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는 <직장의 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다.

지방대 출신에 내세울 것 없는 스펙, 월급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빠져나가는 학자금 대출, 셋방살이의 서글픔.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간직한 계약직 사원 정주리를 통해 <직장의 신>은 세상에 던져진 나를 보여줬다.

KBS2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의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과 대조적이었던 정주리(정유미). 시청자들은 반짝이는 기획 아이디어를 정규직 동료에게 빼앗기고, 공모전에 낸 기획안이 최종 심사 통과만을 앞두게 되자 계약해지 위기에 몰린 정주리에게 깊은 공감을 느꼈다.

정주리는 자신이 크리스마스트리인줄 알다가 수많은 전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름 한 번 제대로 불리기 힘들었고, 황갑득 부장(김응수)은 정주리를 '장주희'라 불렀고, 장규직 팀장(오지호)은 그녀를 '언니'라고만 불렀다.

어느것 하나 쉬운게 없었다. 비정규직으로 온갖 차별과 설움을 겪으면서도 정주리처럼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꿈을 꾸며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정주리를 보며 함께 울고 희망을 품었다.

정유미는 "제 친구들의 이야기라 생각해요. 아. 갑자기 마음이 안 좋아요"라며 주리와 같은 이들이 처한 현실과 아픔을 가슴으로 느꼈다고 했다. 정유미는 혹독한 사회에 던져진 정주리의 상처받은 마음을 진정성 가득한 연기로 전달했다.

수수한 옷차림과 운동화에 자연스럽고 순수한 연기를 더해 '우리'를 대별해줄 수 있는 캐릭터 '정주리'를 완성했다. 또 <직장의 신> 마무리는 정유미의 몫이었다. 잔잔하지만 진심이 담긴 내레이션으로 한 회 한 회의 메시지를 감동적인 울림으로 전달하던 정유미는 치유와 공감의 징검다리였다.

"이 세상에 믿을 거라곤 네 말라비틀어진 몸뚱아리와 자격증뿐이야"라는 미스김의 충고로 냉정한 현실에 직면한 정주리가 과연 미스김처럼 현실을 돌파하고 그렇게도 그리던 '미스김'이 될 수 있을지 오늘(21일) 밤 10시 <직장의 신>에서 그녀의 선택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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