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배우 이원근이 동성모터스 미니 부산에서 진행된 더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성진희 기자, geenie623@chosun.com 영화 '환절기' 포스터


[인터뷰①에 이어]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환절기’는 엄마 미경(배종옥)의 시선에서 때로는 프레임 밖에서, 미경과 그의 아들 수현(지윤호), 수현의 단짝 용준(이원근) 세 사람의 관계의 틈을 바라보는 따뜻한 애잔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교복을 입고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 ‘청춘스타’ 이미지가 강했던 이원근은 이 영화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어두운 모습을 끄집어낸다. 용준은 내향적이고 어두운 인물이다. 처음 입는 옷임에도 이원근은 지금껏 선보인 여느 작품 속 캐릭터보다 더 밀도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용준이가 저예요. 제가 학교에 시험을 보러 가야 했는데 ‘환절기’ 대본을 받고 학교도 못 가고 그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읽자마자 빠졌고, 마음이 아팠고, 공감했어요. 여태껏 느꼈던 것과는 달랐어요. 홀린 것처럼 이 영화를 꼭 하고 싶다고 했죠.”

“힘들 때 나타나는 어둡고 부정적인 모습을 깨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용준이는 그 모습을 깨려고 노력하지 않지만, 수현이에게 마음을 열죠. 실제 제 말투가 느려요. 감독님께 ‘용준이 말투를 느리게 하면 어떨지’ 물었더니 ‘이원근을 대입하면 더 좋다’고 하셔서 캐릭터에 저를 대입했어요. 말투, 표현방법, 어떻게 우는지, 손짓은 어떤지까지 저를 많이 꺼냈던 작품이죠.”


퀴어영화인 ‘환절기’는 수현과 용준의 관계에 집중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에 대해 잔잔하지만 깊게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 표현, 행동, 어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친구는 어떻게 대하고, 고등학교 시절은 어땠는지까지 저와 닮은 점이 많아요.”

“촬영하면서 힘들고 아팠어요. 감정신이 많았죠. 저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었어요. 꺼내기 망설여지고 힘들었는데 훌륭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동갑내기 친구 (지)윤호도 만났고요. 일주일에 일곱 번 만나는 좋은 친구도 얻었죠.”

‘마음의 계절이 바뀌는 순간’이라는 포스터 카피는 영화의 함축적 의의를 서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일부분이죠. 주된 영화의 흐름은 수현의 관계를 알게 된 배종옥 선생님의 구도를 나타내는데, 저와 수현이 사고를 당한 뒤에 (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성장기처럼 쭉 올라가는 시간을 표현한 거예요. ‘환절기’가 계절이 바뀌는 거잖아요. 마음이 바뀌는 것처럼 마음이 성장한다고 생각했어요. 아픔을 느끼고 느끼면 더뎌지는 게 아니라 이 아픔으로 인해 한 발자국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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