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삼십 대 중반의 나이라서 정말 좋아요" / 사진 : 호호호비치 제공


임수정과 첫 만남이었다. 그래서 만나기 전 막연한 이미지가 있었다. "죽을래, 나랑 살래"라는 말을 동그란 눈으로 받아내던 그녀를 신비롭고도 차분한 느낌으로 기억했다. 실제로 만난 임수정은 그 흔한 비비크림도 바르지 않은 민낯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민낯 같은 이야기를 내놓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

인터뷰 전날 임수정은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영화를 15편 이상 해왔지만, 여전히 인터뷰는 힘들다. 하지만 임수정은 약간 생각을 달리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기자 분들을 만나는 자리가 첫 관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규모 G/V(관객과의 만남)를 하는 느낌으로 인터뷰하면 자유롭게, 즐겁게 주어진 시간 동안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생각을 약간 달리한 것뿐인데 시간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생각을 달리한 임수정의 말에 인터뷰의 공기가 순간 바뀐다. 아마도 이것이 <은밀한 유혹>을 마친 배우 임수정의 '유혹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강동원, 소지섭, 유연석 등 작품에서 호흡한 남자 배우들의 한 품에 쏙 안겼던 그녀이기 때문일까? 안아주고 싶은 그녀가 어울릴 것 같은데 실제 임수정이 생각하는 자신의 '유혹의 기술'은 달랐다.


"저는 조금 포용하는 타입인 것 같아요. 그들도 그렇게 생각하려나? 저는 나이를 떠나서 남자 선배님, 후배님, 동료들에게 얘기를 들으면 제가 오히려 더 누나인 것 같대요.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이라고. '제가 이성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그런 면인가?'라는 생각을 했었요. 예전 허진호 감독님과 함께한 <행복> 속 캐릭터 때문인가. 그 캐릭터는 모든 남자 분들이 다 좋아하시더라고요. 수많은 이성이 저한테 그런 모습을 기대하시나 봐요."

이런 모습에 임수정을 이상형으로 꼽은 스타들도 많다. 최근 유연석부터 과거 이승환, 로이킴 등도 이상형을 임수정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남자의 로망이지만 그녀는 아직이다. "모르겠어요. 원래 말 잘하는 사람들이 실천을 못 하듯 그런가 봐요. 지금도 좋아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마냥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기에 대한 거부 반응은 없어요. 그런데 그럴만한 상대가 있어야 하는 거니까."

눈이 높다는 말에 "나 문제 있는 여잔가 봐"라며 너스레를 떤 임수정은 "워낙 활동적이지 않아서 만남의 순간들을 잘 못 경험하는 것 같아요. 기타연주, 꽃꽂이, 독서같이 취미도 혼자 하는 게 많고요. 노력해 볼게요. 그런데 말뿐인 것 같아요. 그냥 충전할 시간이 생기면 혼자 노는 게 좋아서요. 누군가를 만나고 그래야 되는데"라고 덧붙인다.


임수정의 지금이 외롭거나 스스로 작아지는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머지않은 시간내에 결과물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글쓰는 일이 힘들 때도 있다. "좋아서 시작했어도 힘들어지는 순간이 '확' 오거든요. 그 고비를 잘 넘기면 진정한 자유로움이 온답니다"라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는 그녀다.

"가장 중점을 두는 건 저는 저답게 사는 거예요. 저는 '어떻게 해야 더 나답게 살 수 있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해요. 가깝게는 뭘 먹고 싶은지부터 어떻게 살고 싶은 지까지요. 배우 임수정은 저 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 길을 가려고 하고요. 제 개인의 삶도 좀 더 저답게 사는 걸 중점으로 매일의 일상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영화 <은밀한 유혹>에는 '거울을 보라, 어떤 모습이 보이는지'라는 말이 등장한다. 신데렐라의 주문 같은 그 말을 임수정에게 되물었다. 최근에 거울에서 어떤 모습을 보았는지.

"저는 지금 제가 너무 좋아요. 여러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요. 제가 배우라서 너무 좋아요. 계속해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할 기회가 있고. '그동안 하나하나 차곡차곡 내 속도대로, 신념대로 필모그래피를 잘 꾸려왔구나'생각도 들고요. 빨리 현장에 가고싶기도 해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있는 그 행위, 순간 자체가 가장 행복해요. 함께 만드는 사람들과 호흡하는 것도 이제는 좀 더 여유가 생기고 즐거움을 찾았어요. 그전에는 저 스스로 압박하고 무게감에 짓눌리곤 했거든요. 여자로서도 지금 제 삼십 대 중반의 나이라서 정말 좋아요. 할 수 있는 역할의 기회도 더 많아졌고, 좀 더 자신감도 생겼고요. 그래서 전 지금 제가 참 좋아요."

[인터뷰① '은밀한유혹' 임수정, '눈으로-본능으로']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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