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아라(28)가 데뷔 15년 차에 변화를 맞이했다. 데뷔작 '반올림'(2003) 이후 '응답하라 1994'(2013)로 인생작을 갈아치웠고, 최근에는 연습생 때부터 몸담았던 SM엔터테인먼트의 품을 떠나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공동 대표로 있는 아티스트 컴퍼니와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중앙대 연영과에서 공부한 고아라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관한 고민을 하며 대학 생활을 보냈다. 작품 할 때가 아니면 학교를 열심히 다녔고, 5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최근 2~3년은 배우로서의 방향성과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컸던 시기였고, 그때 아티스트컴퍼니 관계자를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됐다.

스펙트럼 넓히는 단계
역사·철학 등 다양한 책 자주 읽어
다작 희망…나이에 어울리는 역할 맡고파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아라는 전 소속사에 대해 "더 좋은 배우가 돼서 보답해야 하는 입장이라서 고마움이 크다"고 했다. 그는 소속사 이전은 전 소속사와의 불화로 인한 문제가 아닌, 더 나아가야 할 입장에서 택한 최선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아라는 왜 아티스트 컴퍼니를 택했을까.

"(이정재, 정우성은) 2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한 선배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은 작품의 방향성이 크게 와 닿았어요. 현장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선정하고, 또 많은 작품을 다양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컸죠. '반올림'으로 배우의 꿈을 키웠고, 앞으로에 대해 고민이 증폭된 시기에 같은 생각을 하고 (내가 생각한 대로) 잘해온 선배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분들의 필모에서 재미있게 본 작품이 많기도 했어요."

고아라는 이정재, 정우성뿐만 아니라 하정우, 염정아까지 현 소속사 선배들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선배들이 배우로서 살아가는 가치관에 대한 얘기를 해주시고, 보여주시기도 하세요.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게 사실이죠"라고 말했다.

오랜만의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고아라는 "연기에 대한 갈망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주로 얘기했다. 그는 "영화도 하고 싶고, 드라마도 안 해본 장르가 많아요. 드라마 애청자로서, 좋은 영화를 보면서 힐링하는 문화인으로서 재미있는 작품을 하면 좋겠다는 방향성이 아티스트 컴퍼니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고아라는 또 "어떤 작품을 했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되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목표죠"라고 했다.

변화에 앞서 그는 "부족한 점이 있으면 채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해왔던 모든 작품이 즐거웠고, 남는 것들에 대한 의미가 과정에 있었다고도 했다. 특히 고아라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스스로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있다고 했다.

"일부로 여행을 가려고 해요. '화랑' 끝나고도 미국에 다녀왔는데 자유는 여행에서 느낄 수 있잖아요. 외국인이 말 거는 것도 재미있고요. 평상시에도 자유롭긴 한데 아무래도 국한된 부분이 있죠. 간접 경험을 위해서 책도 보고, 그림을 그리면서 집중하기도 해요. 고등학생 때 일본에 살면서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으면 생각의 폭이 더 넓어지고 다른 영감을 얻기도 했어요. 그래서 책을 좋아하게 됐고 많이 읽으려고 해요. 스트레스 풀 때는 놀이동산이나 노래방에 가고, 볼링도 치죠. 생활에서 다양함을 느껴보려고 하고, 연기 얘기나 트레이닝에 중점을 두기도 해요."

늘 책을 본다는 고아라는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시집 두 권을 소소하게 읽고 있다고 했다. "시를 좋아하는데 '도깨비'가 방영되면서 더 와 닿았어요. 소중하게 읽고 있죠. 역사나 철학책을 읽는 것도 좋아해요. 철학을 진짜 좋아하고, 인체해부학 책을 사서 보기도 해요. '뇌구조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면 인체해부학 책을 보는 거죠.(웃음) 궁금한 게 있으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고, 미술관도 자주 가요."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과 마주할 날들을 꿈꾸며 고아라는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도 가꾸며 앞으로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선 과거를 돌이켜 보는 일 또한 중요하다. 고아라는 햇수로 15년차 배우지만, 지난날을 회상했을 때 긴 시간 활동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 시점에 정리해보고 싶긴 해요. 하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고 활동 기간이 긴 것 같지 않아요. 10년 후요? 앞으로는 캐릭터를, 작품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요. 지금 해 나갈 것과 앞으로 해야 할 것들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죠."

인터뷰에 앞서 고아라는 언론매체에 사진을 제공했다. 통통 튀는 발랄한 소녀의 이미지 대신 성숙하고 신비로운 숙녀의 모습이 앵글을 꽉 채운 모습이다. 사진의 콘셉트는 배우 본인이 의도한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느낌이에요.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취지로 찍은 게 맞죠. 배경이나 무드가 좋았던 것 같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차기작 고민이 크겠어요"라는 한 마디에 고아라가 "모든 대본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시청자도 저도 보고 싶은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고, 다양하게 하는 게 목표에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제 나이에 어울리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라며 쉼 없이 말을 이어갔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연기에 대한 열망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어떤 모습의 고아라를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어떤 모습일지라도 찬란하게 빛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