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혜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질투의 화신' 홍혜원은 반전 그 자체였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있는 줄 알면서도 직진 로맨스를 이어가고, 매 순간 당당하고 도도하다. 이렇듯 서지혜는 홍혜원을 통해 걸크러쉬(여성이 다른 여성을 동경하는 마음)의 진수를 보여줬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끝낸 배우 서지혜를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동안 작품에서 본 서지혜는 단아하고 세련된 매력이 각인된 배우였다. 차분할 거란 예상과 달리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나타난 서지혜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인터뷰를 이끌었다.

'질투의 화신'에서 서지혜가 연기한 '홍혜원'은 보도국 앵커 출신 청와대 홍보 수석의 딸이다. 서지혜는 아나운서 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홍혜원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의상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초반에는 캐릭터를 드러내지 않는 선에서 아나운서 느낌의 단아한 옷을 입다가 욕이 시작되면서 정장을 입었어요. 여성스러움을 가미한 의상은 핑크색 슈트였죠."

'질투의 화신'에서 서지혜는 분량보다 임팩트로 승부를 본 케이스다. 보통 로코 드라마에서 주도권은 남성에게 있는데, 이 드라마는 짝사랑 중인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도 주도권은 뺏기지 않는 묘한 관계 설정으로 극의 재미를 높였다.

"독특한 캐릭터가 탄생해서 기분이 좋아요. 홍혜원 캐릭터가 고심한 끝에 탄생했거든요. 작가님께서는 표나리와 이화신을 응원하는 분들과 이화신과 홍혜원을 응원하는 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홍혜원이 멋있는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제가 로코를 많이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걱정했어요. 드라마에서 욕하는 캐릭터가 없어서 시청자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어떻게 욕할지도 많이 고민했죠."


박신우 감독은 서지혜에게 홍혜원의 표정이 안 읽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래야 후반부에 욕이 등장했을 때 임팩트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서지혜는 찰진 욕설 연기를 위해 여러가지 버전을 준비해 선보였고, 그런 서지혜를 본 스태프들은 "제발 저보고 욕하지 마세요"라며 농담을 건넬 정도였다고.

"무표정하게 하는 데 욕이고, 대사 같은데 욕인 느낌을 잘 살렸고, 캐릭터를 잡는 데 도움이 돼서 감독님께 감사해요. 극 초반에는 쟁쟁한 분들이 많이 나오셔서 제가 임팩트가 있을지 고민했거든요. 분량은 적었지만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 드라마로 인해 신기한 경험을 했고, 즐거웠습니다."

'질투의 화신'을 만나기 전까진 차분하고 도시적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던 서지혜는 서숙향 작가를 만나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게 됐다. "작가님이 실제 성격을 물어보셨어요. 작가님도 단아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걱정되지 않냐고 하셨죠. 저는 실제 성격처럼 털털하고 밝은 걸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적었어요. 이번 캐릭터는 털털해서 조금 편안하게 연기했죠. 심심하게 뻔한 캐릭터, 악역이 아닌 캐릭터를 원했어요. 그래서 탄생한 게 홍혜원이에요."

뉴스룸에서 오디션 준비를 하던 혜원에게 술에 취한 화신이 와서 '사귀자'고 말하는 장면은 혜원 캐릭터의 서막을 알리는 주요 장면이기도 했다. "그 장면에서 효과음이 마치 게임에서 보스를 죽이는 것처럼 '두둥' 이렇게 처리돼서 재미있었어요. 더 찰지게, 점층적으로 표현하려고 여러가지 버전을 준비하고, 리허설도 꽤 많이 했거든요. 방송으로 보니까 혜원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 신인 것 같아서 좋았어요."


"XX 매력 있네"라는 대사는 온라인상에서 패러디될 만큼 이슈였다. 대본에는 없었지만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원래는 '자식 멋있네', '욕하고 멋있네' 등 여러가지 버전이 있었다. 사실감 있는 연기를 펼친 서지혜는 캐릭터화되는 배우라기보다는 캐릭터에 이입하는 배우에 가깝다고 했다.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는 게 편한 것 같아요. 캐릭터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내면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상상하면서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찾고, 캐릭터를 만들어가요. 홍혜원에게도 제 모습이 있겠죠. 이를테면 시크한 모습이요."

서지혜에게 '질투의 화신'은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다. 전문직 역할에 강세였던 서지혜를 로코배우로, 걸크러쉬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배우로 보게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서지혜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인기는 있다가도 없을 수 있잖아요. 길게 생각해야죠. 20대 때는 인기에 연연했지만, 그동안 안 된 작품도 많아서 슬럼프를 겼었거든요. 연기가 재미있어서 시작했는데 재미없어지면서 왜 하고 있느냐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 시기들이 지나면서 마음가짐을 바꾸게 됐어요. 30대가 되면서 뒤도 돌아보면서 연기를 더 열심히 하자고 스스로를 다잡았어요."

밤샘 촬영에 스태프가 "한 번만 아프면 안 되겠냐"고 해도 "아프지 않아서 죄송해요"라고 할 정도로 강철 체력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열정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인생에 있어서 제가 연기하는 이유는 스스로가 즐겁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일이긴 하지만 즐겁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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