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쿠팡플레이 제공
수지가 '안나'라는 인생작을 만났다.
지난달 24일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로, 수지의 강렬한 연기 변신과 눈을 뗄 수 없는 전개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극 중 수지는 유미와 안나, 두 개의 이름과 삶을 가진 인물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그는 구차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유미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완벽한 모습의 안나로 변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수지는 '안나'를 통해 극과 극을 살아가는 캐릭터의 복잡다단한 서사를 촘촘하게 쌓아 올리고 있다. "유미의 어린 시절 모습이 공감가게 그려져야 안나가 되었을 때의 행동도 이해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린 시절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라는 수지. 특히 유미의 모습을 통해서도 자신의 어린 시절까지 돌아보며 캐릭터를 이해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 끝에 만들어진 '안나'는 수지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고, 오롯이 역할 그 자체로 완성돼 '인생 캐릭터'라는 평을 얻고 있다. 수지는 이번 작품을 통해 '희열을 느낀 순간'이 "엄청 많다"라며 "드라마에 다 나오지는 않았는데 대본에도 있고, 애드리브로도 욕을 좀 많이 했다. 불편한 감정을 보여주는 신이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딱히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냥 모든 것들이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했던 연기와는 또 다른 연기니까 '나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네' 이러면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수지의 인생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안나'는 쿠팡플레이를 통해 오늘(8일) 저녁 8시 공개된다.
Q. '안나'가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데
기사도 많이 나오고 반응이 좋다. 주변에서도 재미있다고 연락들이 꽤 오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저한테도 궁금하다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서 스포를 해줄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되게 낯선 것 같다. 이렇게 칭찬을 받은 적이 많이 없어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내가 선택한 것이나 촬영을 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Q. 수지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대본을 봤을 때부터 너무 욕심이 났던 캐릭터다. 내가 대본을 보고 느꼈던 유미의 안쓰러운 상황이 시청자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유미의 불안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나한테도 찾아보고 자문도 구했다. 여러 방면으로 계속 고민을 하면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한 여자의 인생이 이렇게 될 수도 있구나'라는 측면에서 신경을 썼다.
Q. 처음부터 자신감이 있다는 말을 했다. 자신있던 이유는
대본을 읽을 때 심장이 막 뛰었다. 내가 해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편으로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의 마음도 있었지만, 보여주고 싶다는 결정을 질러놓고 그것에 대한 결과를 내가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미에 이입해서 대본을 보다가 무모해진 것인지 막연한 자신감이 생겼다.
Q. 10대부터 30대까지 압축된 시간의 흐름을 연기해야 했는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각각 표현했는지
10대, 20대, 30대라고 딱 나누기 보다는 처음 거짓말을 하고 들킬까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지나, '사람들이 이걸 믿네' 세상이 우스워 보이고 사람들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이 안나가 되었을 때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대범해지고 조금씩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거짓말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에 신경을 썼다.
Q. 스스로에게는 유미의 어떤 모습을 찾았는지
유미와 저의 삶은 다르지만, 유미의 불안감을 만들기 위해 저를 많이 돌아봤다. 똑같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은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는 것 같다. 터미널 신을 찍을 때는 연습생 때가 많이 생각났다. 저도 광주와 서울을 왔다갔다 했었다. 그때 드라마에서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불이 꺼지는데, 기분이 되게 이상했다. 내 안의 유미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Q. 실제 수지의 경우, 거짓말을 들킨 경험이 있는지
제 거짓말은 늘 들켜요. 거짓말을 하려면 내가 말했던 것을 잘 기억해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해서, 거짓말도 잘 못하는 편이다. 간단히 트레이너 분들께 뭐 짬뽕과 탕수육을 먹었을때 짬뽕만 먹었다고 거짓말을 한다던지, 이런 거짓말은 자주 하는 것 같다. (웃음)
Q. 처음 선생님과 연애가 들통이 난 뒤, 행동을 보고 사회에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유미의 주변에는 이런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고, 영향을 많이 받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미는 진심이었는데, 그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한 것에 큰 배신감, 모멸감, 수치심을 느낀다. 유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 된 것 같다. 그 사람도 어떤 거짓말을 한 것인데, 유미의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Q. 대입에 실패한 뒤 유미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초반의 거짓말은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솔직하게 이야기 못 했을 것 같은데, 그 다음의 거짓말은 자신이 있어보이고 싶어서, 자존심 상하지 않으려고 그런 것 같다.
Q.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유미가 잘했냐, 잘했지 않냐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여자의 인생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유미가 마냥 나빠보이지 않게 공감할 수 있으려면 우리가 표현해야 할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 그러면서도 현실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묘한 그런 반응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Q. 유미는 많은 사랑을 받은 아이였다. 결핍은 어디에서 왔다고 생각하는지
저는 유미의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크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필립스 부인을 만나고 가정형편에 안 맞는 수입과자를 먹고, 그런 것들이 자랑거리가 되고, 친구들도 집에 초대하면서 자랑하게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위치와 그걸 충족시켜줄 수 없는 가난이 유미에게 가장 큰 결핍이 됐지만, 보고 자라온 것들이 있어 허영심을 키운 것 같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살다보니 나중에 자신이 보잘 것 없다고 느꼈을때 취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그런 것에 대해 생각했다.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 포커스를 두기 보다는, 이 여자의 삶을 바라보는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Q. 심리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어려웠던 신이 있는지
후반부에 제가 SOS를 요청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유미와 안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진짜가 된 것 같다고 느꼈는데, 대사 중에 얘가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진심인가, 아닌가 헷갈렸다. 그 상황 하나를 회피하기 위한 것인지, 진심인건지. 그 부분을 연기할 때 조금 모호해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표현했던 것 같다. 내가 느낀 감정이 연기에 담겨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했다.
Q. 수어 연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는지
수어를 하는 부분이 많지는 않았는데, 그걸 익숙하게 해야 하니까 그 부분이 조금은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보여야 하는데 뭔가 딱딱 하려는 강박이 생겼고, 하다보니 안무처럼 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조심하며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수어에도 감정이 담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감정을 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Q. 안나로서 살아가게 되는 삶이 고군분투였을까, 혹은 즐기는 것이었을까
안나의 거짓말은 불안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걸 들키지 않고, 자신이 보여주기 위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한다. 사실 그렇게 공부를 해서 다른 일을 찾았으면 되는건데. (웃음) 자기가 만들고 싶은 사람을 만들었다는,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
Q. 여타 리플리 증후군 드라마와 '안나'의 차별점은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까지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안나가 된 유미는 알고 있다. 마음 속으로는 들킬까봐 불안한 마음이 크다. 그런 마음이 현주를 마주하며 더 심해지고. 초반에 포커페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포커페이스로 거짓말을 잘 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아닌, 어쩌다 거짓말을 해서 이런 삶을 살게 된 불안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다. 다른 리플리 증후군을 다룬 작품과는 여기에서 차이가 생긴 것 같다.
Q. 이후의 '안나'는 어떻게 될까
거짓말을 들키며 잘못을 따지게 되는 그런 모습이 안나의 몰락이겠지만, 저희 드라마가 그런 것만을 그리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여자가 왜 이렇게 살게 됐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앞으로도 여러 사건이 나오겠지만, 결국 그런 사건들보다는 지금 안나가 겪고 있는 모습을 통해 대단한 사람이 됐는데 과연 원하던 결과였는지, 혹은 목적조차 잃어버린 것인지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 것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글 에디터 하나영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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