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경주'가 감독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알려졌다.

21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 '경주'(감독 장률)의 제작발표회가 열려 감독을 비롯 박해일, 신민아가 참석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경주' 속 알려진 이야기가 실화였던 것.

영화 '경주'는 7년전 기억 속 춘화를 찾는 수상한 남자 최현(박해일)과 우아한 첫인상과는 달리 엉뚱한 카페 '아리솔'의 주인 공윤희(신민아)가 경주에서 보내는 1박 2일을 담아냈다. 영화의 공간 설정이 경주인 것에 대해 감독은 "실제로 1995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지인이 관광을 시켜준다고 갔던 도시가 경주였다"라며 자신의 추억을 회상했다.

장률 감독은 "경주에서 처음 간 곳이 카페 '아리솔'이었다. 분위기가 굉장히 묘했다. 경주에는 릉이 있는데 그 위치가 사람들이 사는 삶과 가장 가깝게 있다. 그런 도시는 경주밖에 없는 것 같다. 찻집 '아리솔'에서 춘화를 봤다. 신민아 같은 여신같은 주인은 없었지만 그 공간에서 춘화를 보고 인상이 깊었다. 그런데 그때 같이 가셨던 형 되시는 분이 고인이 됐다. 그 분의 장례식에 갔다 '경주'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그 찻집에서 영화 '경주'를 촬영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최현이 장률 감독의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 이에 다시 찾아갔을 때 춘화 역시 그 자리에 있었냐 묻자 감독은 "춘화는 없어졌었다. 그래서 95년에 본 춘화 그림의 원작가를 찾아내 그 분이 다시 그려주셨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장률 감독은 '경주'에 대해 삶과 죽음의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이야기 했다. 영화의 한 배경이 되는 '보문호수'역시 "아름답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그 아름다운 호수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항상 아름다움 뒤에는 다른 게 있다는 생각으로 고른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신민아 역시 경주에 대해 이번 영화를 통해 다른 이미지를 보게 됐다 고백했다. 그는 "경주는 수학여행 자주가는 곳이라는 기억밖에 없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도시?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촬영 며칠 전부터 내려가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님과 대화 후에 찾아가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되게 묘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묘하고 공기와 바람부터 좀 다른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장률 감독의 실화가 배경이 된 '경주'에서 박해일은 어찌보면 장률 감독의 분신인 최현 역할을 맡았다. 북경대 정치학 교수인 최현을 연기하며 박해일은 어설픈 춤사위와 애매한 행동들을 보여준다. 이에 그는 "작품마다 캐릭터에 감독님들의 모습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 감독님의 모습을 잘 관찰한다. 매 작품마다 그런 지점이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삶과 죽음의 도시 속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최현은 그렇게 박해일 안에서 다른 이면으로 보여준다.

장률 감독이 생각한 이면은 경주라는 도시 뿐만이 아니었다. 공윤희의 계모임 지인으로 류승완 감독이 플로리스트로 등장했던 것. 이에 장률 감독은 "류승완 감독을 평소에 보면 영화 찍는 스타일처럼 남성적이다. 그런데 남자같은 면 안에 다른게 있지 않겠나 싶었다. 여성스러운 역할을 해보는게 어떻겠냐 했는데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소화를 잘했다. 신민아씨도 전통 찻집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잇는데 영화를 다 본 후에 그 공간에는 신민아씨가 그려진다. 그런 쪽이 제가 좋아하는 취향인 것 같다"라며 류승완 감독과 함께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한편,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 경주에서 만난 수상한 남자 최현(박해일)과 엉뚱한 카페 주인 공윤희(신민아)의 로맨틱한 시간여행을 보여줄 영화 '경주'는 오는 6월 12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