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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이솜 "지금봐도 멋진 유나, 엄마의 젊은시절 넣고싶었다"
배우 이솜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준비하면서 의상팀과 함께 동묘시장을 찾았다. 볼드한 액세서리와 옷들을 직접 보고, 입고, 샀다. 메이크업도 함께 구상했다. 이솜의 뮤즈는 엄마가 되었다. 우연히 본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 지금은 유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엄마에게 '멋진 유나'의 옷을 입혀주고 싶었다.
유나는 할말은 다 하는 캐릭터다. 까칠한 성격에 돌직구를 던진다. 회의할 때 자리를 잡고 앉지도 못하고 커피만 내려놓는 말단 사원이지만,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부장님(배혜선)에게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라는 칭찬을 듣기도 한다. 진급을 위해 토익반에서 공부하던 어느 날, 회사의 비리를 목격한 친구 자영의 고민을 듣게 된다. 자영은 작은 정보들부터 함께 모아가며, 망설임없이 정의의 편에 선다.
Q. 유나는 돌직구를 던지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다. 처음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마냥 걸크러시 같은 느낌은 별로 흥미롭지가 않았어요. 마냥 강한 척 하고, 마냥 이야기가 많고, 이런 건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촬영 전에 고민하고 찾아보다가, '아, 유나는 인정을 받고 싶어서 이러는 거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그랬더니 유나가 더 사람다워지고, 친근해지더라고요. 저절로 친구들과 있을 때와 상사와 있을 때의 톤도 다르게 나왔던 것 같아요.
Q. 유나를 떠올리며 했던 고민에는 어떤 지점들이 더 있었나.
유나는 어려서부터 인정받고 싶어서 책을 많이 봤다고 생각해요. 탐정소설, 미스터리소설을 좋아하고요. 그래서 많은 정보들을 흡수하고, 아는 척도 많이 할 수 있게 된 거죠. 비서실에 있을 때 전사도 있었잖아요. 그때도 아마 자신이 '꽃뱀'으로 몰리는 것보다, '내 주변 인물들이 당하는 건 못참겠다'고 생각해서 들고 일어섰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영(고아성), 보람(박혜수)과 어떻게 친해졌을지도 고민했었어요. 너무 다른 세 사람이잖아요. 그렇게 고민하다 나온 장면도 있어요. 제가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추가된 대사인데요. 국수집에서 자영을 기다리면서, 유나가 보람이에게 '증거만 있었어도'라고 울먹이잖아요. 자영이 등장하며 분위기 전환이 되어야 했는데요. 유나가 '이자영한테는 얘기하지마라'라고 급하게 얘기해요. 그 말에 분위기도 전환되고, 셋의 관계도 형성되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장면이에요. 송소라(이주영)와는 만화책 '슬램덩크' 속 강백호와 서태웅이라고 생각했어요. 강백호가 아무리해도, 서태웅 이길 수 없잖아요. 유나는 강백호고, 송소라는 서태웅이었던 거죠.
Q. 자영, 유나, 보람 중 이솜 씨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누구일까.
저는 유나와 정 반대라고 생각하지만(웃음) 닮은 것 같아요. 저는 할 말을 많이 안 하고, 말을 아끼려고 하면서 살아가고 있거든요. 근데 주변에서는 저보고 '할말 다 하는 편'이라고 말씀해주세요. 그래서 '유나와 닮은 면이 있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Q. 앞서 유나의 모습을 그리는데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을 참고했다고 했다.
엄마의 1995년 사진이었어요. 그때 엄마가 유나와 다른 삶을 살고 계셨어요. 유나는 지금봐도 멋있는 여성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더욱더 엄마에게 유나를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가 멋스럽게 나온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을 의상팀에게 보여주고, 이 의상 그대로 어떤 장면에라도 넣고 싶다고 말씀드려서 넣었습니다. 그리고 모니터를 하는데, 묘하더라고요. 닮은 부분도 있고요. 영화 말미에 여직원들이 호프집에 모여서 다같이 회의하는 장면이 있어요. 검정 목폴라에 볼드한 목걸이 하고, 가죽치마를 입은 모습. 그 모습이 사진 속 엄마 였어요.
Q. 마케팅 부장님에게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라는 말을 듣는다. 유나가 아닌, 배우 이솜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후로 더 성장한 부분이 있는지, 그렇게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유나라는 캐릭터에 집요하게 제 의견을 많이 제시했던 것 같아요. 스타일적으로나, 유나가 하는 뉘앙스나 느낌도 하나하나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잡아갔어요. 그렇게 만들어간 유나이다보니,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어요. 집요하게 할수록 만족스러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작품, 한작품 하면서 조금씩은 성장이 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경험을 하는거니까요. 어제의 저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다고 생각하죠. 격려나 위로라면, 영화 '소공녀'를 연출한 전고운 감독님이요? 제 소울메이트세요.
Q. 유나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거쳐 성장을 하게 된다. 돌아보면, 이솜의 청춘은 어땠나.
제 청춘에 후회는 없어요.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그 때에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요. 성격은 많이 달라졌지만, 10대 때도 열심히 열정적으로 한 것 같아요. 그래서 후회는 없고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 나이에 맞게 철없이 놀아보고도 싶었는데, 그걸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철없이 지내고 있어요.(웃음)
Q. 이솜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도전에 두려움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은 없을까.
엄마랑 같이 살아서 '나혼자 산다'에는 못 나가고요. 집 공개를 할 수 없어서 '온앤오프'에도 못 나가고요. 둘 다 나가보고 싶어요. 제가 독립을 하게 된다면, 러브콜을 보내봐야겠습니다. 제가 퀴즈나 이런 걸 정말 못하거든요. 그래서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Q. 현재 이솜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지난 1월에 촬영을 끝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8개월 정도 쉬었어요. 코로나도 겹치고, 못 나가고, 나 이대로 아무 작품도 더 못해보고 끝나나 싶었어요. 그래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개봉을 앞두고,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어떻게든 관객들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홍보도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게 열심히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