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배우 김윤진 / 페퍼민트앤 컴퍼니 제공


"두 번 생각할 거 없이 한다고 했어요, 20년간 활동하면서 이런 류의 시나리오는 처음이었거든요. 너무 재밌게 잘 봤죠. 원작자인 장재현 감독님의 '검은사제들'은 극장에 가 두 번을 봤어요. 헐리우드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그린 게 굉장히 인상 깊었던 거죠."

배우 김윤진이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했다. 그녀가 출연한 <시간위의 집>(임대웅 감독)은 집안에서 발생한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실종을 겪은 가정주부가 25년의 수감생활 후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영화로, 하우스 미스터리 스릴러란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며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갖췄다.

2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윤진을 만났다. 오랜만의 국내활동이라 반가운 표정이 얼굴 곳곳에 역력했던 그녀는 "어제 처음 완성본을 봤는데, 일단 런닝타임이 짧아 지루할 틈이 없어 좋았고요, 의외로 몰아치는 힘이 있어 엔딩까지 긴박감을 갖고 보게 되더라구요."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김윤진은 "너무 폭력적인 슬래셔 무비류는 별로에요. 영화 속에서 추리하고 상상하는 게 너무 좋거든요. 그러면서 쾌감도 느끼구요. 이 영화는 그런 장르를 추구하면서도 가족애가 담긴 작품이라, 일반 공포영화로 분류하기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웃음)"고 덧붙였다.

헐리우드 진출 후, 13년간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작품이 고작 2개라며 작은 한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강박관념? 조바심? 생기는 게 당연하죠. 그 세월이 짧은 건 아니잖아요?"라며 "미국서 활동하길 원하는 국내 배우들이 있다면 '김윤진도 하는 데 나는 왜 못해!' 하며 용기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윤진은 이날 현 소속사 대표이자, 인생의 반려자인 남편의 자랑도 했다. "진지한 상황까지도 시트콤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구요, 기념일을 잘 챙기는 등 은근히 섬세해요. 그런 챙김이 어찌보면 매니저가 배우를 관리하는 일종의 직업병(?) 일수도 있겠지만요. 더해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그런 남자랍니다."

사진 : 영화 '시간위의 집'의 미희 역을 맡은 김윤진 캐릭터 포스터

<시간위의 집>을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건, 세트 아닌 실제로 좁은 집에서 좁은 각도(앵글)로 스태프들과 뒤엉켜 연기했다는 것. "좁아서 폐소공포증을 느낀 적은 없었지만, 나중엔 답답한 나머지 제 두 주먹으로 그 집 문을 부셔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죠. 그렇게 힘들게 촬영하면서도 묘하게 얻어 걸린 명장면도 있으니 꼭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윤진은 함께 호흡한 '최신부' 택연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칭찬을 해줬다. "영리합니다. 숲을 볼 줄 아는 친구예요. 자기가 할 역할에 대해 반듯하게, 정직하게 잘 소화해 냈거든요. 전 택연에게 '군대 갔다와서 무조건 미국에 가라'고 전했어요. 미국 태생인데다, 외모도 수려하고, 춤을 잘 추니 어느 정도 액션도 가능할 거 같으니 그 곳에 가서 전 세계가 나의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한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인재가 되었으면 하는 거죠. 최근 홍보마다 '사제'란 영화 속 직업만으로 그와 택연을 비교한다는 게 전 매칭이 잘 안되거든요. 그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넘치는 후배입니다."

국내외 활동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녀는 "시차 적응이 좀 힘들 뿐"이라고 했다. "관리를 해야죠. 식사도 거르지 않고 칼 같이 챙겨 먹고요. '쉬리'에 출연했던 제 모습을 보면, 다이어트가 굉장히 시급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 당시엔 나름 외모도 이국적인, 글래머러스하고 섹시하다고 자부했는데 말이죠, 허허!"

그녀와 <쉬리>(강제규 감독)에서 조우한 한석규는 <프리즌>, 최민식은 <특별시민>으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최민식 선배는 시사회때마다 뵙고 술자리도 하죠. 한석규 선배는 뵌 지가 조금 오래 되었어요. '쉬리'의 한석규 선배는 지금으로 따지면 지드래곤, 박보검 만큼의 인기를 누렸죠. 제가 어떻게 선배와 호흡을 맞췄는지 기억도 잘 안나요.(웃음)"라고 신인시절 기억을 되새겼다.

김윤진은 최근 한국영화가 남자 배우 중심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 "제가 거기 홍일점으로 똭! 버티고 있으면 안될까요?(웃음) 3백만 관객을 동원한 '하모니'에서 보여준 여성파워를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김윤진은 국내 드라마 출연에도 관심이 많다고 햇다. "고퀄리티가 되었더라구요. '시그널', '도깨비', '굿와이프' 등 너무 재밌게 잘 봤구요. 저도 기회되면 출연하고 싶어요. 단, 100% 사전제작은 아니더라도 집에 잠시 들러 샤워만 하고 촬영장에 와 연기하는, 쫓기는 배우는 되고 싶지는 않거든요."라며 "바쁜 와중에도 요즘 다하는 SNS나 스마트폰 게임 등을 통해 그 속에 갇혀서만 소통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서 보다 더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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