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정이서 인터뷰 / 사진: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정이서가 '마인'으로 대표작을 새로 썼다. 내로라 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신예답지 않은 존재감을 떨치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영화 '기생충' 속 피자가게 사장으로 출연했던 그는 이후 드라마 '구미호뎐',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조제'에 이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마인'으로 쉴틈 없이 활동했다. 조연이지만 점점 분량이 늘어났고, 차기작을 결정할수록 더 큰 작품을 만나게 됐다.
'마인'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이제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과 글로벌 OTT 서비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대중을 찾는다. 두 작품 모두 촬영을 마쳤다는 정이서와 '마인' 종영 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민트스튜디오에서 만났다.
Q. '마인'으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종영 소감도 남다를 것 같은데?지난주까지는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4개월 반 정도 촬영을 하다보니 끝났다는 실감이 안 들었는데, 마지막 방송 보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섭섭하고 서운한 느낌이 들었어요.
Q. 마지막회에서 효원가에 사모님으로 입성한 김유연의 애티튜드가 확 바뀌더라.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유연이의 마인은 수혁이었기 때문에, 작은 사모님이 됐고, 또 다른 메이드가 수혁이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냈을 때 무의식적으로 유연이는 수혁을 지키려고 했던 거죠.
Q. 극 초반 현대판 신데렐라인가 싶었던 김유연은 단순히 클리셰로 소비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김유연을 어떤 인물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나.감독님이랑 작가님께서 기존의 캔디 역할에서 벗어나서 조금 더 당당하고 당차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불쌍해 보이거나 처연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죠.
Q. 대선배들 사이에서 연기해야 했는데, 대본리딩 현장은 어땠는지 궁금하다.첫 대본 리딩 때는 정말 너무 떨렸어요.(웃음) 그런데 옆옆에 '하준'이로 나온 현준이가 있었어요. '기생충' 때도 같이 나왔었거든요. 영화에서 붙는 신은 없었는데 그래도 리딩 때 만났기도 하고, 같은 작품을 했다는 동질감이 있어서 너무 든든했죠.
Q. 박원순 선생님에게 뺨을 맞는 신이 인상 깊었다. 이렇게 맞는 신은 처음 해봤을 것 같은데, 비하인드가 있나.저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 게 선생님께서 워낙 노하우가 있으시더라고요. 아파 보이지만 안 아프게 때리는 방법으로 때려주셨어요. 뺨을 맞으면 아팠을 텐데, 머리를 밀듯이 해주셔서 서로 합을 많이 맞추면서 했죠.
Q. 차학연과의 로맨스 호흡은 어땠는지? 또 몽환적인 로맨스 신에 대한 자평을 하자면?
차학연 배우와는 촬영 전에 감독님과 셋이 그룹 리딩을 하면서 얘기를 많이 나누고 촬영에 들어간 상황이었어요. 서로 의지가 많이 됐죠. 구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잡자 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키스신에서는 둘 다 아름답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이 됐죠. 밤 2시에 촬영을 시작해서 해뜨기 전까지는 무조건 찍어야 했던 상황이었어요. 그림은 잘 나왔으면 좋겠고, 계속 맞춰보고 합을 여러 번 맞췄던 것 같아요. 게다가 물가여서 개구리 소리 때문에 NG도 꽤나 나왔죠. 촬영 감독님도 예쁘게 찍으려고 노력을 많이 해주셨어요.
Q. 웹드라마 '마이 엑스 다이어리' 속 보나와 '마인' 김유연의 로맨스는 갭이 크다. 두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이었는지, 실제 정이서는 어떤 캐릭터에 가깝나.아무래도 '마이 엑스 다이어리'는 정말 현실적인 연애담이었잖아요.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요. '마인'은 판타지 같은 느낌이 강했어요. 메이드라는 직업을 제가 체험해보지도 못했고, 재벌가 도련님이 어떤지도 몰라서 그런 점을 이해하려고 했죠. 두 캐릭터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었어요.
실제 저와는 '마이 엑스 다이어리' 속 보나가 닮은 것 같아요. 현실적인 부분들에서요. 연애 스타일은.. 연애 세포가 다 죽었어요.(웃음)
Q. 배우의 꿈을 키우게 된 계기가 있나.사실 어릴 적에 미국에서 잠깐 살았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극장 가서 영화 보는 걸 취미로 들였거든요. 그때가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학생 무렵인데, '각설탕'이라는 영화를 처음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게 제가 처음 본 한국 영화였거든요. 그때 영화의 힘을 알게 됐고, 배우를 꿈꾸게 된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워낙 차분하고 조용조용해서 '저 배우가 꿈이에요'라고 말을 못 했어요. 부모님에게도 '연기를 해보고 싶다' 정도로만 얘기하고, 스무살 때 제대로 연기를 해야겠다고 해서 그때 입시 학원에 들어갔죠.
Q. 예술 크루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고?저희 아빠께서 미술을 하셔서 저도 고등학생 때까지는 미술을 했어요. 그때는 꿈이 배우였기 때문에 미술을 전공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릴 땐 미술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게 있었는데, 커가면서 미술이던 연기던 다 연결된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어요. '그게 다 별개가 아니구나, 하나로 연결이 되는구나'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니까 미술도 좋아지고, 영상 작업 같은 것에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나만의 작업실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재밌는 작품과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Q. 해보고 싶은 장르나 작품도 많을 것 같다.'보이스3'에서 잠깐 나오긴 했지만, 장르물도 계속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또, 제가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그런 현실적인 연애물도 다시 해보고 싶어요.
Q. 박찬욱 감독 신작 '헤어질 결심',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대중을 만날 채비 중이다. 차기작 소식이 또 있나?이제 찾아야 해요.(웃음) '헤어질 결심'과 '지금 우리 학교는'은 촬영이 다 끝난 상태거든요.
Q. 잠시나마 휴식기를 갖게 됐다. 사람 정이서의 근황은 어떤가.요즘 집에서 아주 여유롭게 배짱이처럼 살고 있어요. 올해는 계속 쉬지를 못했거든요. 집에서 노래도 듣고, 영화도 보면서 지내고 있죠. 집에 너무 오래 있다 보면 머리 아파하는 스타일이라 카페라도 가서 멍을 때리거나 해요.(웃음) 집에 혼자 있을 때 말고는 친구들이랑 전시도 보러 다니고 그런 편이에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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