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에게 PICK되는 드라마에는 이유가 있다. [픽드유]는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드라마 콘텐츠를 재조명하는 시리즈입니다.

청춘과 스포츠, 이보다 '성장'과 적절하게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현실은 '꿈'과는 달랐다. 1994년 드라마 '마지막 승부' 이후 약 20여 년 동안이나 국내에서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과는 별개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그렇듯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법이다. 2020년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성공 이후, 현재 콘텐츠 영향력지수(CPI) 1위에 오르며 화제리에 방송하고 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까지, 성장을 거듭해온 스포츠 드라마들을 조명해봤다.

◆  다양한 소재, 다양하게 실패한 스포츠 드라마

한국 스포츠 드라마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여전히 '마지막 승부'가 최고가 아닐까. 장동건, 손지창, 심은하 등 내로라하는 청춘 스타들이 출연해 대한민국에 농구 붐을 일으켰고,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1997년에는 프로농구(KBL)까지 출범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마지막 승부'에 환상을 품고 여러 스포츠 드라마가 만들어졌지만, 좋은 반응을 거둔 드라마는 드물다. 먼저 스포츠라는 소재 자체가 마니아성을 가지고 있고,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담아내기에는 배우들이 실제 선수처럼 연기할 수는 없기에 무리가 따랐다. '마지막 승부'를 연출했던 장두익 감독이 1996년 야심차게 준비한 아이스 하키 소재의 드라마 '아이싱' 역시 이러한 벽에 가로막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포츠 드라마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2년 방영한 드라마 '라이벌'은 소유진, 김민정, 김재원 등이 출연한 작품으로 골프를 소재로 두 여자의 라이벌 관계를 그렸다. 하지만 골프 장면 보다 집단 패싸움과 집단 구타 등의 장면이 주로 담기며 폭력성, 선정성 논란을 겪었다. 뒤이어 나온 스포츠물은 대놓고 폭력성을 드러내는 격투 소재가 많았다. 권투를 소재로 한 신민아, 주진모 주연의 '때려(2003)', 비가 격투기 선수로 나선 '이 죽일 놈의 사랑(2005)' 등은 모두 아쉬운 반응 속 종영했다.

특히 2009년에는 여러 편의 스포츠 드라마가 편성됐다. '꽃보다 남자'로 주목을 받았던 김범과 '때려'에 출연한 주진모, 가수로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손담비 등이 출연한 SBS 드라마 '드림'은 격투기와 함께 스포츠 에이전시에 대해 다뤘지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같은해 MBC는 총 세 편의 스포츠물을 편성하기도 했다. 야구를 소재로 한 '2009 외인구단'이 그 시작이었는데,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종영됐다. 이어 김연아의 선전에 힘입어 피겨스케이팅에 대해 다루었던 드라마 '트리플'을 내세웠지만, 동시간대 최하 시청률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트리플' 속 송중기의 풋풋한 신인 시절 모습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로 프로축구1부 리그를 소재로 한 '맨땅에 헤딩'은 유노윤호의 어설픈 연기와 몰입할 수 있는 축구 장면으로 비난을 받은 끝에 조기종영을 결정한다. 같은 해에만 두 편의 스포츠물을 조기종영하게 된 것. 이처럼 여러 편의 스포츠물이 모두 시청률 참패를 기록한 탓인지 2010년 대에는 많은 스포츠물이 탄생하지는 않았다. 2011년 유이를 주연으로 앞세운 '버디버디' 역시 1%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바, 스포츠 드라마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뒤따르는 것 역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 '스토브리그'가 제시한 '色다른' 스포츠물

'스토브리그'는 달랐다. 스포츠 드라마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스토브리그'는 2016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나, 제작비에 비해 성공하기 힘든 작품이라는 이유로 편성되지 않던 중 SBS에서 내용을 다듬어 제작된 케이스다. 사실 MBC는 '2009 외인구단'을 통해 야구 소재 드라마의 참패를 맛본 만큼, 편성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스토브리그'는 기존 야구 드라마(또는 영화)와는 결을 달리 했다. 선수들의 이야기도 다뤄지기는 했지만, 결국 '구단 프런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 스포츠물이면서 동시에 리맨물(샐러리맨 이야기; 회사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를 뜻한다)이기도 했던 것.

이에 실제 스토브리그(야구의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까지의 시기)를 보내던 야구 팬들은 물론, '야알못(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도 사로잡으며 첫 회 3.3%로 시작해 최종 회에서는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고, 극의 주연으로 나선 남궁민은 '2020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

SBS는 '스토브리그' 성공에 힘입어 지난 해에는 '라켓소년단'을 편성했다. 배드민턴계의 아이돌을 꿈꾸는 라켓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이자, 땅끝마을 농촌에서 펼쳐지는 열여섯 소년소녀들의 레알 성장드라마로, 과거와 달리 경기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낸 것은 물론, 실제 아이들의 성장을 드라마에 고스란히 담아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 하반기 방영 예정인 tvN 새 드라마 '멘탈코치 제갈길' 역시 비슷한 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스포츠에 초점을 맞추돼 '멘탈코치 제갈길'은 사고를 치고 운동을 그만 둔 국가대표 운동선수 출신 멘탈코치가 은퇴한 고수들과 함께 선수들을 슬럼프에서 구출하고, 정정당당한 진짜 승부에 도전하는 스포츠 드라마로 정우, 이유미 등이 출연한다.

◆ 스포츠는 거둘 뿐, 꽃피는 '청춘 로맨스'

스포츠 드라마가 흥행이 어려웠던 만큼, 여러 드라마는 스포츠를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스포츠 선수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2016년 방영한 '역도요정 김복주'가 대표적이다. 바벨만 들던 스물한 살 역도선수 김복주에게 닥친 폭풍 같은 첫사랑을 그린 감성 청춘 드라마로 배우 이성경이 '김복주' 역을 맡아 수영 선수 '정준형'을 연기한 남주혁과 호흡을 맞췄다. 다만 '역도요정 김복주'의 경우, 청춘 로맨스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드라마에 대한 호평은 이어졌으나, 동시간대 경쟁한 '푸른바다의 전설'에 밀려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2017년 방영한 '쌈 마이 웨이'도 비슷하다. 남들이 뭐라던 '마이웨이'를 가려는 마이너리그 청춘들의 골 때리는 성장로맨스를 담은 드라마로, 박서준은 한때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를 꿈꾸었던 뛰어난 재능의 격투기 선수 '고동만'으로 분해 여사친 최애라 역의 김지원과 티격태격 로맨스를 그렸다. 특히 최종 회에서 가장 이기고 싶었던 상대에게 K.O 승을 거둔 그 링 위에서, RFC 아나운서로서 자신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애라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모습으로 로맨스는 물론이고, 스포츠물로서도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처럼 뜨거운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쌈 마이 웨이'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거두었다.

최근 시청률 10%를 넘어서는 등 뜨거운 화제성을 보여주고 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역시 로맨스를 앞세웠다. '1998년,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량로맨스'라는 설명에서 엿볼 수 있듯 메인은 김태리(나희도 역)와 남주혁(백이진 역)의 로맨스다. 하지만 이와 함께 펜싱선수로 나서는 나희도와 고유림(김지연)의 과거부터 얽힌 서사와 펜싱에 대한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박진감 넘치면서도 화끈한 펜싱 경기 장면을 그려내 러브 라인과 스포츠를 균형감있게 다룬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편, 오는 4월 20일 KBS 2TV를 통해 첫 방송되는 새 수목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는 운동이 전부인 박태양(박주현) 선수와 운동이 직업인 박태준(채종협) 선수가 배드민턴 실업팀에서 벌이는 뜨거운 스포츠 로맨스 한 판을 그린다. '라켓소년단'과 같은 배드민턴 소재지만, 로맨스에도 집중하는 만큼, 색다른 이야기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