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SAG 인스타그램, 영화 '밀양', '미나리' 스틸컷
사진 : 영화 '씨받이','아제아제바라아제' 포스터
한국 배우의 세계 영화제 수상은 1987년부터 시작됐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배우 강수연이 '제4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부터다. '씨받이'는 제목이 전하는 강렬함으로 마치 야한 영화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오산이다. 작품 속에 담긴 것은 조선시대 대가집 종손의 씨받이 여인 옥녀의 한 많은 삶이다. 당시 21살이었던 배우 강수연은 옥녀 역을 맡아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한국 영화 역사상 첫 국제영화제의 연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강수연은 '씨받이'에 이어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여배우로 입지를 굳혔다.사진 : 영화 '오아시스' 포스터,스틸컷
그 바통을 오랜 시간이 지난 2002년 배우 문소리가 이어받는다. 문소리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 속 공주 역으로 '제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Marcello Mastroianni Award)를 받는다.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공주 역을 맡은 그는 막 출소한 종두(설경구)와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랑을 그려내며 호평을 받는다. 현재 영화계에서 배우, 프로듀서, 그리고 감독으로까지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문소리가 세계 무대에서 각인된 순간이었다.사진 : 영화 '밀양' 포스터,스틸컷
이창동 감독의 작품 속 또 한 명의 여배우가 칸을 매료시켰다.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밀양' 속 신애 역으로, 전도연은 '제 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게 된다.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받은 칸 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이다. 전도연이 연기한 신애는 자신의 기구한 삶을 통해 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도연은 수상 당시 "어떡해"를 연발하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를 통해 전도연은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사진 :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포스터,스틸컷
이후 2017년 배우 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 '은곰상: 여자 연기자상'을 받는다. 여우주연상에 해당하는 상으로, 김민희는 외국 어느 도시에 머무는 여배우 영희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보였다. 당시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열애설을 인정하며, 오히려 3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김민희의 수상으로 세계 3대 영화제라고 불리는 베니스,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세 명의 한국 여배우가 모두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사진 : 영화 '기생충' 포스터,스틸컷
2020년은 영화 '기생충'의 해였다. 국내에서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백인들의 시상식으로 불리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의 최초의 작품상 수상이었다. 또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영화부문 최고상인 앙상블상을 받았지만, 유독 해외 영화제에서 배우상으로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 속에서도 배우 송강호가 '제45회 LA비평가협회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사진 : 영화 '미나리' 포스터,스틸컷
해외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펼쳤던 화려한 수상 릴레이를 2021년 영화 '미나리'가 이어갔다. 특히, 배우 윤여정은 '제46회 LA비평가협회상',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국제영화제에서 윤여정의 첫 수상은 아니다. 윤여정은 영화 '죽여주는 여자'로 2016년 '제20회 몬트리올판타지아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윤여정의 어록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난 최고, 그런 말이 참 싫어요. (사람들이) 너무 1등, 최고를 막 (강조)하잖아요. 그러지 말고 우리 다 '최중'이 되면 안 돼요? 그냥 같이 살면"이라는 말은 그의 삶의 태도를 엿보이게 했다.사진 : '골든글로브 시상식' 홈페이지 캡처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시청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배우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배우 오영수는 지난 1월 10일 개최된 '제79회 골든글로브'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영수는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입니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해 달라진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전하며 뭉클함을 더했다.사진 : SAG 인스타그램
'오징어 게임'의 배우 이정재, 정호연이 한국 배우의 위상을 다시금 드높였다. 한국 배우 최초로 TV 드라마 부분의 주연상 수상자가 되면서다.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제28회 SAG(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이정재와 정호연은 TV 부문 남녀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정재는 "오, 세상에"라는 감탄사로 남우주연상 소감을 시작했다. 그는 써왔던 긴 소감문을 접은 뒤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준 전 세계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짧고 굵은 소감을 전했다.
정호연은 "감사합니다. 여기 계신 많은 배우분들을 관객으로서 TV와 스크린에서 많이 봐왔는데, 항상 그분들을 보면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지금 이 자리에 와있다는 것 자체가 진심으로 영광이고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감사합니다. '오징어 게임' 팀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이렇게 '오징어 게임'은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스턴트 앙상블상에 이르기까지 미국 SAG 시상식 3관왕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비영어권 시리즈의 최초 수상 기록을 세운 것.
사진 : KBS2 '청룡영화상' 시상식 생중계 캡처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한국 콘텐츠가 갑자기 전세계에서 관심의 집중이 되는 이유에 대해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윤여정의 말을 붙이고 싶다. 윤여정은 지난해 11월 열린 '청룡영화상' 2부 오프닝 무대에 올라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다.
"몇 주 전에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하는데 물어보더라. 한국 대중예술이 이렇게 갑자기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를 알 수 있냐고. '기생충', BTS, 오징어 게임 등. 그래서 대답했다. 언제나 늘 좋은 영화, 드라마가 있었다. 다만 세계가 갑자기 우리에게 주목한 것 뿐이라고 답했다. 앞으로도 바라볼게 많은 여러분이 좋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면 좋겠다. 그게 제 바람이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훌륭한 감독들의 훌륭한 작품이 있었고, 이를 배우들과 스태프의 힘으로 빛냈다. 그리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을 통해 비로소 전 세계가 이를 빠르게 만날 수 있게 됐다. 마음껏 가슴이 웅장해져도 된다. 그리고 마음껏 기대해도 된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우리의 영화, 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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