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박병은 "3천원 슬리퍼→메이커 슬리퍼로" / 사진 : 박병은 페이스북


박병은이 '천만 배우'가 된 것에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 26일 저녁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에서 영화 <암살>의 천만감사 미디어데이가 열려 최동훈 감독을 비롯 배우 이정재(염석진 역), 하정우(하와이피스톨 역), 박병은(카와구치 역)이 참석했다.

<암살>에서 '미츠코'(전지현)와 결혼을 앞둔 일본군 장교 '카와구치' 역을 맡은 박병은은 "천이백만 명 정도가 이제 저를 나쁜놈으로 기억할 것 같다"라며 웃음 지었다. 그는 "예번에는 어쩌다 한번 씩 알아보셨는데 지금은 많이들 알아봐주신다. 얼마 전 버스를 타고 가는데 뒷 자리에 여성 분 둘이 타서 저를 계속 보시더니 '300명 이죠?'하시더라.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다가 나중에야 이해하고 버스 뒷 자리에서 같이 사진 찍어 드렸다"라고 에피소드를 밝혔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암살> 덕분에 생활이 달라진 부분이 있냐고 묻자 그는 "예전에 태국에서 산 저렴한 슬리퍼를 신고 다녔다. 그런데 끈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상태고, 천만 배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메이커 슬리퍼를 하나 장만했다"라고 센스있게 답해 현장을 폭소케했다.

그는 <암살> 속에서 꽃을 파는 조선 여학생을 총으로 쏴 죽이는 극악한 모습으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박병은은 "그거 찍을 때, 저도 좀 힘들었다. 촬영 당시 한 겨울이라 너무 추웠는데 여학생이 얇은 한복만 입고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런데 제가 총질까지 해야하니까 정말 미안하더라. 그래서 그 여학생이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원래 <암살> 시나리오 상에는 여학생이 죽은 뒤, 주변에 몰려있던 우리나라 사람들을 뚫고 다시가서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여학생을 향해 "나 왜 이렇게 요즘 실수를하지?"하면서 두 번 더 총질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하지만 촬영 당일 아침 최동훈 감독은 박병은에게 "그 장면이 너무 강하다, 밤새 고민했는데 한 번만 합시다"라고 말했다고. 그 외에도 최동훈 감독은 첫 촬영 날 수염까지 분장을 마친 박병은을 가만히 보다가 수염을 떼자고 말했다. 영화적 임팩트를 염두한 선택이었다. 이를 말하며 박병은은 "그때는 순간 당황했다. 일본군 사진을 보면서 당연히 수염이 있는 제 모습을 그렸었는데, 막상 없어지니 벌거벗은 느낌이더라. 그런데 완성된 모습을 보니 정말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암살>의 중국 촬영 당시 하정우가 전기 포트를 사다가 직접 돼지고기를 칼칼하게 요리해서 조진웅, 이경영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인 이야기를 전하면서 웃음 짓기도 하고, 자신이 자주가던 치킨집 포스터에서 봐왔던 전지현이 자기와 함께 대기실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직접 포도를 씻어서 권하기도 했다고 말하며 당시의 즐거웠던 촬영 현장을 짐작케했다.

박병은은 오는 9월 13일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 <사냥>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안성기, 권율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박병은은 "긴장감 넘치는 영화 속에서 배우들의 파격 변신이 관객들을 즐겁게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전지현,조진웅,최덕문)들과 임시정부대원(이정재),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하정우,오달수)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암살>은 26일 공개된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서비스에 따르면 11,795,537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지난 2004년에 개봉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제치고 역대 한국영화 흥행기록 8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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