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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서진 "'내과 박원장' 통해 얻고 싶은 것? 그저 즐기고 싶어요"
이지적인 분위기로 국내외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이서진이 민머리에 가발을 쓰고,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얼한 중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은 이서진의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원작 웹툰 속 주인공의 외향과 이서진이 그간 보여준 이미지가 극과 극이었기 때문. 이어 공개를 앞두고 티저 포스터, 스틸이 나올 때마다 이서진의 역대급 변신이 화제를 모았다.
그렇게 이서진의 첫 코믹 도전이 시작됐다. 작품을 열어보니 이서진의 변신은 비주얼이 다가 아니었다. 코미디 장르에서 손꼽히는 라미란, 김광규 등 배우들과 함께 코믹 하모니를 펼쳐가는 이서진의 모습에서 이질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각한 것보다 더 짠내나고, 더 코믹한 '내과 박원장'을 소화한 이서진과 종영 전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첫 코미디에다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코미디 도전해 보니 만족했나. 코미디에 더 도전할 생각도 있는지?
너무 재밌게 촬영 잘 했고요. 보시는 분들이 점수를 후하게 주시면 좋겠어요.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든지 (코미디) 가능하죠. 사실 재미는 촬영할 때보다 촬영 안 하고 있을 때 재밌는 일이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현장은 정말 재밌었어요. 해본 작품 중에서 가장 재밌는 현장이 아니었나 싶어요.
Q. 민머리 변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도전하기에 어렵지는 않았나.
어려운 점이라면 특수분장하는 거죠. 그런 모습으로 촬영하는 게 어려웠고 다른 건 다 재밌게 촬영을 했어요. 사실 저는 변신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제가 가진 모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내과 박원장'은 감독이 직접 대본을 썼기 때문에 저는 연출에 많이 의존했고요. 대본의 감성이 젊은 층에 더 맞다고 생각했고, 감독도 젊고 하니까. 저는 제 나름대로 감독의 의도대로 잘 하지 않았나 싶어요.
대머리 분장은 제가 처음부터 해야 한다고 감독에게 얘기를 했던 부분이고요. 근데 여장이 나오는 줄은 몰랐어요. 여장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라고요.(웃음) 분장도 그렇고. 분장 팀에서 자꾸 욕심을 내서 눈 화장도 하고 했어요.
Q. 첫 공개 후 반응이 뜨거웠다. 댓글 반응은 확인했나?
댓글을 볼 줄을 잘 모르기도 하고, 잘 보지도 않아요. 주변에서 얘기해 주면 아는 정도고요. 좋은 댓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서진이 전 재산 탕진했다'는 말도 있었고, 제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봐줘야 한다 그런 재밌는 댓글들이 있어서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뭔가.
저는 웹툰이 있는 줄도 몰랐고, 대본을 먼저 받아 보고 웹툰이 있다는 걸 알아서 찾아봤어요. 어쨌든 웹툰이랑 드라마가 다른 점도 있고, 웹툰만 가지고 드라마를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것보고 결정했죠. 주변에 젊은 친구들이 모니터링하고 '재밌는 대본'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나이가 젊지 않다 보니 젊은이 감성과 다를 수 있는데, 젊은 친구들이 재밌게 본다면 재밌나 보다 해서 선택했어요.
Q. 웹툰과 어떤 점에서 차별점을 두려고 했나.
웹툰은 박원장이라는 사람의 애환에 대한 것들이 많이 있어요. 저는 그런 것보다는 드라마 상에서 재미와 웃음으로 이런 걸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촬영 현장이 재밌었다고 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아무래도 많은 배우분들이 애드리브를 하세요. 코미디 장르다 보니까요. 가끔은 어떤 게 애드리브고 어떤 게 대사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가끔 저도 욕을 더 심하게 한다던가 하는 그런 애드리브를 하거든요. 큰 아들이랑 찍은 신에서도, 아들이 제 손등을 핥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하면서 그게 너무 웃겨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Q. OTT 작품이다 보니 촬영 현장도 기존 드라마 현장과 달랐을 것 같다.
OTT라서 PPL도 거의 대놓고 막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애드리브를 더 많이 하게 되고 그런 점도 있어요. 이번엔 카메라 렌즈를 보면서 대놓고 (홍보를) 하는데 제가 하면서도 너무 웃기더라고요. 몇몇 장면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일부러 과장한 것도 있어요. 새로운 경험이었고요. 해도 괜찮다고 하니까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Q. 코미디 장르에 특화된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다. 출연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어요. 신은정 씨 김광규 씨 같은 경우는 워낙 저랑 가깝고, 라미란, 차청화 씨도 성격이 밝고 재밌으신 분들이라 코미디에 다들 적합한 분들이라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촬영 안 할 때는 광규 형이랑 워낙 친해서 치격태격하고 놀 때가 많은데, 같이 재밌어하고 끼어들기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놀았죠. 또 다들 연기 경력이 오래된 분들이라 촬영 없을 때는 긴장하는 게 없어요. 큐 들어가기 전에는 그냥 노느라 바쁜 현장이었어요.
Q. 아내 역의 라미란을 강력 추천했다고. 어떤 매력이 있던가.
라미란 씨는 제 원픽이에요. 작품 할 때마다 같이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야 함께 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이번엔 코미디로 만났지만, 라미란 씨와는 정극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부부 말고, 라미란 씨하고는 여러 가지 다양한 장르에서 함께 연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라미란 씨가 코미디 쪽으로 잘 한다고 알려졌지만, 제가 보기에는 정극에도 너무너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어떤 역도 잘 어울리고 잘 스며들 것 같은 배우죠.
Q. 라미란 배우와의 고수위(?) 애정신도 화제였다. 현장 분위긴 어땠나.
찍기 전까진 서로 딴 소리만 하다가 슛 들어가면 찍는 거에요. 테이크를 여러번 하다보니까 점점 수위가 세지더라고요. 더 센 것들도 있는데, 아마 편집해서 적당한 거로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둘다 재밌게 하자고 하는 거니까 테이크 가다보면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 해보거든요. 주변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해요.
Q. 그렇다면 '사모림' 같은 와이프는 어떤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나.
함께 오래 살 수는 없겠죠.(웃음) 촬영할 때보다 방송으로 보니까 더 황당하더라고요. 사모림이 사랑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 살 수는 없어요. 만나더라도 그렇게 오래갈 것 같지는 않아요.
Q. 평소 김광규 배우와도 친한 사이인데, 현장에서 만나면 어떤 분위기인가.
김광규 씨는 제가 연기로라도 아부를 하면 너무 좋아해요. 방송에서 형 가방 들어주고, 빨래하고 그런 게 대접받는 느낌이라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 신이 끝나면 제가 바로 바뀔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촬영하는 순간만큼은 너무 좋아하면서 즐겨요.(웃음)
Q. 아들 역으로 출연한 주우연, 김강훈 배우와의 촬영은 어땠나. 부자 호흡을 맞춰야 하는 만큼 많이 친해졌을 것 같은데.
우연이는 그렇게 어리지도 않아요. 20대 후반이고, 제가 사실 어린 친구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은데 강훈이는 이제 중학생 나이라서 말이 잘 통하는 나이가 된 거예요. 제가 현장에서 무게 잡는 스타일도 아니고 라미란 씨도 다 놀면서 하는 거지 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걔네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나이였고, 저희도 젊은 사람들의 것을 받아줘야 하고 하니까 넷이 촬영하는 것도 굉장히 즐거웠어요.
Q. 상황은 다르지만, 이서진과 박원장 모두 중년 남성이라는 점에서 공감 가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저는 머리숱이 많기는 하지만 탈모 고민은 중년 남자라면 누구든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때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고요. 저도 당연히 중년으로서 고민이 많죠. 건강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지 않나 싶어요.
Q. 그간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은 귀티 나고 깔끔한 모습인데, 박원장과 닮은 점도 있나?
저도 절약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성장 과정에서 나온 습관이기는 한데, 집에서 전기 많이 켜 놓고 있는 걸 되게 싫어하고 예민해 하거든요. 어찌 보면 박원장보다 더 짠 내가 날 수도 있어요. 음식 버리는 것도 되게 싫어해요.
Q. 박원장으로서 얻고 싶은 목표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저는 배우로서 얻고 싶거나 그런 것은 없어요. 이제는 나이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뭘 얻어야겠다는 욕심은 없고, 그냥 '내과 박원장'이 재밌고 웃기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이뤘는지 아닌지는 시청자분들이 평가해 주실 일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너무나 감사할 정도로 목표를 성취한 것 같고,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제는 그냥 작품의 한 일원으로서만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다만 나이가 들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작품을 볼 때 '이거 잘 될 것 같아' 해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이거 하면 재밌겠다' 하는 걸 선택하게 되거든요.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배우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하면서 재밌는 작품들을 할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올 한해는 어떻게 보내고 싶나. 생각해 둔 계획이 있나.
저는 그냥 쭉 쉬고 싶은데.(웃음) 일을 조만간 또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박원장도 시즌제로 간다면 당연히 해야하지 않을까요? 다른 분이 해도 되기는 하지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