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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고아성 "20대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느낀 변화
이제는 배우 고아성을 생각할 때, 수많은 인물들이 뇌리를 스친다. 영화 '괴물' 속의 소녀는 그 중 한 사람이 됐다. 똑똑하게, 묵묵하게, 길을 잘 걸어왔다. 그렇게 생각했다. 워낙 친한 배우들과의 의리도 알려진터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속 자영은 그냥 고아성의 모습인 줄 알았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마친 고아성은 "저도 외향적인 사람이 될 수 있구나"라고 말했다. 원래의 고아성은 내성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회사의 비리에 정면으로 맞선 자영의 파이팅을 스크린에 옮겨내며 그도 달라졌다. 그리고 배우 이솜, 박혜수가 그의 변화를 옆에서 팍팍 밀어줬다. 고졸출신 말단 역익원으로 커피타는 일을 주업으로 하던 자영의 성장은 고아성의 성장이기도 했다.
Q. 전작 영화 '항거'에 이어 여성 중심의 서사인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영화 '항거'도 배우진 규모가 비슷했던 것 같아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처럼 30명 남짓됐어요. 규모는 비슷하더라도, 영화가 가진 성격에 따라 기운이 다르다고 느낀 것 같아요. 한 마음으로 묵직함이 있었다면, 이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하면서는 든든한 결속력 같은 게 현장에 있을 때마다 느껴졌던 것 같아요.
Q. 자영은 회사의 비리에 맞선다. 폐수에 있는 페놀의 양을 계산하고, 친구들과 단서를 수집하며 점점 결속력을 다진다. 캐릭터에 어떻게 다가갔나?
자영이가 캐릭터로 존재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사건의 진의를 표현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페놀 유출사건이라는 경각심을 목격하고 결국 내부고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끌고가야하기 때문에, 개성이 더 눈에 두드러지기보다는 사건과 함께 가야하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피해 주민들과 직접 만남을 가지며 외면할 수 없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고, 이타적인 성격이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게했고, 친구들이 함께하며 조력자가 많아져서 이 모든게 가능했다고 생각했거든요.
Q. 그런 면에서 고아성도 자영과 닮아있는 듯하다.
제가 원래 내성적인 사람이었거든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하기 전에는요. 그런데 자영이를 연기하려면 저 스스로도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의도적으로 현장에 있을 때, 에너지를 끌어올리기도 했고, 먼저 다가가기도 했어요. 원래 '먼저 만나자'고 말하는 것도 저에겐 힘든 일이었거든요. 항상 사람은 되게 좋아했어요. 그런데 먼저 다가서거나 리드하지는 못했어요. 영화때마다 어쩔수없이 성격이 많이 변하는 것 같아요. 자영이의 성격이 여태까지 유지가 되고 있어요.
Q. 자영은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이었다. 이솜, 박혜수 외에도 가장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에 깨달았던 것 같아요. 친한사람들과 함께있는건 누구나 좋아하는거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이랑 있을때도 에너지를 얻는달까? 그런걸 처음 알았어요. '어떤 상대와 연기하느냐'에 따라 제 연기도 많이 달라지거든요. 자영이가 가장 많은 인물을 만나지 않을까 싶어요.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 마을에서 만나는 사람, 많은 사람과 호흡하는 연기하는 운이 좋은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자영이가. 처음 출근하는 장면에서 정말 진실된 웃음이 나왔어요. 그때 정말 벅찼거든요. 제가 내성적인 사람이라 많은 사람과 거리를 걸어본 적이 없는데, 보조출연자까지 100명 정도와 같이 걸었어요. 벅차오르는 마음이 있었는데 모니터보니 제가 너무 행복해보이더라고요.
Q.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선생님으로 출연한다. 함께하며 에피소드가 있었나.
자영이가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자기 실력보다 항상 더 표현하고 싶어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9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던 몸짓을 흉내내볼까 싶어서 여쭤본 적이 있었어요. 타일러 선생님이 첫 날 수업하는 모습을 찍었는데, 약 30명 되는 여직원 앞에서 영어 강의를 해주셨거든요. 한 3분 정도 롱테이크로 쭉 찍었어요. 그런데 너무 귀에 쏙쏙 들어오게 열심히 강의를 해주시는 거예요. '컷'하자마자 다들 박수쳤어요.
Q. 배우 이솜, 박혜수와 세친구의 케미를 그린 현장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정말 연기하는 스타일이 다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애드리브를 정말 못하거든요. 그런데 이솜 언니는 매 장면 애드리브를 다 정리해와요. 그리고 표현하는데, 저로서는 되게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카메라 앞에서 포즈도 딱딱 나와요. 나는 못하는데, 언니는 해내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박혜수는 같이 카메라 앞에 있으면, 작게 뭔가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카메라를 보면 그 작은 표현들이 다 담겨 있어요. 정말 대단한 배우구나 싶었죠.
Q.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 배우 고아성에게 그런 부분이 있을까.
저도 외향적인 사람이 될 수 있구나.(웃음) 자영의 후반부 대사 중에 '나는 왜 일을 하는걸까, 돈을 벌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곳의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도 뭉클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잘하고 싶지만, 가장 큰 것은 관객이 있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거든요. 거기서 큰 지점을 배운 것 같아요, 자영이에게.
Q. 배우 고아성이 스스로를 바라볼 때, 어떤 시간을 보내왔다고 느끼나.
잘 모르겠어요. 20대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은근히 많은 변화가 있었더라고요. 20대 초반에는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도 장르도 다양했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최근 몇 년간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제가 닮고 싶고, 존경하는 사람들을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런걸 저도 모르게 추구해온게 아닐까 하는걸 최근 깨달았고요. 자영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기의 믿음을 가지고 씩씩하게 파이팅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20대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요즘 고아성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인스타그램이요.(웃음) 작품 수도 많고 오래 일을 하긴 했는데, 갑자기 '어떤 작품이 재밌게 봤어요'라는 말을 듣는 게 그렇게 반갑고 행복할수가 없어요. 인스타그램 하면서, '공부의신' 재밌게 봤어요, 그런 이야기를 지금도 듣는게 그렇게 행복하더라고요. 또 다들 어떻게 그렇게 센스가 있으신지. 너무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