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배우 이원근 / 성진희 기자, geenie623@chosun.com


“감회가 새롭고 떨려서 잠을 못 자요. 어제도 새벽 4시가 넘어서 잤어요.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이 꿈에서 깨기 싫어요.” 영화 ‘그물’(감독 김기덕)과 ‘환절기’(감독 이동은) 두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찾은 이원근은 “기적 같은 시간”이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원근은 “서울에서 부산에 오려면 계획하고 와야 하지 않냐”면서 “포장마차가 유명하다는 데 가고 싶다. 관객들에게 보답하는 기회를 주신 거니까 그런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좋아하는 영화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만남(GV)을 통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생각하는 관점은 다 다르잖아요. 표현하는 것도 다르고요. 영화를 보는 시각이 다르니까 저는 그런 얘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오래 하는 걸 좋아해서 관객과의 대화가 새로울 것 같아요.”

2011년 건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이원근은 올해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연기자를 꿈꾸던 학생에서 영화제에 초청받는 배우가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나가다가 포스터를 봤는데 제 이름이 쓰여 있어서 놀랐고 꿈 같았어요. 감독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고 감사해요. 앞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TV 드라마로 얼굴을 알린 이원근은 최근 스크린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김기덕 감독과 함께 작업한 ‘거물’부터 올해 부산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환절기’ 그리고 지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주목받은 ‘거인’ 김태용 감독의 신작 ‘여교사’까지 이원근은 충무로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차기작 역시 학교 폭력 등 청소년 문제를 다룬 영화 ‘괴물들’(감독 김백준)을 택했다.

감독들은 왜 이원근을 택했을까. “김태용 감독님과 형님, 동생 하면서 지내요. 술을 조금 마시고 하신 말씀이 거짓말을 안 하고 과장을 안 한대요. 작품을 얘기할 때 진솔하게 얘기를 나누고, 작품에 임할 때는 생각하는 관점을 진솔하게 말해주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김기덕 감독님도 제가 시나리오를 볼 때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다고 하셨죠.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것보다 알고 해야 이해도 잘 되고 감독님과 소통할 때도 이야기가 되니까 편한 것 같아요.”

인생에서 언제, 누구를 만나는지는 때론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꿀 만큼 중요하다. 이원근은 김기덕, 김태용, 이동은 감독을 만나면서 색다른 경험을 쌓고, 그 자신을 마주하게 되고, 또 다른 나를 만들게 됐다. 현재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그물’은 7일 정도 촬영한 작품. 콘티 없이 대본만 있고, 리허설 없이 촬영할 때도 있고 모니터도 없는 ‘원테이크’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는 현장을 이원근은 김기덕 감독과 함께하면서 경험했다.

“처음엔 되게 낯설었죠. ‘그대 이름은 장미’라는 작품에선 모니터가 당연히 있었거든요. 모니터를 못 하니까 밥 먹을 때 시간을 쪼개서 미리 여쭤봤어요. 현장에선 감독님이 배우들을 믿어주셨던 것 같아요. 류승범 선배님은 연기적으로 훌륭하시지만, 저는 옷은 갈아입는데 무슨 신을 찍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촬영해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고민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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