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님은 현장에서 제 연기에 대해 강요하지 않았어요. 배우에게 늘 맡기는 편이셨죠. 영화적 치밀함은 굉장한 분이라, 추가하는 부분은 있었죠.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충분한 대화가 통했고, 후반작업을 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일상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깨닭게 되었어요. 분량이 적다고 결코 서운하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하하!"

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천우희. <황해> 이후 6년 만에 신작 <곡성>으로 돌아온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이 어땠냐는 질문에 무척 행복해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한 느낌의 대부분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만족감과 더불어 짧지만 강렬했던 어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무명'이란 캐릭터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진 모습에서 여전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천우희는 충무로 최고의 두 연기파 배우 곽도원과 황정민과 <곡성>을 통해 만났다. "여자 후배로 봐주지 않더라고요.(웃음) 저 또한 영화 속 인물 중 하나였고, 촬영전 두 선배 배우들과 어떤 느낌이 나올지 기대감이 컸어요. 두 에너지 사이에서 밀리지 않아야겠다는 욕심이 절 즐겁게 만들었죠. 주인공으로 활약한 곽도원 선배님은 저와 마주할때마다 격려와 의로를 해줬어요. 황정민 선배님은 촬영 전 대본 리딩 이후 단 한번 만나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극 중 전라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천우희는 "따로 배운 건 없었어요. 감독님은 그저 '니 맘대로 해'라고 하셨기에, 제 맘대로 다했죠. 사람 말투도 감정과 정서에 따라 변하는데, 그걸 감독님은 편하게 해줬죠. 곡성이란 배경도 친근했어요. 저도 어릴적부터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추억이 있어서요.(웃음) 곡성은 타 지역보다 옛날 같은 느낌이 더 강했어요. 시사회를 통해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산의 곡선이 정말 그림처럼 잡혀 있었다는 게 참 멋있다고 생각했고요."라고.

이 작품은 천우희가 2년 전에 이미 캐스팅이 된 작품이었단다. "최근까지 활동하면서 주변에서 <곡성>에 대해 물어보시는데, 혹시나 스포일러가 될까봐 대답하기 너무 난감하고 힘들었어요. 처음 캐스팅 당시 기억으로는 황정민 선배님이 <한공주>를 인상깊게 봤다며 '너 뭐 하는 애기냐', '너 몇살이야?'라고 마치 한공주를 대하는 느낌처럼 대해 주셨고, 전 굉장히 당황하며 쑥스러워 한 기억이 나요." [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