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자 미쓰리' 이혜리 인터뷰 / 사진: 크리에이티브 ING 제공


그저 '미쓰리'로만 불렸던 '청일전자'의 말단 경리가 차츰 성장하며 '이선심'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찾아간 것처럼, '걸스데이 혜리' 역시 점점 성장해가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배우로서 '이혜리'라는 이름을 더욱 각인시킬 날이 머지않게 느껴진다. '청일전자 미쓰리'를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진 이혜리를 만났다.

지난 14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극본 박정화, 연출 한동화)는 위기의 중소기업인 '청일전자'의 직원들이 삶을 버텨내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극 중 이혜리는 말단 경리에서 부도 위기에 놓인 회사의 대표가 되는 '이선심'을 연기했다.

이혜리는 "선심이와 만난 게 벌써 대본을 받고는 8~9개월 정도 지난 것 같다"라며 "촬영은 6개월 정도 했는데, 모든 계절을 선심이와 함께 보낸 것 같아 종영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주위 분들께서 위로를 받았다거나 공감됐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작품은 끝났지만, 계속해서 마음 한편에 남아있을 것 같은 의미 있고 감사한 작품이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이혜리가 타이틀롤로 나서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현실적인 모습이 담기며 다소 답답한 내용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극이 전달한 메시지와 주연으로 나선 이혜리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호평이 이어졌다.

이혜리는 "거의 1년 8개월 만에 하는 드라마라는 것도 부담이 됐는데, 제목에 '미쓰리'가 들어가니까 분량도 많고 전체적인 것을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담감이 있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풀었던 것 같다"라며 "현장에 간 다음부터는 편해졌다. 워낙 선배님들이 많이 계신 현장이다. 리허설부터 대사를 하시는 것을 보면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안정감이 느껴졌다"라고 함께 한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물론 호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배우 이혜리'가 자리를 잡는 것에 크게 기여했지만, 여전히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응답하라 1988' 덕선이를 떠올리는 시청자도 있었다. 이혜리는 "만약 제가 덕선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면, '선심이' 같은 역할은 일부러 피할 것 같아요"라며 "이런 비슷한 맥락이 아닌, 진짜 센 역할이나 악역을 하면 덕선이처럼은 안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것에 얽매이고 신경을 쓰면 작품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오직 '선심이'만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다"라고 이번 작품을 선택한 소신을 밝혔다.


극 초반 이혜리는 잔뜩 움츠러든 어깨와 요리조리 눈치를 보는 모습 등 디테일한 연기로 직장에서 하대받는 막내의 고충을 드러냈다. 특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신입사원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단 3벌의 옷만을 착용하고, 화장도 거의 하지 않은 수수한 얼굴로 화면에 등장했다. 이처럼 몰입도 높게 완성한 이혜리의 연기는 많은 '사회초년생'들에게 공감을 안겼고, 또 '이선심'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이혜리가 공감 가는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의 주변에 있었다. 사실 이혜리는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데뷔 10년 차가 됐다. 게다가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특수성이 있는 만큼, 일반적인 직장인의 입장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캐릭터를 어떻게 완성했는지 묻자 "처음 선심이를 봤을 때 '왜 이걸 굳이 이렇게 하지?'라는 마음이었다. 제가 대신 싸워주고 싶을 정도로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근데 이건 '혜리가 선심이를 보는 입장'이었다. 친구가 선심이에 대해 보고는 '나도 그렇게 살아'라고 얘기했다. 그런 식으로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라며 "제 친구들이나 주변의 헤어나 메이크업 스태프 친구들의 경우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다. 보통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거절하거나 반박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심이를 만들어갔다"라고 답했다.


외적인 부분에서도 변화를 주며 '이선심'을 완성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혜리는 "제가 안경을 쓰고 드라마를 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 안경을 쓰는 레퍼런스를 주셔서 거기에 맞게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 등을 많이 고민했다. 점퍼 같은 경우 거의 사무실에 있을 때는 내내 입는 식이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혜리는 '이선심의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했다며 "원룸에서 살고 있는데 한 달에 얼마가 필요할까. 통장에는 얼마가 있을까. 또,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처음으로 구한 직장의 사원증은 굉장히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라며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하니까 선심이에 대한 내면도 함께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혜리는 "제가 선심이와 거리가 되게 멀었는데, 그 거리를 좁히면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라며 "사실 저는 협력업체나 이런 것들이 너무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이번에 중소기업에 다니시는 분들께 여러 메시지를 받았다. 다들 공감이 많이 됐고, 위로를 받으셨다는 이야기였다. 저는 그게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선심이를 연기하면서 위로하고 다시 일어날 힘을 줬다고 생각해서 저 역시 약간이지만,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이번 역할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청일전자 미쓰리'의 목표는 고단한 현실을 버티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제가 특별하거나 빛나는 사람이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서 좋았던 것 같다"라며 이혜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다. 제 공간과 구역에서만 살아왔는데 이제는 조금 더 다른 공간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으로 배우로서 더욱더 성장해갈 이혜리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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