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27 08:00 | 수정 : 2018.03.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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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우 장동건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로 만들기 전, 추창민 감독을 만난 장동건은 설레임과 기대감이 가득했었다. 그토록 원했던 캐릭터였기에. “체중을 10킬로그램 감량하라 하시더군요.(웃음) 그 지역사회의 기름기 있는 중년 남성의 이미지에, 털 달린 의상을 걸쳐 거친 사냥꾼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굉장히 난처했죠. 원작과 너무 다른 접근 방식이라서요. 그 간극을 감독님과 끊임없이 상의하며 좁히다가 덜컥 탈모까지 응하게 된 거죠. 주변 女스태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겁은 났었지만, 결과적으로 캐릭터가 완벽하게 살아서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장동건은 전작 <브이아이피>(박훈정 감독)에 이어 이번에도 하드보일드 장르에 탑승했다. 그래서 물었다. 말랑말랑한 것보다 거친 게 좋은가라고. 그는 허허 웃으며 “사실, 그런 장르가 많이 들어 옵니다. 영화에서는 특히 말이죠. 전 드라마와 영화를 확실히 구분 짓는 게 좋습니다. 매체 접근방식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영화만큼은 부드러운 것 보다는 ‘센 캐릭터’를 찾는 편이예요”라고.
<우는 남자>(이정범 감독) 이후, 보다 새로운 것에 목말라 했었다는 배우 장동건은 “’7년의 밤’을 통해 절 재발견할 수 있었죠. 이번 촬영만큼은 현장에서 일 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죠. 영화 배경은 굉장히 어둡고 조용한데, 촬영 전후에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이 옹기종기 모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굉장히 신났습니다. 꼭 농담을 주고 받고 해야 촬영장 분위기가 좋다라고 표현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전.(웃음)”
원작이 주는 오영제란 인물은 어마어마하게 디테일 했다라고 말한 장동건. 그걸 단 두 시간에 걸친 영화로 모든 걸 표현하자니 어렵기는 했단다. “처음 최현수(류승룡)와 만나는 차량 추격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웃음) 운전하면서 장인어른과 통화하는 장면이나, 최현수를 대할 때 나오는 오영제의 묵직한 에너지가, 한 치의 변함도 없는 무표정으로 모든 걸 다 표현해야 했기에..수십 번의 반복 촬영을 거쳐 감독님과 어렵게 완성한 장면이라 더욱 생생합니다, 후훗!”

촬영 중 다친 상처를 훈장이라도 생각하듯 여유 부린 배우 장동건에게 다음 영화가 더 기대된다고 했다. “사실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이렇게 인터뷰 하면서 하는 말과 행동 그대로 담아낸 작품 말이죠. 그냥 배우 하기 잘 생겼으니까, 넌 이 캐릭터를 이렇게 해라 하는 식의 만들어낸 캐릭터는 신물이 났죠”라며 이창동 감독 등의 작품을 언급했다.
영화 <7년의 밤>을 가족에게 어떻게 소개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가장 큰 걱정은 장인어른, 장모님이 보실까 봐.(웃음)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하죠. 앞으로는 아이들에게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도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마지막으로, 장동건은 “’7년의 밤’이 가장 좋았던 건, 악이 가해자, 선이 피해자? 이런 경계가 없는 작품이죠. 오영제냐, 최현수냐, 누가 옳고 그른지는 영화를 통해 보시면 판단이 드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웃음)”
어느 때보다 더 자신감이 충만한 표정, 여유로운 모습의 배우 장동건을 만날 수 있었다. 내성적이지만 속이 깊고 활발한 아들과, 끼가 넘치고 예쁜 딸을 생각하면 아빠 미소를 숨길 수 없다는 그는 낼 모레 쉰 살 중년배우. 하지만, 배우든 개인적으로든 지금 현재가 가장 편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 장동건의 마무리가 진정 오영제(극 중 캐릭터)보다 더 가진 자의 여유로 보여졌다.
장동건이 열연한 영화 <7년의 밤>은 한 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류승룡 송새벽 고경표와 아역 이레가 출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