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년차 배우 김민석이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까지 3연타 홈런을 날리며 20대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7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NIT카페'에서 만난 김민석은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범 누명을 쓴 박정우(지성)를 감옥에서 살뜰하게 챙긴 인물이자, 그의 딸을 데려간 납치범 '성규' 역할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듯 차분한 모습이었다.

"너무 힘들었지만 힘듦과 재미가 공존했던 작품이에요. 현장에서 배우들과 재미있게 떠들었던 적은 없어요. 하연이와 주로 있거나 가끔 지성 선배님이 장난치신 기억이 나요. '닥터스'때는 신혜랑 놀고 균상이 형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강현이 형이랑 떠들던 분위기 그대로 갔는데 이번엔 현장 분위기가 차분해서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 것 같아요."

'피고인'을 찍으면서 집 밖에도 안 나갈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졌다는 김민석은 술 한잔 기울이며 조언해준 지성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잘하고 있고, 너는 더 잘할 수 있는 애다'라고 해주셨어요. 현장에서 혼자 외로웠거든요. 속앓이하면서 찍었는데 그런 부분을 지성 선배님이 풀어주셔서 감동했어요. 같이 찍을 때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회의도 많이 했거든요. 지성 선배님이 없었다면 6부 엔딩은 그렇게 안 나왔을 것이고, '피고인'은 안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2011년 방송된 Mnet '슈퍼스타K3'로 얼굴을 알린 김민석은 이후 '닥치고 꽃미남밴드'로 연기를 시작했다. '후유증'부터 '상상고양이'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기본기를 다졌다. '흥행요정'의 시초는 국민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아기새 일병'이라는 애칭을 지닌 김기범 역을 맡으면서다.

이후 '닥터스'와 최근 종영한 '피고인'까지 연달아 세 작품이 흥행하면서 김민석은 '흥행 요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이상하게 부담된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되고, 과분한 애칭이 부담스럽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김민석은 "좋은 작품에 운 좋게 들어간 것뿐"이라며 함께 했던 감독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아직도 놓치고 가는 부분이 많아서 잘한다는 시청자의 칭찬은 부담스러워요. 물론 잘한다는 칭찬이 감사하고 기분 좋지만, 제 기준에는 만족하지 않아서 항상 고민하거든요. 모니터할 때마다 '저 장면에선 좀 더 갈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도 들고요. 아직 신인이다 보니 계산이 서지 않아요."

"연기할 때 내 안에서 하나씩 꺼내 쓰는 느낌으로 연기한다"는 김민석은 '피고인'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닥터스' '태양의 후예'에서 맡았던 밝은 캐릭터만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그는 '피고인'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또 다른 김민석을 찾게 됐다. 그는 "수많은 고민과 진심, 생각 끝에 표정이 바뀐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름의 타협점도 찾았다"고 했다.

'연기는 어떠하냐'고 묻자 그는 단번에 "재미있으니까 하죠"라고 답했다. 마치 정해진 답이 있는 질문을 한다는 뉘앙스였다. "나를 갈아 먹으면서도 나를 채우는 것 같기도 하고. 해야 하는, 안 하면 안 되는 그런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들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앵글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괴롭기도 하죠. 이번 작품은 아이를 유괴해야 하는 죄책감 덩어리 인물이었잖아요."

'태양의 후예' '닥터스' '피고인'에 이르기까지 김민석은 연기력 논란 없이 성장했다. 극에 잘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연기력과 신을 잡아먹는 신스틸러 역할까지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감독들은 김민석의 어떤 모습에 빠졌을까. 그에게 감독 및 작가들에게 공통으로 듣는 얘기는 무엇인지 물었다.

"역할에 잘 묻어서 진짜처럼 연기해줘서 고맙다는 얘기요. 엄청난 칭찬인 줄 알지만, 당연히 해야 하기도 하죠. 그래서 무서워요. 언젠가 저도 큰 시련을 겪을 텐데. 그때가 되면 예전처럼 '내 탓이겠거니'라고 생각하려고요. 그러면 마음이 편하니까요."

대중의 관심이 깊어질수록 기대 또한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김민석은 "주연을 한 번은 맡고 싶지만 좀 더 천천히 오래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며 차분하게 말했다. "저의 위치와 주어진 역할에 맞게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의 입지에 욕심을 내봐야 될 것도 아니고, 또 욕심내면 큰 화를 부른다는 걸 알고 있어서 천천히 해내고 싶어요."

'언제쯤 이런 고민이 해결될 것 같으냐'는 물음에 김민석은 몇 년이 지나도 연기에 대한 고민과 열정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20년 후? 대선배들 인터뷰를 보면 연기에는 끝이 없다고 하잖아요. 30년 연기하면 고민이 덜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