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리뷰] '교섭', 양가적 감정 속에 현빈이 서있네
기사입력 : 2023.01.18 오전 10:14
사진 : 유튜브채널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상캡처

사진 : 유튜브채널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상캡처


예전에 '밀양'(2007)을 봤을 때, 뒷통수가 아린 느낌이었다.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가 절대적 신의 존재를 꺼내며 먼저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당시 영화를 보고 충격에 일주일 동안 자꾸 영화가 떠올라 마음이 어지러웠다. 이와는 전혀 다른 전개다. 감정보다는 활약에 포커스를 맞추며, '오락 영화'로 즐기기에도 무방한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와 떨어뜨릴 수 없는 질문이 보는 내내 계속 머리 속에 이어진다.

오늘(18일) 개봉하는 영화 '교섭'은 완전히 다르게 '생명'에 대한 질문을 한다. 영화는 과거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납치된 샘물교회 목사와 교인 등 23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한 버스에 타서 기도를 하며 아프가니스탄의 허허벌판을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는 버스가 등장한다. 연이어 모래 사막을 가로질러 탈레반이 등장하고, 곧 버스에 탄 23명의 한국인은 그들에게 인질로 잡힌다. 이 소식은 곧 외교부에 전해진다. 정재호(황정민)은 잘 알지도 못하는 아프가니스탄에 왜 23명이나 인질로 붙잡혔는지 이해가 안된다. 일단, 선교 목적이 아닌 자원봉사라고 알린다. 이슬람 국가에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영화 '교섭'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섭' 스틸컷 /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국정원 또라이'로 불리는 박대식(현빈)을 만난다. 몸으로 뛰어서 사건을 해결해 오던 박대식에게 양복 차림의 정재호는 어딘가 못미덥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 하면서, 서로에게 확신을 갖는다. 다른 그 어떤 목적에 앞서 '생명을 구해야 한다'라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라는 것. 그 동력으로 온갖 루트를 동원해 결국 탈레반과 협상 테이블까지 이른다.

이른바 23명의 샘물교회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납치된 것과 관련해서 2007년에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벌어진 9·11 테러 참사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여행 자제 요망국으로 지정됐다. 인천공항에 해당 안내문까지 써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은 선교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렀고, 우려했던 그대로 탈레반에게 납치를 당했다. '교섭'은 피랍당한 사람들보다 이들을 구하려는 정재호(황정민)와 박대식(현빈)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영화의 줄기상 받게 되는 첫 번째 질문이 있다. 국가는 '권고를 따르지 않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가.


영화를 통해 받게 되는 질문에 고민이 되는 지점이 있더라도, '교섭'은 영화적 볼거리와 즐거움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정재호(황정민)와 박대식(현빈)의 활약상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외교적인 논리로 접근하던 정재호는 아프가니스탄의 길 위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마주하고, 그들의 언어에 자신의 논리는 통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박대식은 탈레반이 제시한 시간에 맞춰 앞뒤 가리지 않고 선택해서 국제 사기를 당할 뻔한다. 탈레반이 제시한 시간 제한은 '교섭'을 보는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카심(강기영)의 등장은 '교섭'의 긴장감을 적절하게 풀어주며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 달리게 한다.

여기에 국제 사기꾼들에 맞서 몸을 던져 돈 가방을 되찾는 현빈의 오토바이 질주와 카 액션은 '교섭'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다. 더불어 현재의 박대식이 자신의 트라우마의 원인이 된 과거를 회상할 때 드러난 현빈의 미소년 자태는 놀랍기까지 하다. 하지만, 역시 영화의 백미는 탈레반과 마주 앉은 황정민의 모습이다. 그 전까지 공들여 쌓아올린 정재호의 한 방이 폭발하는 지점.


낯선 공간을 마주하는 즐거움도 크다. 과거 예능프로그램에서 배우 김지영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을 촬영할 때 카메라가 비추고 있지 않을 때도 뛰고 있어야 했다고 밝힌 바 있을 정도로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과정은 고되었지만 그 몫을 충분히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촬영할 수 없어 요르단에서 촬영된 '교섭'에서 임순례 감독은 관객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실제 간판까지도 '아프가니스탄'의 언어 파슈토어로 교체할 정도로 디테일까지 공을 들였다.

과연 관객은 어떤 각자의 답을 안고 극장을 나오게 될까. 코로나 시기까지 겹쳐서 많은 고생을 한 '교섭'을 보고나서다. 임순례 감독은 인터뷰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 항상 절대적으로 옳은가, 국가와 국민의 관계는 어떤 것이 이상적인가,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국적인 풍경을 보며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중간중간 재미있게 볼 요소도 많고 하니까요. 관객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도 있는 영화로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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