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박해일-신민아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색다른 힐링 영화 '경주'가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2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경주'의 언론시사회가 열려 장률 감독을 비롯 박해일, 신민아, 윤진서, 김태훈이 참석했다.

영화 '경주'는 친한 형의 죽음으로 한국을 찾게 된 북경대 교수 최현(박해일)이 7년 전 지금은 죽은 형과 함께 발견한 경주의 카페 '아리솔' 벽에 그려진 춘화를 찾아 다시금 그곳에 돌아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해일이 맡은 최현은 북경대에서 동북아 정치 교수다. 이에 박해일은 영화 속에서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까지 3개국어를 보여준다. 박해일은 "아무래도 동북아 정치의 대가이다보니 어느 정도 중국어를 보여줘야하지 않냐는 생각에서 영화 '두만강'에 나온 여배우 윤란씨에게 대사 할 정도로 아주 열심히 배웠다. 중국어는 처음 접해본 언어인데 정말 한국어가 제일 나은 것 같다 할 정도로 어려웠다"라고 남다른 노력을 밝혔다.

신민아 역시 다도를 배웠다. 카페 '아리솔'의 묘한 매력의 여인 공윤희로 등장하는 신민아는 "1달 전부터 다도를 배웠다. 차를 잘 따르고 순서와 모습이 나름 자연스레 보이기 위해서 다도 수업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경주'를 연출한 장률 감독은 동북아 정치 교수 등장한 박해일의 직업을 비롯, 일본인 관광객, 천년고도의 도시 경주, 이런 다양한 주제들을 한 영화 속에 '삶'이라는 태도로 버무려냈다. 하지만 이에 그는 "정치, 문화는 실제로 지금도 잘 모른다. 한-중-일 세 나라를 이 영화에서 담아내자는 계획은 없었다. 경주라는 공간에 지금은 중국사람도 많고 일본 사람도 많다. 교류가 많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이 특수한 공간에 머물며 오는 교류하는 것에 대한 미묘함이 있다. 그런 느낌이 배우들을 통해 자연스레 나오면 그 안에 뭔가 있지 않겠나 싶었다"라며 솔직히 답했다.

감독의 '실제 뭐 있지 않겠나'하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영화 '경주'는 천천히 흐른다. 롱테이크로 촬영된 장면을 통해 인물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공간과 그 공기를 함께 담아내려 한다. 한 예로 공윤희(신민아)의 집 바로 앞에는 릉이 위치한다. 살아있는 사람이 머무는 공간인 집과, 죽은 사람이 머무는 공간인 무덤은 한 장면에 같이 움직임과 머무름으로 담긴다.

롱테이크에 배우들은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박해일은 "촬영 들어가기 전 부담도 크겠다 싶었다. 막상 현장에서는 저도 제 정신이 아닌 것 처럼 연기를 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OK가 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게 영화에 묻어있는 것 같다"라며 색다른 경험이었음을 밝혔다. 신민아 역시 "제가 민폐가 되면 어쩌나 긴장했었다. 현장에 항상 좋은 긴장감이 흘렀다. 한 번 더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경주'는 모호하다. 그냥 걸어가는 느낌과 별 다를 바 없는 영화 같다. 하지만 보고나면 관객에게 쉼표를 준다. 장률 감독은 "박해일씨가 춘화 속 글귀를 신민아씨가 중국 그림 속 글귀를 읽어주시면 그게 영화의 관전 포인트 같다"라고 밝혔다. 이에 박해일은 "한 잔 하고 가세"라고 춘화 속 나오는 문구를 이야기 했다.

이어 신민아는 "사람들 흩어진 후에 초승달이 뜨고, 하늘은 물처럼 맑다"라고 답했다. 또한 윤진서는 "처음으로 시사회 하는 자리에 제가 영월 아주머니라고 부르시는 분이 놀러오셔서 같이 영화를 보러갔었다. '경주'를 보시고 그 분이 '내가 한국 영화가 너무 폭력적이라 잘 보러가지 않는데 경주를 보니 산 속에 다녀온 기분이다'라고 하셨다. 관객들도 그런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도시 경주를 신민아, 박해일과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슬퍼하고 엇갈리며 천천히 걸어가는 영화 '경주'는 오는 6월 12일 관객들에게 휴식이 되어 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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