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네임' 한소희 화상 인터뷰 / 사진: 넷플릭스 제공

한소희가 한계 없는 장르 소화력을 입증했다. 그간 아름다운 미모에 탄탄한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그다. 스스로 '외모는 껍데기'라 표현한 한소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네임'을 통해 껍데기를 내려놓고, 온전히 캐릭터에 스며들었다.

'마이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한소희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지우고 이름까지 버린 지우'를 연기했다.

이번 작품으로 첫 액션에 여성 누아르까지 소화한 한소희는 새로운 도전으로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하고 있다. 그런 한소희와 작품 공개 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Q. '마이네임'이 국내 넷플릭스 1위에 이어 세계 넷플릭스 시리즈 랭킹 4위에 올랐다. 소감이 어떤가.

좋습니다(웃음) 사실 아직 오픈된 지 얼마 안 돼서 실감은 안 가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실 거라 예상을 못했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저희 작품을 해석하고 분석해 주시는 모습조차도 정말 감사해요.

Q. 얼마 전,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관객을 만났다. 기억에 남는 관객 반응이 있다면.

사실 저는 첫날 GV 때는 너무 떨려서 보지 못했고, 마지막 날 이런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몇 없을 것 같아서 떨리는 마음을 안고 갔는데, 초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나올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부국제가 처음이었는데 세 편이 공개되고 관객분들이 박수를 쳐주시는데 되게 울컥했던 기억이 있고, 정말 코로나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분들이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제 앞에 있는 걸 보면서 되게 아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작품에 대해서 배역에 대해서 진심으로 용기내서 질문해주시는 분들을 보고 그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어요.

Q. '마이네임' 대본을 읽고 끌렸던 지점이 있었나.

처음 읽었을 때 지우라는 캐릭터를 상상으로 그려내야 하는 부분이 약간 어려웠어요. 이 친구가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제스처나 표정이나 상황, 각 가지의 액션이나 그런 것들로 표현하는 게 많다 보니까 딱 정의 내릴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더 제 내면에 있는 색깔과 지우를 결합하면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것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Q. 원톱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야 했다. 부담감은 없었나.

너무 부담스러웠고, 너무 힘들었어요. 전적으로 감독님에게 의지 아닌 의지를 많이 했죠. 마수대 상호 선배님, 동천파에는 희준 선배님이 무게 중심을 잡고 가주셔서 그것 또한 엄청난 힘이 됐던 것 같고, 액션이라는 한계성을 제가 도달을 하고 작품에 임했기 때문에 액션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시작하다 보니까 촬영할 때는 또 즐겁게 촬영을 했어요.

Q. 국내 작품에서는 여성 누아르물이 많지 않은데, 참고한 래퍼런스가 있었나.

감독님이 초반에 리스트를 딱 보내주셨어요. 제가 보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이나 혹은 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언더커버 소재로 나온 것, 액션에 초점을 맞춘 '안나', '올드가드' 같은 작품을 많이 봤어요. 저는 정의를 내리고 시작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다양하게 참고를 했죠.

Q. 액션이 처음이었는데, 가장 고생했던 신과 만족스러웠던 신을 꼽자면?

가장 고생했던 건 아무래도 강재와 초반에 체육관 신에서 막 싸우는 신이었는데 그게 어쨌든 토너먼트 식으로 마지막에 강재와 일대 일로 싸움이 이어지는 거라서 그전에 체력 소모가 컸거든요. 후반부에 되게 진짜 지쳐서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고요. 그리고 마음에 들었던 걸 꼽자면, 제가 되게 좋았던 부분은 마지막에 칼로 서로 어떠한 액션 합도 없이 서로를 베고 베고 하는 그 포인트가 있어요. 액션에 초점이 맞춰졌다기보다는 배역들의 감정에 초점이 맞춰진 신인 것 같아서 그 신이 제일 좋았어요.

Q. 지우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이 있었나.

목표성,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접해보지 않은 경험을 제가 받아들이고 지우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캐릭터와 저의 교집합, 내면의 교집합이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목표점을 하나 잡으면 물불 안 가리는 게 지우와 비슷한 점이에요. 사실 저는 5년 전의 지우와 저 사이에 교집합이 있었던 것 같아요. 되게 감정적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무모하고 어찌 보면 정말 날것 자체를 행동으로 옮기고 하는 모습이 저와 되게 닮아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오히려 5년 후에 혜진이가 되었을 때 고민을 많이 했고, 지우는 그냥 제가 가진 감정을 지우의 몸에 입힐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했어요.

Q. 이번 작품을 위해 10kg이나 증량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초코파이만 있으면 5kg은 찌울 수 있어요(웃음) 운동량이 많아지다 보니까 배가 자주 고프고, 무술 감독님께서 그렇게 닭칼국수를 많이 사주셔서(웃음) 운동을 하면서 지친 와중에 뭔가 활력이 되는 순간은 점심, 저녁시간, 간식시간이다 보니, 먹은 만큼 벌크업도 되니까 10kg가 늘어있더라고요. 준비과정은 그냥 잘 먹고 열심히 운동했어요.

Q. 전작에서 보여줬던 아름다운 미모는 벗어던지고 거친 모습을 보여줬다. 비주얼적으로도 신경을 썼을 것 같다.

제가 의견을 제시했다기보다는 분장 선생님이 정말 고생 많이 해주셨어요. 얼굴을 하얗게 하고 입술을 빨갛게 한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다크서클이 진하고 어떻게 하면 지쳐 보일까 그런 점을 생각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입술을 마르게 하는 칠하는 게 있는데 그것도 되게 자주 했고요. 보다 피폐해져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아무래도 싸우기 좋은 착장을 주로 입었죠. 운동화, 잘 늘어나는 바지 그런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Q. 극 초반에는 고등학생 역을 소화했다. 교복을 입은 소회는 어떤가.

교복은 정말 오랜만에 입었는데 저는 이제 안 될 것 같아요. 교복은 다시 입지 않겠습니다(웃음)

Q. 안보현과의 베드신이 갑작스럽다는 평이 있다. 현장에서는 어땠나.

저희도 촬영을 하고 있는 중간에 대본을 받게 됐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해 감독님과 보현 배우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의 생각은, 필도와의 베드신은 지우가 유일하게 사람다워 보일 수 있는 신인 것 같아요. 필도에게서 아빠를 오마주시키는 대사들이 많이 나와요. 지우가 이 모든 아픔을 조금 이제는 내가 짊어져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내가 아닌 누군가의 다른 사람과의 협동을 통해서 이뤄낼 수 있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하나의 모멘트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그 신이 되게 슬프고도 아름다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Q. 박희순, 안보현, 이학주, 장률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좋은 오빠들이다. 초등학생들 같아요(웃음) 어떻게 보면 제가 되게 오빠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떠한 색안경을 끼지도 않고 도와줘서 되게 친해졌던 것 같아요. 같이 있으면 재밌고 즐겁고 하다. 좋은 친구들이자 오빠들이자 선배들이죠.

학주 오빠가 제 손에 죽잖아요. 관짝에 학주 오빠가 들어가 있는데 어깨가 진짜 넓어서 어깨가 껴있더라고요. 그 짤이 마이네임 단톡방에서 굉장한 놀림거리였어요(웃음) 학주 오빠 미안해. 어쨌든 어깨가 넓다는 뜻이에요(웃음)

Q. 지우, 혜진을 연기하면서 다크한 감정선을 줄곧 유지해야 했다. 힘든 점은 없었나.

저는 에너지를 비축해놓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작품을 찍는 동안에는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성격이다 보니까 이 작품 내내 쉬는 날 촬영하는 날 구분 없이 되게 힘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지우로 5~6개월을 살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감독님이 제 정신 상태를 걱정해 주셨고, 힘들었지만 현장에서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에너지원이 됐던 것 같다. 현장에서 표출하고 제 자신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장이 열리다 보니까 촬영 끝나고 나서는 후련하다는 마음이 가장 커서 캐릭터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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