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현 인터뷰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저도 재미있게 봐서 처음으로 사람들한테 '재밌어요, 보세요'라고 말한 작품이에요. '보이스'의 한축을 담당한다는 게 자랑스러워서 무용담 얘기하듯 자랑하고 싶었어요."

OCN 소리추격 스릴러 '보이스'를 본 시청자라면 배우 백성현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백성현이 맡은 심대식은 무진혁(장혁)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이자, 후반부에는 남상태(김뢰하)의 빨대로 밝혀지는 극적인 인물이다. 심대식이 모태구(김재욱)의 비밀의 장소로 납치되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15회부터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23년 차 배우 백성현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백성현은 최근 진행된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스파이인줄 알고 들어갔다"고 했다. "처음에는 범인 잡는 착한 형사로 나오다가 나중에 '나 공범이었어'라고 하면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뭔가 있는 것 같은데?'라는 의심이 들게끔 아무렇지 않게 대식이 버전을 중간에 많이 섞었어요. 형님들도 모르셨나 봐요.(웃음)"

심대식 캐릭터가 후반부에 집중 조명을 받다 보니 초중반에는 존재감을 발휘할 새가 없었다. "심대식의 역할이 무진혁이 범인을 제압하면 수갑을 채우는 거거든요. 그래서 복지원에서 지내고 있는 어린이 새봄(이나윤)이를 구할 때도 대식이 캐릭터를 살리고 싶어서 아이를 구해 나갈 때 피해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감독님께 얘기하고 연기했어요."


'보이스' 애청자들은 백성현이 15회에서 빛났다고 입을 모은다. 시청자 호평 그대로 전하자 백성현은 "신 수는 항상 비슷해요. 시청자가 보기에는 대식이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15회에 나와서 그런 것 같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마진원 작가를 믿고 기다린 백성현으로서는 15회에 심대식 에피소드가 그려져 고마웠다고도 했다.

백성현은 '보이스' 시즌2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작가님과 제작 피디님이 우스갯소리로 '시즌2'에 나와야 하니까 대식이를 살렸다고 하시더라고요. 많이 맞아서 후유증이 클 것 같은데 시청자 덕분에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심대식은 시놉시스에 한 줄 나오는 역할이었어요. '무팀장 과거 강력팀 동생, 첫 제보자' 이렇게 골든타임팀 현장요원이 될 줄 몰랐어요. 그러다 갑자기 장례식장에 가더니만 무진혁과 의형제가 되고 범인까지 검거하게 됐죠. 작가님이 후반부에 반전의 키를 가진 인물이 필요해서 이 캐릭터를 쓰셨대요. 시놉에는 안 쓰여있고 반전은 정하지 않았으니 믿고 있다가 당하는 경우도 허다해요. 마진원 작가님은 마지막까지 챙겨주시고 15회를 써주신 거죠. 그래서 제가 감독님과 작가님이라면 어떤 역할이든 꼭 할 테니 불러만 달라고 했어요.(웃음)"

'절대악' 모태구에 맞서 싸우는 슈퍼맨 같은 형사 무진혁. 그들 사이에 있는 심대식을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로 표현하며 그가 왜 배신자일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했다. 극중 할매집에서 심대식은 무진혁에게 "난 겁난다" "형은 좋겠다. 그렇게 강할 수 있어서. 나는 형처럼 강하지 않아"라며 솔직하게 자신의 상태를 드러낸다. 백성현은 순간적으로 그렇게 대사가 나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한 줄의 대사라도 심대식이 처한 상황을 만들고, 그만의 이야기를 탄탄히 쌓아나갔다. 마지막, 모태구 창고신도 백성현에게는 "여기서 불쌍한 사람들 다 죽인 거냐"라는 딱 한 줄만이 주어졌다. 그는 대사 한 줄을 모티브로 삼고 심대식의 감정을 만들어냈다. 그 질문은 심대식이 모태구에게 맞고 죽어가는 와중에도 희생자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인물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모태구가 '그게 궁금하냐'고 물을 때 '지옥에서 보자 이 X 같은 XX야'라고 바로 나오더라고요. 마지막 시퀀스 라인은 NG 없이 수월하게 갔어요. 김재욱 형님과 저는 촬영하는 동안에는 한마디도 안 하다가 종방연에서 칭찬 릴레이를 펼쳤어요. 종방연에서 3차 노래방까지 갔던 게 재욱 형님, 은서 누나 저였어요. 제일 아쉬운 사람들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모두 오늘 보면 끝난다는 게 아쉬웠어요."

백성현은 인터뷰 시간을 작품 얘기로 꽉 채웠다.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이를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쉴 새 없이 쏟아냈다. 마지막까지 '보이스'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않았다.

"저도 재미있게 봐서 처음으로 사람들한테 '재밌어요, 보세요'라고 말한 작품이에요. '보이스'의 한축을 담당한다는 게 자랑스러워서 무용담 얘기하듯 자랑하고 싶었어요. 치열하게 고민하며 촬영했는데 어느덧 끝이 났어요. 인터뷰 끝나고 집에 가면서 생각했는데 '보이스'를 본 분들이라면 저의 대표작을 '보이스'로 생각해주실 것 같아요. 앞으로 저의 행보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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