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하이브 제공, 픽콘DB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최대 주주에 등극했다.
10일 하이브는 SM 설립자인 이수만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의 14.8%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가액은 약 4228억 원이다.
앞서 SM 이사회는 카카오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후 제 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SM 지분 9.05%를 넘긴 바 있다. 이에 카카오가 이수만 대주주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으나, 하이브가 이번 이수만 대주주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 것. 하이브는 "양사의 글로벌 역량을 결집시켜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겠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 SM, 멀티 레이블 도입 체제→카카오와 전략적 제휴…'3.0시대 선언'
사진: SM, 카카오 제공
지난 3일 SM 이성수, 탁영준 공동 대표는 공식 유튜브 채널 및 홈페이지를 통해 “SM 3.0: IP 전략 -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를 발표, 팬, 주주 중심의 SM 3.0 시대로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그간 이수만 프로듀서의 라이크 기획의 단일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날 것을 선언한 것. 특히 SM엔터테인먼트는 이에 따라 소속 아티스트를 5+1개의 제작 센터로 구분, 아티스트 전담 제작/핵심 기능을 배치해 독립적인 의사 결정 보장 및 창작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다졌다.
이후 지난 7일 SM은 주식회사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함과 동시에 카카오와 SM의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전환사채 전환을 통해 카카오는 SM 보통주 114만주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전환후 기준 SM 지분율 9.05%로 SM의 2대 주주가 된다.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는 "카카오와의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SM이 글로벌 선도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강력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 이수만 반발…"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 제출"
사진: SM 제공
하지만 이수만이 이러한 SM의 결정에 반발하며 판도가 달라지게 됐다. 8일 이수만의 법률대리인 측은 이수만이 이날 오후 서울동부지법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것. 법률대리인 측은 "기존 주주가 아닌 제삼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한도에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방법을 택해야만 한다"라며 "그러나 이번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결의는 위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위법한 결의"라고 주장했다.
◆ 얼라인파트너스 측, 이수만 '황제계약' 폭로
사진: 얼라인파트너스 제공
이수만의 '라이크 기획' 문제를 지적해왔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영은 9일 SM이사회에 대한 위법행위유지청구 원문을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SM과 라이크 기획의 계약은 지난해 12월 31일 조기 종료됐으나, 2015년에 체결되고 연장되어 온 라이크기획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 별지2 '계약 종료 후 정산에 관한 약정'에 따르면 이수만은 아무런 용역에 대한 의무 없이 기존 발매한 음반, 음원 수익에 대해 2092년까지 로열티 6%를 받는 것은 물론, 2025년 말까지 매니지먼트 수익에 대해서도 3%를 수취한다는 계약 내용을 폭로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것에 대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SM 주식 공개 매수를 통해 '백기사'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 측은 조회공시 요구를 했고, 하이브는 "당사는 SM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등 지분 인수와 관련된 사항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라며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밝혔다.
◆ SM, 가처분 신청 및 하이브 인수설에 대한 입장문 발표
폭로 하루만에 다른 전개가 이어졌다. 10일 새벽 6시, SM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M&A를 반대한다",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는 SM 3.0 전략의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회사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최대주주(당시 이수만) 측이 주장하는 경영권 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SM은 특정 주주/세력에 의한 사유화에 반대하며,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SM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과 명예가 집중되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 집단 지성이 모여 함께 아티스트를 성장시키고, 그 기쁨과 보상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며 "팬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SM 3.0 사업 전략의 후속 발표에도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당부를 더했다.
◆ 하이브, 이수만 전 총괄 SM 지분 인수·공개 매수 착수
사진: 하이브 제공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하이브 측은 같은 날 오전 8시 40분 경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이수만 전 총괄의 SM 지분을 인수하고 SM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착수에 나섰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방시혁 의장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K-POP을 하나의 산업으로 일궈낸 것에 대해 존경의 뜻을 전달했고,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그려 온 글로벌 비전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는 SM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브 측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미 SM과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 간의 계약 해지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린 바 있다"라며 "이번 하이브와의 합의 과정에선 라이크기획과 SM엔터테인먼트간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일몰조항에 따라 일부 수수료가 이 전 총괄에게 지급되는 내용을, SM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지급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개인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SM 관계사들의 지분도 하이브에 양도하여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와 동시에 소액주주 이익 제고에도 나설 방침"이라며 "그 일환으로 최대주주 보유 지분 인수가와 동일한 가격에 소액주주의 지분 또한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했다.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조달 등의 제반 절차는 이미 완료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경제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과 소액 주주 지분을 같은 가격에 사들여 최대 40%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 시작도 전에 막 내리는 SM 3.0 시대?
사진: SM 제공
다만 이러한 결정에 일부 누리꾼들은 우려의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초 이와 같은 지배구조 개편 발단의 시발점이 된 것이 이수만의 '라이크기획'인데, 결국 이수만 전 총괄의 자리는 보전이 되고, 기존 SM 이사진의 영향력만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특히 SM 측은 3.0 시대를 선언하며 올해 중 신인 그룹을 론칭한다는 계획도 밝히며 해당 프로듀서로 각각 SM 대표이사인 이성수(걸그룹), 탁영준(보이그룹)을 내세웠으나,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한 바, 무산될 우려에 처하기도 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기도 한 대중음악평론가 김도헌 역시 이와 같은 상황에 우려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공식 SNS 채널을 통해 "SM 3.0 발표, 과격하게 다가왔을 수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발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대할 부분이 많았다. 내게는 오늘의 인수 소식이 더욱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SM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모든 구성원과 아티스트, 그리고 팬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더욱"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수만의 '라이크기획' 문제를 지적한 기사를 게재하며 "지금까지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영을 해왔으면서 하루아침에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운영 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 잣니이 설립한 회사를 넘기는 총괄 프로듀서나, 이를 '대승적 결단'이라 포장하며 품어주는 기업이나"라며 "보기좋은 그림이 아니다"라고 지금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하이브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독점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현재 하이브는 빅히트뮤직, 플레디스, 빌리프랩, 쏘스뮤직, 어도어, KOZ엔터테인먼트 등을 자회사로 소유 중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도대체 방탄소년단으로 얼마를 번걸까", "이수만 하이브에는 절대 안 판다고 하더니 결국 하이브로 갔네", "하이브가 SM 인수하면 하이브랑 하이브 아닌 돌로 나뉘겠다". "엔터사는 다양해서 각자 개성이 잘 사는 것이 좋은데 아쉽다", "케이팝이 그동안 경쟁으로 커왔는데 하이브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는 것 같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하이브에 대항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주당 12만원)을 높여 또 다른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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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에디터 하나영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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