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나르샤' 유아인 기자간담회 / 사진 : UAA코리아 제공, SBS '육룡이나르샤' 방송 캡처


유아인은 이방원과 닮아있다. 50부작이라는 긴 흐름 속에서 '이방원'은 소년에서 청년이 됐고, 결국 '태종'이 된다. 한 마디로 끊임없이 자라났고, 유아인은 그런 이방원을 그려내면서 배우로서 한 층 더 성장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뮤지엄에서는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나르샤' 종영 기념 유아인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육룡이나르샤'는 고려라는 거대한 악에 대항해, 고려를 끝내기 위해 몸을 일으킨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유아인은 이방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방원은 역사적 인물이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이 그를 떠올리면 강인하고 강직한 면을 생각한다. 하지만 유아인은 이방원이 가진 내면의 '연약한 면'에 집중했다. 그것이 일반 대중과는 다른 점일 것이다.

유아인은 "어떻게 그런 선택을 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이성계의 아들로 태어났고, 수많은 선택 앞에 놓인 이방원의 모습이 참 서글프다고 생각했다. 악인으로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해석하면 배우로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달의 이면이 있듯, 강인하고 냉혈한 군주인 이방원에게도 연약함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자신만의 이방원을 그려낸 비결을 전했다.


'육룡이나르샤'에서 유아인의 연기는 이방원의 성장과 함께 변해갔다. 유아인은 "저에게 가장 큰 미션을 준 것이 50부작 안에서 피지컬부터, 내면의 성장까지 이방원의 변화를 그려내는 것이었다. 심리적으로는 한 인간의 고결함이 세상에 때 묻는 모습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애썼다"며 자신 역시 성장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극에서 이방원의 성장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뤄진다. 정몽주와 정도전을 죽이게 된 선택, 조력자들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은 이방원의 가치관을 만드는 것에 영향을 끼친다.

"살인은 나쁜 것이지만, 저는 배우이고 그 인물을 표현해야 된다. 타당성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설명한 유아인은 "대본에는 눈물이 설정되어 있지 않았는데, (정몽주를 죽이는) 신에서 울었다. 죽이거나 살리거나 밖에 선택할 수 없는데, 얼마나 혼란스럽고 내부의 연약함이 발동할까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랑하는 사람들 또한, 결국은 이방원을 혼란스럽고 외롭게 만든다. 유아인은 분이(신세경)를 예로 들어 "가장 인간적이고 편안한 모습으로 설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진다. 애정이 있으니 손에서 놓지 못하지만, 골칫덩이인 존재였던 것 같다"며 "결국 이방원은 사람들과 분리되는 것을 선택하고, 가장 고독한 인물이 돼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라고 설명하며 이방원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에 혼란스럽지 않았던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수많은 혼란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일까. 지난 1년간 '베테랑', '사도', '좋아해줘' 등 다작을 해온 유아인이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이방원'이라고. 유아인은 "당연히 한 작품이 지나면 성장하겠지만, 작품을 찍으면서 성장한다는 것을 새롭게 느꼈다. 그게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적으로도 다채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었다. 제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입체적이었다. 성과는 대중이 평가해주는 것을 들어야겠지만, 입체적 캐릭터를 표현하는 과정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방원에 가장 정이 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본질적으로' 유아인이 바란 것은 연기자로서 성장이었고, 그러한 이유로 50부작 드라마, 그리고 이방원을 선택했다. 유아인은 작품 선택을 통해 자신의 성향이 보이는 것 같다며 "이방원을 선택하는 젊은 배우의 모습을 통해 도전, 과감함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로 인해 제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진정성을 중요히 생각하는 인물인지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는 생각을 전했다.

유아인은 "한 트랙 안에서 달리기 1등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유일무이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게 보고, 다른 행보를 걷는 배우이기에 앞으로 유아인이 어디까지 성장할 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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