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김준수 화상 인터뷰 / 사진: 씨제스, 오디컴퍼니 제공

김준수와 '드라큘라'는 뮤지컬을 잘 모르는 대중들도 알 만큼 긴밀한 연결고리다. 국내 초연 당시부터 드라큘라로 활약한 김준수는 붉은 머리의 '드라큘라'를 탄생시켰고, 가녀린 이미지와 미성으로 '샤큘'(XIA와 드라큘라의 합성어)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Q. 이젠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샤큘'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해온 뮤지컬들을 하나도 빼놓을 수 없이 소중해요. 더더욱이나 '드라큘라'는 한 번도 빠짐없이 했던 작품이라 초연작 할 때보다 또 다른 느낌의 부담감이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얘기로 '샤큘샤큘'해주시지만,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작품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재관람하시는 분들도 납득을 시킬 수 있는 노래나 연기가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샤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무대와 공연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부담감과 중압감은 더 심해요. 불과 작년에도 한 작품이고, 배우분들 몇 분 빼고는 시나리오부터 무대까지 거의 똑같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새로운 모습이나 그 기준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죠.

Q. 초연부터 다 참여하신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초연부터 해 오면서 작품이 그 안에서 다양한 변천사를 맞았어요. 이 신이 추가됐다가 빠졌다가, 다시 아예 바뀌었다가 새로운 곡이 들어오고 했거든요. '드라큘라'가 다른 수많은 국가에서 올려졌던 작품인데, 초연 때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초연, 재연, 삼연하면서 본의 아니게 제 의견도 많이 어필을 했어요. 감사하게도 그게 많이 반영이 됐고, 새로운 곡들도 추가가 됐죠. 적어도 '드라큘라'라는 작품만은 다른 나라와 똑같은 시나리오, 같은 노래로 올려진 '드라큘라'보다 가장 완성도 높은 '드라큘라'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배우로서 너무 뿌듯하고 그런 마음이 있어요.

Q, '샤큘'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헤어라는 파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였다. 어떻게 탄생했는지?

본의 아니게 하게 됐는데 후회가 되기도 해요.(웃음) 초연 때 당연하게 블랙 머리로 하려고 했어요. 블랙 포마드가 '드라큘라' 하며 떠오르는 모습이잖아요. 사실 머리색 하게 된 건 무대 올라가기 2~3일 전이었어요. 리허설 때까지 블랙 머리로 하려다가, 어느 순간 '프레쉬 블러드'라는 넘버에서 젊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신을 할 때, 흡혈을 하면서 피가 몸으로 흡수가 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피가 머리에 전이가 된 듯한 시각적인 표현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말씀드렸더니, '그렇다면 해봐라'라고 해주셨어요. 참 감사한 일이었지만, 사연까지 하다 보니까 두피 관리에 엄청 신경을 쓰고 있어요.(웃음)

Q. '드라큘라'도 코로나19의 직, 간접적인 여파가 있었다. 아쉬움은 없나.

'드라큘라'를 무대에 4년 올렸는데, 작년에 벌써 올해 '드라큘라'가 논의되고 있었어요. 작년에 이미 많은 취소 회차가 나왔었고, 본의 아니게 사회적 거리두기도 격상되면서요. 그래서 제작사 대표님도 내년에 올려서 만회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셨고요. 작년 말에 코로나19가 잡힐 것처럼 말이 나와서 올해 5월에는 코로나 걱정 없이 할 수 있겠지 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죠. 그 와중에 초반에 (코로나19 감염자 관련) 일이 있어서 취소 회차도 좀 나왔고요. 아쉬웠지만 당장은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공연을 통해 관객분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뿐이에요.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어요.

Q. 조정은, 임혜영 배우에 이어 이번에 첫 합류한 박지연 배우까지, 미나 역을 맡은 배우들과의 로맨스 호흡은 어땠나.

아무래도 정은 누나, 혜영 누나랑은 오래 같이 해왔었기 때문에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었죠. 서로 여유가 있다 보니까 그날그날 더 집요하게 하는 날도 있고, 방관하듯이 하는 날도 있고요. 서로를 푸쉬해주면서 티키타카가 나오고, 그러면서 재밌게 연기했어요. 지연 씨는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개성에 맞게, 자신이 생각한 '미나'를 씩씩하고 확고하게 잘 표현해주시더라고요. 연습할 때도 호흡이 좋았어요.

Q. 뮤지컬뿐만 아니라 '미스터트롯', '미스트롯2' 마스터로도 활약했다. 선배 가수로서 후배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남달랐을 것 같다.

사실 노래를 평가하고 심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임한 게 아니라 응원하는 마음이었어요. 절실한 분들이 오디션에 많이 참여하시잖아요. 그런 분들을 보면서 무대에서 노래해온 저를 되돌아보며 참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딱한 사연이 있는 분들은 정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면서 했죠. 예전의 제 모습,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 제 모습이 생각도 나고 회상이 되더라고요.

Q. 뮤지컬 배우 경력으로만 10년이 넘었다. 어떤 게 가장 많이 달라졌을까.

예전엔 누나들 속에서 뮤지컬을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저를 '형', '오빠'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아져서 시간이 흘렀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웃음)

Q. 유독 판타지나 코스튬이 돋보이는 장르 뮤지컬에 출연해왔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저는 뮤지컬 자체를 사랑하는 관객이기도 해요. 제가 무대에 오르는 중에도 다른 라이벌 작품도 쉬는 날이면 보러 가거든요. 여러 사랑 이야기도 있고 인간적인 이야기도 있는데, 제가 보는 뮤지컬에서 가장 재밌다고 느낀 것들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간 것들이었어요. 그런 주제가 뮤지컬로 만들어졌을 때 영화보다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끌리다 보니까 제가 작품을 고르는 데 우선순위에 들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특히나, '데스노트' 같은 경우는 너무 코스프레처럼만 보이면 안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했죠.

여태 어두운 분위기만 해서 밝은 뮤지컬도 정말 하고 싶어요. '킹키부츠' 같은 거요. 저는 항상 죽고 죽이고, 울고 이러고 끝나는데, 마냥 해피엔딩인 작품도 꼭 해보고 싶더라고요. 제가 춤도 자신 있기 때문에 춤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밝은 뮤지컬 해보고 싶죠.

Q. '드라큘라'는 감정 몰입이 무엇보다 중요한 캐릭터다. 무대 안과 밖에서 감정 변화를 다루는 노하우가 있다면?

제가 무대 안과 밖이 다르다고 해서 거기에 막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신을 끝내고 나오면 '내가 어떻게 했지?'하면서 뭐 했는지 모를 정도로 완전히 빠져서 하거든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 루틴이랄 건 없고, 잘 자고요, 공복에는 노래하기 힘들어서 가볍게 배를 채우는 정도예요. 목을 좋게 하려고 가습기를 켠다던가 그런 건 없이 러프한 편이죠.

Q. 최근에 김재중 씨가 단독 여행 예능을 보여주고 있다. 부럽지는 않나?

정말 제일 하고 싶은 거예요. 재중이 형이 저를 데리고 가면 좋겠어요.(웃음) 원래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여행을 못 가고 있는 것도 있고, 공연도 계속되고 있어서 여행을 가고 싶어요. (재중이 형처럼) 일을 하면서 여행을 한다고 하면 누가 마다하겠어요?

Q. 뮤지컬로 넘어온 아이돌 후배들도 많다. 자신은 어떤 선배인 것 같나.

저를 롤모델로 언급해주시는 후배들이 있어서 정말 항상 감사해요. 보통 노래 잘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팀 공백기일 때 개인 활동으로 뮤지컬을 하곤 하잖아요. 그런 분들이 저를 언급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은 좋은데 너무 부끄러워요. 저도 이제 제가 아이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민망하더라고요.(웃음) 그럴수록 더더욱 '내가 부끄럼 없게 큰 책임감과 마음가짐으로 임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Q. 뮤지컬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예전에는 상을 받고 싶다 그런 게 있다면 지금은 전혀 없어요. 제가 뮤지컬을 하면서 나이를 먹다 보면 어느 순간 '드라큘라'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나이대나 모습이 될 수도 있잖아요. 내 나이와 모습에 맞게 주인공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그 나이대 세월의 흐름에 맞게 무대에 계속 은은하게 남아있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배우로서요. 그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도록 매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이고, 그게 제 목표예요.

홈으로 이동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