 힘들고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윤계상은 윤여정의 옆 방에서 사는 청년 도훈 역을 맡았다.

윤계상은 영화 제목인 '죽여주는 여자'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냐는 질문에 "중의적인 제목이 주는 느낌이 있더라. 영화를 보고난 후 제목을 다시 봤을 때의 느낌이 더 좋았다"고 답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극했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때론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죽여주는 여자'처럼 제목에서부터 출발하기도 하고, 의외의 캐릭터나 영화의 숨은 뜻이 빛을 발할 때 관객이 작품에 흠뻑 빠져들기도 한다.

윤계상은 "윤여정 선생님을 보는 재미에 이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제가 한 것은 별로 없다. 대기 시간에 모니터로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웠다"고 말하며 웃었다.

또한 윤계상은 '윤여정이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윤여정 선생님이 맡은 역할이 사실 힘든 역할이다. 현장 여건도 좋지 않았고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선생님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라고 말씀하시다가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군말없이 끝까지 해내셨다. 젊은 배우들이 해내기에도 쉽지 않은데 선생님은 끝까지 욕심을 버리지 않으셨다. 그런 모습이 좋았고, 그래서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윤여정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죽여주는 여자'는 노인의 존엄사, 성매매, 코피노(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의 어머니를 둔 혼혈아를 일컫는 말), 트렌스젠더(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 장애 청년 등 우리 사회에 반드시 존재하지만 누구도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윤계상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소외계층에 관한 부분을 저도 많이 느꼈다. '우리와 다를 거야'라는 오해를 범할 때가 있다. 그들에 대한 관심이 없기도 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과 우리는 별반 다를 것이 없고, 똑같이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찍으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죽여주는 여자'는 몬트리올 판타지아 영화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 2관왕을 차지했다. 제17회 아시아티카 영화제에서는 작품상을 수상했다. 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섹션 월드 프리미어에도 초청돼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윤계상은 이 영화의 명장면에 대해 "저는 영화의 시작부터 좋았다. 윤여정 선생님이 병원에 올라가서 아이와 마주치고 시작되는 부분부터 몰입도가 있었다. 누구나 이 영화를 보기만 하면 다 볼 수 있다"며 영화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당부했다.

야외무대인사를 마치며 윤계상은 관객들에게 인상 깊은 한마디를 남겼다. "'죽여주는 여자'는 배우로서 명예로운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