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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서강준 "변화가 기회고 도전이에요"
서강준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하게 만든 작품은 두 개다. 지난 2013년 방영한 드라마 페스티벌‘하늘재 살인사건’과 최근 종영한 tvN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서강준은 캐릭터를 집어삼킨 듯한 호연을 펼쳐 배우로서의 자질을 높이 평가받았다. 신기한 점은 두 캐릭터 모두 서강준의 실제 모습과 사뭇 거리가 먼 캐릭터였다는 점.
두 번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서강준의 시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뷔작인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2013)에서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잘생긴 학교 오빠를 연기한 그는 B급 코드로 이뤄진 회별 에피소드를 완연하게 이끌며 강렬한 출사표를 던졌다. 지상파 첫 출연작인 ‘수상한 가정부’(2013)에서는 카리스마 밴드부 리더로 ‘나쁜 남자’인 듯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모성애를 자극하는 최수혁을 탄생시켰다.
그 다음에 만난 작품이 ‘하늘재 살인사건’이다. 서강준은 금기의 사랑에 빠진 청년 윤하를 눈빛으로 연기했다. 서강준이 아닌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놀라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장모 역의 문소리와의 케미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대중은 이 작품으로 서강준을 다시 봤고, 그를 주목했다.
‘앙큼한 돌싱녀’(2014)로 국민 연하남이 되고, ‘가족끼리 왜 이래’(2014)와 50부작 사극 ‘화정’(2015)에 출연하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길이 순탄했던 것만 것 아니다. 사력을 다해 준비한 ‘화정’에서는 만족할 만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다행히 쉴 틈 없이 시작한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에서는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놀라운 호연을 펼쳐 칭찬세례를 받았다. 서강준의 백인호가 더욱 빛나는 순간이었다.
“실제 성격과 달라서 걱정도 됐고 어려웠어요. 연기할 때는 온전한 나로만 연기하는 건 아니긴 하지만요. 나조차도 예측할 수 없는, 나와 다른 캐릭터를 선보였을 때 대중의 반응이 좋다면 연기자로서 희열이 큰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꿈이 있는 저로서는 나와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것이 큰 변화고, 변화 자체가 기회고 도전이에요.”
변화의 끝이 늘 달콤하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이라서 서툴고, 정답이 없어서 무너지기도 여러 번. 그럼에도 청춘의 도전은 ‘멈추지 말라’고 말한다. 스물둘, 지금의 서강준도 그렇다. “신인 배우나 저처럼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는 나이가 어린 배우들은 항상 ‘센 역할’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이를테면 ‘추격자’와 같은. 본인이 해보지 않은 것, 그리고 언제나 팔색조처럼 변할 수 있음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아요.”
‘치인트’를 하면서 줄곧 했던 말은 ‘더 잘하고 싶은데 아쉽다’는 말이었다. 자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아”, “어제보다 잘했어”라고 절대평가 될 수 있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칭찬을 해주어도 좋을 시기였음에도 “이럴 때일수록 더 실망시켜 드리면 안돼요. 더 잘해야 해요”라며 마음을 추스르는 그였다. 그는 “’화정’ 들어갈 때도 준비를 하지 않아서 넘어진 게 아니라,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닿지 않은 거였거든요.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고민이 많아요”라며 토닥이는 말에도 쉽사리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칭찬을 받아도 마냥 기뻐하거나 만족할 수 없고, 쓴소리를 들어도 그대로 넘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연기의 깊이가 더욱 깊어졌으면 좋겠어요. 이런 바람은 끝이 없죠. 인호도 깊게 표현하려면 할 수 있는 캐릭터인데 조금 아쉬워요. 물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저의 최선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론 아쉽고 그래요.”
‘승부욕이 있다’, ‘연기 욕심이 많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서강준의 강단이 엿보였다. “따뜻한 백인호”를 만드는 동안 그는 더 외롭지 않았을까. 가족과도 같았던 ‘절친’ 유정(박해진)과 오해로 멀어지고, 짝사랑하는 친구를 일말의 기대 없이 바라만 봐야 하고, 상처로 가득한 누나(이성경)를 돌보는 동안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치유 받지 못하는 인호가 꽤 외롭게 읽혔다.
“저는 인호가 제일 안타까웠어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불쌍하고 처연했어요. 진짜 외로웠어요. 외로운 캐릭터예요.”
데뷔 때부터 늘 서강준과 인터뷰를 해왔지만, 인터뷰 도중 그가 시선을 돌리는 일은 없었다. 인터뷰하는 순간 최고의 몰입을 쏟아내는 사람처럼 아이컨택에 능숙한 배우로 손꼽힐 정도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인호를 회상하던 서강준은 초점이 흐려진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읊조리듯 말했다. 드라마에서 아무도 어루만져주지 않았던 인호를 서강준이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몇 차례의 도전, 손에 꼽히는 성공은 그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몇 발짝 뒤에서 본 서강준은모든 게 조심스러웠던 소년에서 조금씩 세상을 깨우쳐가는 청년의 단계에 다다른 듯 보였다. “나 스스로 성장을 가늠할 순 없지만,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오늘의 그에게서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했다. 모진 비바람에도 쉬이 흔들리거나 꺼지지 않을 불빛을.[인터뷰②] 서강준 "'꽃청춘' 간다면 93라인 유승호·지수·이현우와 함께" 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