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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터뷰] 이도현 "'18 어게인' 하며 양육 가치관 변화…부모 마음 알겠더라"
이도현이 데뷔 3년 만에 주연을 따냈다. '18 어게인'을 통해서다. 2인 1역에 선배들과의 호흡까지, 쉬운 연기가 아니었음에도 특유의 성실함과 소화력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극 중 이도현은 이혼 직전에 18년 전 리즈시절로 돌아간 남편 '홍대영'을 연기했다. 마법처럼 18세가 된 홍대영은 '고우영'이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찾으려 하지만 자신이 몰랐던 가족들의 고충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아빠이자 남편인 '홍대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윤상현과 2인 1역을 연기한 그는 혼전임신으로 꿈을 포기하고 가장이 되어야 했던 1020 시절의 모습부터 완연한 아저씨가 된 30대의 모습을 섬세한 면면으로 표현했다.
Q. '18 어게인'을 통해 주연배우로 거듭났다.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데뷔 후 3년 만에 첫 주연작인데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감도 많았죠. 원래 연기하면서도 '나도 꼭 주인공 해보고 싶다. 언젠간 하겠지'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주인공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웃음이 나지는 않았어요. 무섭고 떨렸고, '내가 진짜 주인공을 하는구나. 어떡하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Q. 고우영으로 사는 홍대영을 연기하는 건 배우로서도 도전이었을 텐데, 만족도는 어떤가.
1부에서 몸이 어려지고 나서 첫 등장을 하는데, 그때 모습이 시청자분들한테 윤상현 선배님처럼 보이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부분에서 시청자분들께 불편함을 드려서 '쟤 뭐야'하는 말을 듣은 순간 민폐가 되거든요. 그래서 리딩도 많이 했고, 윤상현 선배님께서도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어쨌든 홍대영이라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선배님이 읽으신 걸 녹음해서 보내주시면 저는 들으면서 따라 하고, 또 제 색깔도 입히고 했어요.
원래는 캐릭터적으로 접근을 해서 이 캐릭터의 습관은 뭘까에 대해 분석을 많이 했는데,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감독님께서도 '홍대영은 윤상현이야. 그랬으면 좋겠어'라고 해주셨어요. 캐릭터를 관찰했다기보다는 윤상현 선배님을 관찰하고 캐치하려고 했죠. 그래야만 어떻게 해서든 중점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Q. 촬영기간 약 8개월간 홍대영으로 살면서 변화한 점이 있나.
(윤상현 선배님을 따라 하면서) 잔소리가 많아졌어요. 선배님이 잔소리가 많으시다기보다는 장난으로 궁시렁궁시렁하시거든요. 그런 것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선배님이 오시면 하하호호 웃게 돼요. 저도 괜히 장난을 치게 돼요. 일상에서도 홍대영처럼 살아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괜히 트집 잡고 그런 습관들이 생겼어요. 원래도 제가 곤대 같은 면이 없지 않으니까 그런 부분들이 잘 습득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대학에서 과대를 하거나 할 때 룰을 중요시하는 성격이었거든요.
제가 평소에 어디 가서 소리쳐본 적도 없고, 음식 주문도 잘 못 하는 성격이에요. 목소리가 큰 편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다른 분들께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잘 말을 못 해요. 선배님을 많이 관찰하다 보니 그런 부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톤 자체도 높으시고, 촬영할 때 제가 못했던 걸 해서 한편으로는 통쾌하기도 했어요.
Q. 경험하지 못한 아버지 역을 소화해야 했다. 이해하기 힘든 감정일 법도 한데?
아버지로서 표현해야 하는 부분들은 (윤상현 선배님과) 교차 지점이 있어요. 제가 분석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윤상현 선배님은 실제 아버지시니까 그 마음에 비하는 저는 새 발의 피가 안되기 때문에 교차로 찍었어요.
처음에는 어렵다 보니까 감독님께서 접근하기 쉽게 표현해주셨어요. 제가 강아지를 키우니까 '강아지가 죽었다고 생각해봐. 그거에 백배가 네 자식이 죽은 심정이야'라고 해주셨어요. 그걸 감안하고 연기했는데도 한계에 부딪히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제 가족들에게 대입해서 연기했어요. 평상시에도 김하늘 선배님을 볼 때 와이프처럼 챙겨주려고 하고, 노정의 배우에게는 잔소리를 많이 했어요. 먼저 언질을 주고 그랬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제 욕심 때문에 (노정의 배우에게) 그래서 저를 싫어했을 것 같아요.(웃음)
Q. 극 후반부부터는 김하늘 배우와의 러브신이 이어졌다.
김하늘 선배님께서 정말 많이 이끌어주셨어요. 키스를 이끌어주셨다 그런것 보다 '이렇게 하면 남편처럼 느껴질 것 같아', '이렇게 하면 더 설렐 것 같아'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는 사실 백퍼센트 알 수 없는 감정이고, 누나는 실제 남편이 있으시니까 그런 부분을 채워주셨어요. 덕분에 수월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어요.
Q.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했는데 극 중 노출신도 있었다.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나.
노출신은 진짜 불만족스러워요. 아쉽고 그래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분조절을 해봤어요. 갑작스럽게 벗는 신이 잡혔어요. 운동을 꾸준히 하긴 했지만 식단 조절은 하지 않아서 큰일 났다 생각해서 수분조절이라도 했어요. 이틀 전에는 50%, 하루 전에는 10%만 마시고, 사우나 가서 땀 빼고 물을 마시지 않은 채로 촬영을 했어요. 진짜 쉽지 않았어요. 물은 정말 소중해요.
위하준 형이랑 찍은 신은 더 부담됐어요. 그 형은 쩍쩍 갈려졌어요. 대사 칠 때마다 등이 막 갈라져요. 형은 어릴 적부터 운동을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게 사람 욕심이 저도 잘 나오면 좋겠잖아요. 이번 일로 몸을 만드는 계기가 됐어요. 헬스라는 취미도 생겼고요. 일로서 하면 재미가 없는데, 하면서 제 몸이 성장하는 걸 보니까 흥미도 생기고 해서 장비도 사고, 헬스장도 더 다니게 되더라고요.
Q. '정다정' 역의 한소은 배우, 김하늘 배우와의 로맨스 신들이 있지 않았나. 같은 모습으로 다른 대상과 로맨스를 선보여야 했는데 어떤 점에 차이를 두고 연기하려 했나.
어린 대영 역할을 할 때는 표현을 더 많이 하려고 했어요. 직설적으로 말투나 표정이나 '진짜 사랑해. 진심이야'라는 마음으로 다가갔다면, 어른으로서 할 때는 숨기면서 츤데레적인 느낌으로 다가가려고 했어요. 어쨌든 외형은 고우영이라 들키면 안된다는 마음이 있으니까 챙겨주더라도 티 나지 않게 하려고 차별성을 뒀어요. 이 부분이 어렵기도 했죠. 어린 대영이랑 고우영이 비슷해 보이면 '왜 십대 때랑 삼십대 때랑 똑같아?'하는 말이 나오면 정말 민폐잖아요.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준비를 많이 했어요.
Q. 작품 속에서 이미도 배우와 오소현 배우의 짝사랑 상대로 나온다. 실제 학창시절에도 인기가 상당했을 것 같다.
저는 학창시절에 지금 같지 않았어요. 지금은 잘 웃고 하는데 이전에는 무표정으로 다녔거든요. 이렇게 웃게 된 게 '서른이지만 열일곱' 이후부터예요. 그때 캐릭터가 티없이 해맑아서 항상 웃고 다녔거든요. 오히려 고등학생 때는 사나워 보이고,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인기라는 걸 못느꼈어요. 저를 신비로운 게 아니라 예민한 애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Q. 간접적으로나마 딸 둔 아빠의 심정을 느껴봤을 것 같은데 어땠나.
저는 정말 재밌었어요. 아빠로서 '니들이 아무리 발악을 해봐라. (시아의 남자로) 내가 선택해야 한다'이런 마음으로 지켜봤어요. 저도 딸을 사랑하긴 하지만 이성으로서의 사랑은 아니니까 '우리 딸래미가 니들 안 좋아하는데 어디 한번 해봐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재밌었어요.
감독님이 따님이 계시더라고요. 따님이 남친 데려오면 어떨 것 같아요 하니까 '죽여버려야지' 하시더라고요. 이게 진짜 아빠 마음이구나 싶어서, 시아랑 지호가 손 잡은 걸 보자마자 이입을 하게 됐어요. 저도 작품 하면서 가치관이 달라진 게 원래는 외국 마인드로 자유롭게 키워야지 했었어요. 하고 싶은 것도 지원해줄게 하는 마음이었는데, 보수적으로 바뀌었어요. 허락받고 나가. 알바도 말하고 해야지 하고요. 걱정이 많이 되니까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더라고요.
Q. 실제 부모님은 어떤 스타일이셨나.
제가 엄하게 자랐어요. PC방에도 못 갔고, 학원만 다녔어요. 공부가 중요했었죠. 80점을 못 넘기면 혼났었어요. 몰래 학원에서 도망가기도 했었죠(웃음). 그러면서 제 탈출구가 영화를 보는 거였어요. 기숙학원 같은 곳을 다녔는데 테라스에 휴게 공간이 있었거든요. (부모님께) 전자사전을 사달라고 해서 거기에 영화를 넣어서 봤어요.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랑 상의해서 연기 학원을 다니게 됐어요. 아버지는 많이 반대를 하셨죠. 몰래 연기 학원 등록해서 다니다가 대학로에 있는 공연에 초대해서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설득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재수를 하게 됐어요. 재수가 제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에요. 그래서 더 열심히, 이를 갈고 (연기) 했어요. 아버지께서는 '군대 안 가려고 열심히 한 거지?' 하셨는데, 그건 아니고 대학 간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나도 이번엔 꼭 간다' 하는 마음으로 이 악물고 했어요.
이제는 아버지가 내색은 안 하셔도 사인지도 가져오시곤 해요. 어머니는 표현을 많이 해주세요. 그래서 지금은 자랑스러운 아들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서 저도 뿌듯해요.
Q. 재수하는 동안 알바도 섭렵했다고.
갈비찜 집에서 오래 일했고, 그전에는 신문 배달도 해보고 이것저것 해보긴 했어요. 가장 뿌듯했던 게, 갈비찜 집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가족사진을 찍으러 갔었어요. 그 사진이 아직도 집에 걸려있어요. 뜻깊었던 첫 월급이자 기념품이에요.
Q. 자취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나 혼자 산다', '온앤오프' 등 관찰 예능이 많지 않나. 예능 욕심은 없나?
원래 예능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저번에 '아는형님' 출연을 기점으로 마음이 많이 바뀌었어요. 선배님들의 텐션이 굉장히 높으시고 하니까 정말 재밌었는데, '내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말을 할 때도 '내 말이 재밌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어요.
'삼시세끼'나 여행 예능 같은 경우에는 웃기려는 욕심보다 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웃기려는 욕심이 많다보니가 재밌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더라고요. '나혼산' 제안이 들어오면 뭔가 보여드리려고 제가 계획하지 않을까 싶어요. 일부러 가을이(반려견)한테 웃긴 것도 입혀보고 할 것 같아요(웃음)
Q. 예능이 좋다고 했는데, 코미디 장르에 대한 욕심도 있는지 궁금하다.
뭔가 즐거움을 드릴 수 있으면 사실 '제가 망가지는 것쯤이야'하는 생각이에요. 저는 별로 거리낌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