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BS <왜 오수재인가> 11회 방송 캡처
서현진의 잘못된 선택이 운명을 뒤바꿨다.
지난 8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연출 박수진·김지연, 극본 김지은) 11회 시청률은 7.2%(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순간 최고 9.1%로 금토드라마뿐만 아니라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2049 시청률 역시 2.6%로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서로 다른 이유로 깊숙이 묻어두었던 ‘김동구 사건’을 다시 떠올리는 오수재(서현진)와 공찬(황인엽)의 모습이 그려졌다.
오수재는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국선 변호사 시절 만난 의뢰인 김동구(황인엽/이유진)가 공찬과 동일 인물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마치 공찬의 마음처럼 굳게 잠긴 옥탑방에는 10년 전 사건을 곱씹고 되짚은 기록들과 흔적들로 가득했다. 당시 검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최태국(허준호)과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서준명(김영필)은 물론, ‘나를 끝까지 믿어준 사람’으로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욱 복잡한 심경이었다.
공찬은 옥탑방에서 벌어진 일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의붓여동생 전나정(황지아)이 안치된 납골당으로 향했다. 영평지구 공사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백골이 전나정이라고 확신한 것.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서중대 로스쿨 원장 백진기(김창완)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10년 전 그의 딸이 사고를 당했고, 당시 전나정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어 누군가에게 쫓기듯 도망치는 강은서(한선화)가 편의점 앞에서 전나정을 만나는 과거 장면은 두 사건의 연관 관계를 주목게 했다.
공찬은 구조갑(조달환)의 연락을 통해 오수재가 옥탑방에서 모든 것을 알게 됐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공찬이라고 고백하는 것도, 백골이 전나정이라고 증명하는 일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술로 속상함을 달래고 돌아오는 길, 공찬은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밤거리를 헤맸다. 그때 오수재가 나타났다. 그는 공찬이 입을 떼기도 전에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아. 나한테 어떤 말도 하지 마”라며 냉정하게 돌아섰다. 오수재는 역시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슬픔에 빠져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먼저 9년째 복역 중인 노병출(김한준)이 진범인지 확인에 나섰다. 공찬과 노병출은 교도소 면회실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만났다. 그동안 노병출의 자백과 진술을 불신해오던 공찬은 “내 동생, 네가 죽였어”라며 왜 죽였는지, 그리고 왜 바다에 버렸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들은 수상하고 미심쩍었다. 공찬은 다시 한번 자신의 판단을 확신한 듯 “넌 역시 아니야. 가석방으로 꼭 나와라. 기다린다”라며 떠났다.
전나정과 백골의 DNA 일치 여부도 확인이 필요했다. 공찬은 아버지 김상만(서진원)을 설득하지 못하자, 때마침 로스쿨을 찾아온 전나정의 친모 지순옥(배해선)에게 자신이 김동구임을 밝혔다. 이에 지순옥은 “우리 나정이 안 죽었다”라며 현실을 부정했고, 이를 지켜본 리걸클리닉센터 멤버들은 ‘김동구’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오수재는 송미림(이주우)으로부터 공찬이 영평지구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백골을 전나정이라고 주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수재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공찬을 멈춰 세우고 먼발치에서 통화를 이어갔다.공찬은 오수재의 질문에 대답 대신, 자신이 김동구라는 사실을 말하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 하지만 속이려 한 것은 아니라는 말에 오수재는 “너는 날 속인 거야, 김동구”라며 그를 단호히 끊어냈다. 이어진 대화에서 두 사람은 재회 이후 처음으로 ‘10년 전’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끝내 오수재는 그에게 ‘이만큼’ 거리를 지키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
결국 오수재와 공찬은 다시 멀어졌다. 자신을 끊임없이 밀어내는 오수재에게 전하는 “나는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 싶었어요”라는 공찬의 한 마디는 너무도 애절했다. 죽음보다 괴로웠던 과거 김동구의 삶을 지우고, 현재 공찬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던 그. 오수재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자리한 마음 한구석에는, 김동구로서는 무엇도 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패배감이 몰려들었다. 처참하게 무너지는 그의 모습이 가슴을 아려오게 했다.
방송 말미, 오수재 시점의 이야기도 새롭게 드러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김동구는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었지만, 오수재가 무죄 변론을 포기했던 것. 여기에는 엄마와 두 오빠를 책임져야 하는 실질적인 가장으로서의 갈등, 그리고 당시 사법연수원 교수였던 백진기의 “순리대로 해”라는 회유가 있었다. 자신의 선택을 떠올리며 ‘내가 김동구를 버렸어. 난 너를 버렸어’라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오수재의 내레이션은 두 사람의 인연과 관계의 향방을 더욱 궁금케 했다.
한편,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 12회는 오늘(9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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