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포토 에디터 이대덕, KBS2 '청룡영화상' 시상식 생중계 캡처

역시 '청룡영화상' 시상식에는 웃클(웃기고 뭉클하다의 줄임말) 순간들이 이어졌다. 배우 윤여정의 감사 인사에 객석의 영화인들은 모두 기립박수로 존경을 표했으며, 배우 김선영은 자신이 탄 여우조연상을 받을 때보다 '세자매'에서 함께한 배우 문소리가 여우주연상을 탔을 때 더 많은 눈물을 보였다. 청룡영화제 속 순간들을 모아봤다.

윤여정 "자랑스러운 우리 동네 주민, 윤여정"

윤여정은 '청룡영화상' 2부 오프닝 무대에 올랐다. 객석의 배우, 감독 등 영화인들은 기립박수로 그를 맞았다. 윤여정은 "바라볼 것보다 돌아볼 게 더 많은나이가 됐다. 그런데 또 돌아보게 해주신다. 올해 저 한해는 어리둥절한 한 해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다. 윤여정은 "몇 주전에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하는데 물어보더라. 한국 대중예술이 이렇게 갑자기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이유를 알 수 있냐고. '기생충', BTS, 오징어 게임 등. 그래서 대답했다. 언제나 늘 좋은 영화, 드라마가 있었다. 다만 세계가 갑자기 우리에게 주목한 것 뿐이다라고 답했다. 우리 다같이 앞으로도 바라볼게 많은 여러분이 좋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누면 좋겠다. 그게 제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특유의 위트있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고 돌아오던 길을 회상하면서였다. 윤여정은 "제가 행사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집에 도착할때 동네 입구에 평창동 주민 여러분이 '자랑스러운 우리동네 주민 윤여정'이라고 플랜카드를 붙여주셨다. 그거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뭉클하고, 내가 조국의 품에 안겼구나 싶었다. 지금도 우리말로 하는게 너무 좋다. 세종대왕님께도 감사하다. 한글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이제훈 "이 자리에 꼭 함께 연기하고 싶은 분이 계신다…구교환"

배우 이제훈은 신인감독상 시상을 위해 '청룡영화상' 무대에 올랐다. 단편영화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로 감독으로 한발 내디딘 이제훈은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를 묻는 말에 "이 자리에 언젠가 꼭 함께 연기하고 싶은 분이 계신다"고 답했다. 이어 "구교환 배우님, 언젠가 함께 연기해달라"고 손하트를 보냈고, 객석에 있던 구교환 역시 하트로 화답해 웃음을 주었다.

이정재X정우성 "우리는 깐부니까"

배우 이정재, 정우성은 나란히 감독상 시상을 위해 '청룡영화상' 무대에 올랐다. 정우성은 "8년 만에 청룡영화상 시상을 하게 됐다. 무대 뒤에서 나오기 전에 손이라도 잡고 나와야하나라는 생각을 잠깐했다"라며 말문을 열었고, 이에 MC를 맡은 김혜수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손 잡을 것을 권했다. 잠시 망설이던 정우성은 "우리는 깐부니까"라고 말하며 이정재와 새끼손가락을 걸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에서 이정재가 듣게 되는 대사를 고스란히 던진 것.

정우성은 이정재가 감독과 주연으로 임한 영화 '헌트'의 주연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안성기, 박중훈 배우님이 영화 '라디오 스타'로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셨다. '헌트'로 공동수상 가능하게 해줄거냐"고 이정재에게 물었고, 이정재는 "온 김에 청룡영화상 뒷 스테이지에서 (관계자 분들을) 만나야겠다. 약속 좀 받고 가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어 객석을 웃음짓게 했다.

류승완 감독 "감사하긴 한데, 굳이 시상을…"

훈훈한 깐부 이정재X정우성에게 감독상을 받게 된 주인공은 영화 '모가디슈'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었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은 뜻밖의 피해자(?)가 되었다. 그는 수상한 뒤 "지금 혹시 화면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정상이다. 앞 사람들 때문에 뭔가 이상할 수 있는데, 잘못된 건 없다. 감사하긴 한데, 굳이 시상을 이렇게 붙이면 대한민국 그 어떤 영화 감독도 좋아할 사람이 없을 거다. 참고해달라"고 소감의 운을 떼 폭소케했다.

문소리 "선영아 울지마"

영화 '세자매'는 여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모두 안겨줬다. 배우 김선영은 여우조연상을, 문소리는 여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그런데 문소리가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 김선영은 자신이 여우조연상을 받을 때보다 더 많이 울었다. 앞서 김선영은 여우조연상을 받은 뒤 "문소리 감사하다. 문소리가 없었으면 저희 영화가 들어갈 수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문소리는 객석에 있는 김선영을 보며 "선영아 울지마. 너가 울면 내가 마음이 아파. 자매님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라고 소감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어 "'세자매'에 같이 출연한 김선영 배우에게는 예은이라는 딸이 있고, 장윤주 배우에겐 리사라는 딸이있고, 저는 연두라는 딸이 있다. 그 딸들이 폭력의 시대나 혐오의 시대를 넘어 당당하고 편하게 웃으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영화이고, 이땅의 모든 딸에게 그 마음이 전해지길 바랐다"고 소감을 덧붙여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였다. '세자매'를 한 세 배우 모두 같은 마음이었기에 나온 눈물이었다.

유아인 "저는 여전히 여러분들에게 사용당할 준비가 돼있다!"

어쩌면 '청룡영화상'의 진정한 의미 유아인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유아인은 남우주연상을 시상하기 위해 배우 한예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유아인은 한예리가 출연한 영화 '미나리'에 대해 "가장 소중하지만 일상 속에서 많이 잊게 되는, 망각하게 되는 사랑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소중하고 특별한 영화였던 것 같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지난해 유아인은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었다. 한예리는 다시 이자리에 선 소감을 물었고, 유아인은 큰 소리로 "저는 여전히 여러분들에게 사용당할 준비가 되어있다. 마음껏 가져다 써달라. 감사하다"라고 외쳤다.

장기화 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여파로 어느 떄보다 힘들었던 영화계였다. 하지만 '청룡영화상'은 그 때에도 이어진 한국 영화와, 한국영화를 사랑해준 관객들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이하 '제42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 '제42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 신인남우상 : 정재광 (낫아웃)

◦ 신인여우상 : 공승연 (혼자 사는 사람들)

◦ 신인감독상 : 박지완 (내가 죽던 날) 

◦ 최다관객상 : 모가디슈

◦ 청정원 단편영화상 : 최민영 감독 (오토바이와 햄버거)

◦ 청정원 인기스타상 : 구교환, 송중기, 전여빈, 임윤아

◦ 여우조연상 : 김선영 (세자매)

◦ 남우조연상 : 허준호 (모가디슈)

◦ 감독상 : 류승완 (모가디슈)

◦ 남우주연상 : 설경구 (자산어보)

◦ 여우주연상 : 문소리 (세자매)

◦ 최우수작품상 : 모가디슈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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