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BS 제공
1995년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붉은 지붕 건물의 비극적인 그날. 그때 그 소녀들이 28년 만에 카메라 앞에서 그날을 증언한다.
오늘(4일) 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새벽 2시의 라이터 – 사라진 소녀들'편을 방송한다. 1995년 8월 21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붉은색 지붕 건물에서 138명의 여성이 사라진다. 남은 건 폐허가 된 건물과 이불 더미, 그리고 초록색 슬리퍼뿐이었다. 사라진 여성들은 누구였고 이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초록 슬리퍼의 주인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꼬꼬무 최초로 제보요청을 냈다. 얼마 후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떨리는 목소리로 제보 전화를 걸어온 여성들은 당시 열 다섯, 열 여섯 나이였다고 했다. 그때 그 사건 때문에 평생 큰 멍에를 안고 살아왔다는 소녀들. 가족들은 물론 세상 누구에게도 속시원히 털어놓지 못했던 그날밤의 충격적인 진실을 공개한다.
열 여섯 살 단짝친구 선옥(가명)이와 금선(가명)이가 붉은색 지붕 건물로 들어간 건 1995년 6월. 건물 중앙에 '믿음, 소망, 사랑' 문구가 걸려있고, 또래 소녀들이 같은 옷을 입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의 정체는 10대 소녀들을 모아서 무언가를 가르치는 ‘학원’이었다. 그런데 학원이라기엔 너무도 수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건물을 둘러싼 높은 담과 철조망. 그리고 창문마다 쇠창살이 달려있다. 심지어 청원경찰과 경비견까지 소녀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험악한 분위기에 압도된 선옥이와 금선이는 겁에 질린 채 건물로 들어갔다.
대부분 10대 소녀였던 원생들은 왜 학교 대신 이 학원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 이상한 점은 또 있다. 13세부터 33세까지 원생들의 연령대가 다양했다는 것이다. 들어온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하나같이 이곳 생활이 지옥이라고 말하는데 끔찍한 생활을 견디지 못한 원생들의 자살기도가 이어지면서 소녀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결국 이 수상한 학원에 운명의 그날이 다가온다.
소녀들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쪽지들. 직원들의 감시를 피해 학원을 집단 탈출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소녀들이 준비한 탈출 계획의 실체와 이들의 계획은 과연 성공했을지 장트리오가 이야기를 전한다.
장도연의 이야기 친구로 진행 능력에 예능감까지 대세 아나테이너이자 SBS 8뉴스 여신으로 불렸던 아나운서 박선영이 꼬꼬무를 찾았다. 3년 만에 SBS에 복귀한 첫 프로그램으로 꼬꼬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맡는 친정 향기(?)에 한껏 들뜬 것도 잠시, 이야기 시작 3분만에 눈물을 쏟으며 역대 이야기 친구 중 가장 빨리(?) 오열한 친구로 등극했다. 어린 소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에 누구보다 깊은 공감력을 보여준 박선영은 앵커 출신답게 사건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기도 했다.
장현성의 이야기 친구는 '82년생 김지영', '대행사'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여성의 삶을 그려온 배우 김미경이다. 평소 딸과 함께 꼬꼬무를 애청해왔다는 김미경은 후배 장현성의 열연과 노고(?)를 직관하며 짠한 누나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명품 배우답게 말 대신 눈빛과 표정으로도 기쁨, 슬픔, 분노, 애잔함, 만 가지 감정을 표현한 김미경. 그시절 어린 소녀들을 향해 한 사람의 엄마이자 어른으로 깊은 이해와 위로를 전했다.
누가 장성규고 누가 한해인가? ‘미러전’이 드디어 성사됐다. ‘장성규 닮은꼴’로 불리던 래퍼 한해가 처음으로 꼬꼬무를 찾았다. 장성규와 함께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을 열창하며 완벽케미를 보여줬다. 첫 출연답지 않게(?) 날카로운 추리를 펼치는가 하면 답답한 마음에 눈살을 연신 찌푸리기까지 했다.
한해를 과몰입하게 만든 그날의 이야기 '새벽 2시의 라이터-사라진 소녀들'은 5월 4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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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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