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가 거듭되는 논란에 입장을 밝혔다. 방영 금지를 요청하는 청원이 3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제작진은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봐달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과연 '설강화'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설강화' 공식 홈페이지


지난 18일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 Snowdrop'(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이하 '설강화')이 첫 방송됐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첫 방송 이후, 말 그대로 온갖 SNS 채널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뒤집어졌다. 어찌보면 예상된 결과였다. 시작 전부터 잡음을 몰고 다녔던 '설강화'의 논란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려고 한다.

◆ 시놉시스부터 논란이었던 '설강화'(前 이대기숙사)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설강화'의 시놉시스가 유출됐다. 원제 '이대기숙사'인 해당 시놉시스에는 "87년 서울, 최루탄이 폭죽처럼 터진다"라거나 "운동권 학생이라고 확신한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감춰주지만, 그가 무장간첩인 줄은 꿈에도 모른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 논란이 됐다.

이러한 배경뿐 아니라 여주인공의 이름은 '영초'였으며, 남주인공은 '재독교포 출신 명문대 대학원생'이라는 설정이었다. 영초라는 이름은 운동권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영초언니' 천영초를 연상케하며, 남주인공의 배경은 과거 '동백림 간첩 조작 사건'을 생각나게 하는 등 실존 인물과 사건에서 따온 듯한 흔적이 있어 논란이 됐다.

이에 해당 방송을 중단시켜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하게 된다. 특히 지난 3월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영을 중단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와 함께 이슈의 중심에 서며 청원 인원이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대중의 분노를 이끌었다.

◆ JTBC 측의 해명 "간첩, 안기부 미화 없다"


JTBC 측은 이러한 논란에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며, 1987년 대선 정국을 배경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전개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극에 등장하는 남파공작원과 그를 쫓는 안기부 요원 등은 각각 속한 정부나 조직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고, 이들의 비판적인 관점을 부각하기 위한 캐릭터기 때문에 "간첩 활동, 안기부가 미화된다는 지적은 '설강화'와 무관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쪽 같은 안기부 요원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국내파트 발령도 마다하고, 간첩을 잡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동료들에게 환멸을 느낀 뒤 해외파트에 근무한 안기부 블랙요원이기 때문"이라며 "끝까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원칙주의자로 묘사된다"라고 전했다. 다만 JTBC 측은 "극 중 캐릭터의 이름 설정은 천영초 선생님과 무관하다"라면서도 "여주인공 이름은 수정하겠다"라며 '은영로'로 캐릭터의 이름을 변경한다.

◆ 누리꾼 "시놉시스의 설정 자체가 문제"


이러한 해명에 누리꾼은 반박에 나섰다.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데, 왜 1987년으로 극을 설정했냐는 의문부터 당시 1987년 대선 정국이 있을 수 있었던 배경이 된, 6월 민주항쟁을 빼고 극의 전개가 가능하냐는 비판을 가했다. 게다가 조직을 대변하지 않는 안기부 요원이 있다는 자체가 안기부 미화라고 지적했다.

또한, 간첩인 남학생을 여주인공이 운동권으로 오해해 숨겨준다는 시놉시스 자체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는 것도 언급했다. 당시 안기부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학생들을 간첩이라고 낙인 찍고 고문을 가한 바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있는 상황에서 실제 간첩인 남주인공을 왜 운동권으로 오해를 받는 설정을 넣었을까 의구심을 드러낸 것.

게다가 안기부 해외파트는 수지킴 간첩 모함 사건, 김대중 납치 사건 등의 배후로 알려진 바, 해외파트라고 해서 다를 것이라는 식으로 해명한 것 역시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덧붙여 '설강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계분옥'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수지킴의 본명인 김옥분을 연상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 비난 여론에도 촬영 마친 '설강화'…"작품을 보고 판단해달라"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설강화'는 사전 제작으로 모든 촬영을 마친 상황이다.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조현탁 PD는 '설강화'는 1987년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당시 군부 정권과 대선 정국이라는 상황 외에 모든 인물, 설정 등이 가상의 창작"이라고 강조하며 대중들이 우려하는 미화는 없을 것이라고 "작품을 보고 판단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 달라진 것은 없었다…재차 올라온 방영 중단 청원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작품을 보고 나니 대중이 우려했던 점과 달라진 바가 없었다. 극 중 수호(정해인)는 간첩이고, 영로(지수)는 그를 운동권 학생으로 오해해 숨겨준다. 뿐만 아니라 수호가 안기부에 쫓겨 도망가는 신에서는 '솔아 솔아 푸른 솔아'가 흘러 나오는데, 해당 곡에는 민주화 운동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기리고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만큼, 적절치 못한 사용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게다가 안기부 요원들이 "영장이 없어서" 혹은 "금남의 구역"이라는 이유로 여대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실제로는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했던 안기부 요원을 이처럼 그려내는 것 역시 안기부에 대한 미화라고 지적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설강화' 협찬사 및 제작 지원한 곳들의 업체를 정리하며 광고 불매의 뜻을 밝혔고, 이에 실제 여러 업체는 지원 중단 의사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일 시작된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 게재됐고, 이틀 만에 30만 명을 넘어선 상황. 또한, 많은 누리꾼이 '설강화'를 스트리밍 서비스하는 디즈니+ 측에도 항의의 뜻을 전한 바,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 "이건 또 다른 가해"…민주화운동 열사 측의 주장


여기에 6월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故 박종철 열사, 故 이한열 열사 측도 분노를 드러냈다. 故 박종철 열사 측 관계자는 "민주화 운동, 안기부와 간첩을 엮어서는 안 된다"라며 "실제 군부 독재 시절 많은 피해자들이 간첩 조작 사건으로 폭력과 고문을 당해 삶이 망가지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사형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안기부를 포함한 국가기관들 논리가 '너희는 간첩이니까'였다. 드라마 속 진짜 간첩을 쫓는 안기부, 간첩을 운동권인 줄 알고 숨겨주는 여대생들 자체가 그들의 주장에 합리성과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건 또 다른 가해"라고 일침했다.

故 이한열 열사 측 관계자 역시 '설강화'의 역사 왜곡에 대해 "이한열 열사는 물론, 그 당시 청춘을 바쳤던 수많은 시민들에 대한 모욕 행위다. 광주항쟁을 포함한 민주화운동은 독재자가 시민을 학살하고, 권력을 잡은 것에 대해 대항하는 저항운동으로 이 것을 북한과 스토리상 연관을 짓는 것 자체가 역사왜곡"이라며 "그 정도의 역사의식과 사회적 인식 없이 이런 드라마를 제작했다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방영을 중지해야 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가 없게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 JTBC 측,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 전개 과정에서 오해 해소될 것"


JTBC 측은 논란이 지속되자 입장을 밝혔다. 먼저 '설강화'의 극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군부정권 시절의 대선 정국이라며, 이 배경에서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정권과 야합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며 "'설강화'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없고, 남여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겨 있다"라며 "회차별 방송에 앞서 많은 줄거리를 밝힐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JTBC 측은 드라마 방영 당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대화창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으며, 시청자 게시판은 비공개로 설정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JTBC는 콘텐트에 대한 소중한 의견을 듣기 위해 포털사이트 실시간 대화창과 공식 시청자 게시판을 열어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할 계획"이라며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이러한 대처에도 결국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는 만큼, 여론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은 계속해서 '설강화' 협찬사에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설강화'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는 글이 게재되고 있다.

여기에 '설강화'의 팬들은 오히려 반발하는 여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이한열 기념관 측에서 입장을 밝혔다는 것과 관련해 팬덤 측에서 항의 전화를 걸었다는 내용이 알려진 것. 이처럼 비뚤어진 팬심에 '설강화'를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 과연 '설강화' 측이 또다른 입장을 밝힐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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