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자체발광 오피스'는 깨달음을 얻은 작품이에요"

배우 고아성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요즘 청춘의 고단한 삶을 대변한 '은호원' 캐릭터로 시청자와 소통했다.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고아성은 "'자체발광 오피스'를 하면서 미니시리즈 여주인공 타이틀이나 포지션은 중요하지 않았고, 여배우로서 제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2016년 MBC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정회현 작가의 입봉작이다. '풍문으로 들었소' 이후에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고아성은 스타 작가가 아닌 신예 작가의 작품으로 컴백했다. 고아성은 "드라마를 할 때 작가를 중요하게 본다. 대사를 보면 얼마나 신경 써서 썼는지 알 수 있는데 '자체발광 오피스'는 1부부터 재밌는 대사가 많았고, 내가 생각해서 말하는 것처럼 진심에서 우러난 대사들이 많았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비정규직 여직원이 주인공을 통해 취준생들의 애환을 다루고, 중견 관리직의 어려움과 여성 직장인의 고통까지 실감 나게 그렸다. 특히 이 세상 모든 '을'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의 현실적인 대사들은 이 드라마를 웰메이드 드라마로 완성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기억에 남는 대사가 너무 많은데 '오늘만 행복하게 살자'는 아주 간단한 행복의 법칙을 말하는 대사는 개인적으로도 와 닿았다. 나는 평소 그다지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지 않았는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 '오늘만 행복하게 살아볼까'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촬영하는 3개월 동안은 매우 밝게 살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어떤 사람이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3개월 동안 꽉 차게 밝게 살았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깨달음을 얻었다."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출산 연기를, '설국열차'에서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고, 경험자조차 없는 역할을 했던 고아성은 이번 드라마에서 "회사원들의 고난을 더 깊게 그리지 못한 건 아닌지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드라마 시작 전에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방송을 보면서 피드백도 받았다. 근데 친구들은 오히려 판타지를 좋아하더라. 관객마다 다르겠지만 은호원처럼 부당한 상황에서 맞서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신입사원보다 윗 직급인 분들은 '호원이 같은 애가 있으면 무서울 것 같다'고 하실 텐데, 다양한 의견을 들어서 재밌었다."


그동안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시청자와 만나온 고아성은 "실제 사회적 약자로 대변되는 캐릭터에 더 애정이 간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면서 "실제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이 많아지는 걸 느낀다"고 전했다.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 연기자라는 직업을 하고 있지만, 그도 '을'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배우는 모호한 게 직급이 있는 것 같지만 내부 집단에 들어오면 직급이 없다고 느낀다. 먼저 연기를 시작한 사람이라고 해도 겹치는 길이 하나도 없어서 조력자가 되는 걸 피한다. 선배는 명확히 있지만, 서로 명확하게 길을 알려주진 않는다. 직급이 없다는 건 본인이 자처해서 내려갈 수도 올라갈 수도 있는 것 같다."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스러웠던 '우아한 거짓말' 속 만지와 비상한 인물이었던 '풍문으로 들었소'의 서봄을 지나 '자체발광 오피스' 은호원까지 캐릭터와 함께 성장한 고아성은 작품이 끝난 지 12일이 지난 지금이 힘들다면서 "연기하고 싶어 죽겠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밥 먹다가도 '그대 내가 왜 이렇게 하지 않았지?'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가 많다. 작품이 끝나도 후회하고 되새김질한다. 다음 작품이 오기 전까지 계속 생각하는 편이라서 빨리 차기작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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