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매력으로 브라운관을 사로잡은 배우 유연석 / 사진 : 포토그래퍼 홍주표 크레딧라인 스튜디오 creditline.co.kr


‘악역’을 맡았을 때 흥행하는 배우, 유연석이 최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 출연하기 전까진 이러한 평가가 쏟아졌다. 연기도 잘하고 개성도 강하지만 착한 역을 맡았을 때는 흥행하지 못하고 악역을 연기해야만 작품이 성공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간 쌓아 올렸던 ‘악역’ 이미지는 ‘구가의 서’를 만나면서 한 방에 날려버렸다.

“그 동안 보여 드리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린 것 같아요. 영화 ‘늑대 소년’ 으로 굳혀진 악역 이미지를 이번 드라마 ‘구가의 서’와 영화 ‘전국노래자랑’, SBS 예능 ‘화신’에 출연하면서 벗지 않았나 싶어요.”

아버지 박무솔(엄효섭)의 죽음 이후 집안이 몰락하고 하나뿐인 여동생(이유비) 마저 관기가 되는 태서를 연기하며 심적으로 힘들었을 법한데 유연석은 “날씨도 더울 때쯤 끝났고 도령의 옷을 입으니 좋았어요”라며 오히려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함께 했던 스태프들에게 인기가 좋았을 것 같다고 하자 “굉장히 좋아했죠. 제가 나오면 빨리 끝나요. NG도 많이 안 냈고 감정신도 빨리빨리 끝냈거든요”라고 말하더니 자기 자랑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태서의 후생은 엄친아…다시 태어나면 할리우드 배우로 태어나고 싶어

‘구가의 서’ 마지막 회는 마치 공연 한 편의 커튼콜처럼 연출됐다. 주인공 최강치(이승기)는 422년이 지난 현재까지 생존하며 람보르기니를 모는 호화스러운 삶을 산다. 그렇다면 유연석이 맡은 태서의 후생은 어땠을까.

“마지막 회에서 강치에게 유연석이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오는데 원래는 ‘태서한테 전화가 온다’였지 유연석이라는 제 이름으로 전화가 오는 건 줄 모르고 있다가 방송으로 봤어요. 스탭들이랑 다 같이 웃으면서 봤죠. 마지막 회만 봐도 알 수 있듯 태서는 공부 잘하는 재벌가의 석학으로 자라 강치랑 친구처럼 지내고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다시 태어난다면 인물에 완벽하게 몰입하는 숀 펜이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조니 뎁처럼 할리우드 영화배우로 태어나고 싶어요. 여러 캐릭터가 잘 입혀지는 점에서 숀 펜이 저와 닮았다면 조니 뎁의 개성은 제가 갖지 못한 부분에 대한 동경이죠.”


◆수지는 ‘넘사벽’ 정혼자, 이유비는 귀여운 동생

‘구가의 서’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수지와 이유비 중 누가 더 이상형에 가깝냐는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유연석이 “전 수지죠”라고 시원한 대답을 내놨다. “극중 유비는 제 동생이었고 수지는 정혼자였으니까요. 그렇게 4개월을 살다 보니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유비는 귀여운 동생처럼 잘 따랐고 수지는 ‘건축학개론’ 때는 청순한 소녀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여러 가지 매력을 봤어요. 정말 매력 있고 긍정적인 친구예요.”

수지와는 ‘건축학개론’ 이후 두 번째 만남이라 편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편하다기보단 반가웠죠. 수지와 가까이서 연기를 하면 긴장되고 떨려요”라며 뭇 남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고백을 했다. 두 번을 만나도 이뤄질 수 없는 수지와의 사랑이 안타깝다고 하자 “넘사벽 인가 봐요, 수지는. 세 번째 만나면 제가 어떻게 해서든 놓칠 않아야죠. 작가님한테 이뤄지게 해달라고 좀. (웃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유연석은 “수지는 정말 긍정적이고 흠집을 내고 싶은 사람이 아니에요. 지켜주고 싶고 예뻐해 주고 싶은 이미지이다 보니 안티도 없는 것 같아요. 다방면에서 열심히 하고 ‘구가의 서’에서도 가장 성장하고 일취월장한 게 수지인 것 같아요. 지금도 이 정도인데 더 성숙해지면 어마어마하겠죠”라며 수지를 치켜세웠다.

유연석은 또, 자신의 동생 청조 역을 맡았던 이유비에게 ‘꿀볼살’이라고 놀린 이유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유비가 먹는 걸 좋아해요. 잘 따라주고 하니까 오빠 같은 마음도 있고요. 드라마 모니터를 하는데 볼이 동그랗게 나오더라고요. 저도 상투를 트니까 동그랗게 나와서 살을 뺐거든요. 유비도 그렇더라고요. 마침 어느 기자분이 ‘꿀볼살 이유비의 매력이 보인다’고 기사를 쓰셨길래 그걸로 놀리면서 신경 쓰라고 했죠. 그래야 후반부에 더 예뻐 보이니까 초반에 많이 놀렸어요. 그랬더니 좀 빠지더라고요. 그런데 중간에 기녀가 돼서 머리를 올리니까 또 꿀볼살이 됐더라고요. 방심했나 봐요. ‘너 방송 봤어?’라고 또 놀렸죠. 놀리려고 했다기보다 예쁘게 나오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런 거에요. (웃음) 유비가 잘 따라줘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고 청조를 지키기 위한 행동들에 힘을 얻고 몰입할 수 있었어요.”


◆차기작 ‘응답하라 1994’ 확정…94년도에 태어났다면 인기남?

부지런해도 너무 부지런하다. ‘구가의 서’가 끝나기도 전해 유연석은 tvN 새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출연을 확정했다. 유연석은 “‘응답하라’ 제작진을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얘기가 잘 통했어요. 제가 작품에서 진중한 캐릭터나 악역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는 재밌고 밝으니까 좋으셨나 봐요. 함께 하자고 하셔서 합류하게 됐어요”라고 캐스팅 일화를 털어놓았다.

대본이나 시놉시스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진과의 이야기를 통해 출연을 결정한 케이스다. 그는 “’응답하라’ 시즌1을 보고 작은 캐릭터도 잘 그려냈다고 생각했어요. 작위적이지 않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들이 친근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했죠. 이번에도 전편처럼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라며 작품을 결정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1994년도에 유연석은 10살이었다. 기억의 조각을 퍼즐 맞추는 맞춰야 생각날 법한 시기이고 자신의 경험보다는 타인의 추억이 더욱 도움될 듯했다. 유연석은 “제가 그때 뭘 좋아했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해서 춤과 노래를 따라 했어요. 그때 대학생들이 어땠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고요. 아! 어떤 기자 분이 1994년도엔 제 외모가 인기 있었다고 하셨어요. 부담 없는 외모여서 94년 대학가에선 인기 끄는 킹카였을 거래요”라고 전했다.

‘국민 첫사랑’ 수지, ‘국민 여동생’ 박보영과 호흡을 맞췄던 유연석에게 차기작에서 만나고 싶은 ‘국민 ○○○’이 있다면 누가 있을지 꼽아달라고 했다. “국민 요정을 해야겠네요. 손연재 선수? (손연재 선수가 연기할까요?) 연기를 못 하더라도 가르쳐 가면서 해야죠. (국민 걸 그룹은 어때요?) 저야 영광이죠! 누구든.”

10년이 넘게 배우 생활을 해온 유연석에게 지금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가 바라보고자 하는 배우 인생 지향점을 끝으로 물었다. “’변하는 배우구나’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지금까지 보면 같은 배우라는 걸 매치 못할 때가 있어요. ‘그 작품 속 캐릭터가 연석씨 였어요?’라고 물어볼 때가 재밌거든요. 계속 그랬으면 좋겠어요. 다음 작품에서도 ‘진짜 유연석이었어?’라는 느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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