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양진성 인터뷰 / 사진: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2010년 <웨딩드레스>의 단역으로 데뷔한 배우 양진성은 햇수로 9년차 배우다. 이화여대 조형예술학을 전공한 그는 영화 <소원>을 통해 만난 이준익 감독의 조언에 학업을 멈추고 연기에 전념했다. 미니시리즈부터 주말드라마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양진성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

양진성은 26일 진행된 tvN '크로스' 종영 인터뷰에서 "의학드라마는 처음이었는데 잘 끝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잘 끝낼 수 있게 노력해준 배우들과 스태프, 끝까지 응원해준 시청자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양진성은 "전문직 여성을 연기하게 돼 부담감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가 연기한 캐릭터의 직업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였는데 멋진 전문직 여성을 처음 연기하다 보니 부담감도 있었다. 감독님이나 배우들이 좋은 퀄리티의 드라마를 만들어 주신 것 같다. 그런 작품에 임할 수 있었던 건 큰 경험인 것 같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연기 경력이 많은 배우도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의사 역할은 어려워한다. 이에 양진성은 "의사 역할을 경험해서 좋았다. 또, 제 캐릭터가 극의 핵심 키여서 감정적으로 격한 부분이 많았다.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충격적 사건의 핵심에서 힘들고, 아픈 고통을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 점을 놓치지 않고 집중감있게 담아낼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새로운 역할을 선보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극 후반부에 사건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양진성은 납치를 당하는 등 온갖 고난을 겼었다. 그는 "2주 밤샘 촬영을 했다. 매일 울고 소리 지르는 장면이 많았는데 시청자께서 같이 긴박감을 느껴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힘이 됐다. 저를 납치해야만 하는 허성태 선배님도 실제로는 섬세하고 여려서 '진성아 미안해'라고 말하고 연기하시곤 했다. 서로 고생하면서 찍은 만큼 끝까지 지치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크로스'를 연출한 신용휘 감독은 새로운 의학 드라마를 보여주기 위해 고증된 진짜를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이 많았다. 양진성은 "감독님이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그래서 수술신, 응급신도 리허설조차 1시간 넘게 하면서 허투루 안 보이려고 했다. 하는 척이 아닌 실제로 하는 것처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매우 사실적이어서 본방송에 못 나가는 게 있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연출하셨다"고 설명했다.

극중 선림병원 이사장인 손영식(장광)은 심장병을 앓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딸 연희(양진성)마저 심장병으로 잃을 위기에 처하자 불법 장기매매로 딸에게 새 생명을 준다. 불법 장기매매는 심각한 범죄 행위이며, 강인규(고경표)는 이로 인해 아버지를 잃는다. 그럼에도 손영식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딸을 살리고 싶었을 터.

양진성은 "아빠가 저를 사랑하는 절절함이 어긋난 사랑이 된 것 같다. 결국 타인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지 않았나. 장광 선생님이 무서운 역할을 많이 하셔서 촬영할 때 어렵진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편하게 해주셔서 좋았고, 반했다.(웃음) 실제 따님이 있으셔서 저에게도 살갑게 대해주셨다"고 장광과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양진성은 이어 "부둣가에서 심정지가 와서 의식을 잃었을 때 장광 선생님이 '솔직하게 얘기할 테니 내 딸만 살려 달라'고 말하면서 절규하는데 너무 슬펐다. 아빠를 용서하지 못하고 감옥에 보내는 인물 아닌가. 가슴이 찢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양진성은 '크로스'가 장기이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낯설고 생소한 소재여서 생각조차 못했다. '크로스'를 통해 다시금 장기이식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전소민 언니도 장기기증에 대한 얘기를 인터뷰에서 했더라. 저도 장기기증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면서 '크로스'의 의미를 되새겼다.

배우 데뷔로는 조금 늦은 24살 멋모르고 연기를 시작한 양진성은 감당해야 할 것이 많은 현실에 부딪히며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작품을 할 때는 휴학을 했다가, 작품이 없으면 학교에 다니는 생활을 반복했다.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못하는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 이준익 감독을 만났다.

역할은 작지만 책임감을 갖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설경구, 엄지원, 라미란 등 선배 배우들이 매 순간 진정성 있는 연기로 작품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연기는 아름다운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양진성은 다니던 대학을 그만뒀다.

"그때 배우는 좋은 직업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과감하게 학교도 그만둘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후회하지 않았다. 힘든 시기가 와도 좌절하지 않았다. 좋은 시간이었다."


'크로스'를 기점으로 배우 양진성을 보여줄 시간이 왔다. 그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으면서도 하나의 캐릭터로 각인될 수 있도록 하나는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매 순간 고민하면서 많은 걸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1년에 한 작품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좋은 작품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불러만 주시면 좋겠다"면서 "좋은 에너지로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30대가 되면서 자유로워졌다는 양진성은 "폭넓은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결혼하면 안 돼, 아이가 있으면 안돼라는 것들도 없어졌다. 20대에는 청춘물을 해야 하나, 통통 튀는 로맨스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배역에서도 자유로워졌고 일상생활도 자유로워졌다. 원래 자유로운 영혼이긴 했다. 좀 더 치열한 연애도 해볼 수 있고 결혼을 생각하면서 진지한 연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앞으로의 양진성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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