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터뷰] '여고괴담6' 김서형 "'독보적'이라는 칭찬? 제 노력의 결과 같아요"
기사입력 : 2021.06.26 오전 12:10
김서형, 화상 인터뷰 / 사진: kth 제공

김서형, 화상 인터뷰 / 사진: kth 제공


김서형이 공포 장르에서도 한계 없는 연기력을 펼쳤다. 공포 영화는 못 보지만, 공포 장르는 소화한 김서형을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이하 '여고괴담6') 개봉 후 화상으로 마주했다.

'여고괴담6'는 기억을 잃은 채 모교로 돌아온 교감 선생님 '은희'가 학교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학생 '하영'과 함께 특정한 장소에 얽힌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며 겪는 기이한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김서형은 기억을 잃은 채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하게 된 '은희' 역을 맡았다.

Q. 오랜만에 부활한 '여고괴담' 시리즈에 참여한 소감이 어떤가.

'여고괴담'을 제의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어요. 연락이 왔을 때 의아하면서도 좋았죠. '여고괴담'의 여섯 번째 이야기라는 얘기를 듣고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어요. 제가 무서운 영화를 못보다 보니까 내용의 흐름은 다 알지 못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편하기도 했어요. '여고괴담' 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모교'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죠. 게다가 '여고괴담'에 두 번 이상 출연한 배우가 저밖에 없는 거로 알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Q. 감정선도 복잡하고, 환각을 보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 많았던 '은희'다. 그런 은희를 표현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저도 과거의 은희와 '송재연'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헷갈렸어요. 저도 재연이가 은희의 친구로 나오는 건지, 아니면 제 기억의 망상, 트라우마를 겪는 입장에서 어떤 존재를 부여하고 싶었던 건지. 저는 피해자로서 만들어낸 상상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은 감독님과 얘기를 해가면서 바뀐 부분도 있어요.

영화가 편집되면서 그런 부분이 빠져서 다들 어려워하고 복잡하다, 헷갈린다 하시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은희가 모교로 돌아올 때 기억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잃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찬찬히 생각해 보면 은희가 정말 기억을 잃었을까 하는 지점들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못 보신 것 같아요. 저는 어렵게 생각하고 연기하지는 않았어요.

Q. 편집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신이었나.

시작점에서 은희가 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올 때, 트렁크에서 남자 목소리와 함께 쿵쿵쿵 하는 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중간에 제가 옛날 가해자들을 넣은 트렁크를 들고 모교 화장실로 들어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빠졌더라고요. 부천영화제 때는 그 장면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빠진 것 같아요. 그런 것 때문에 단순한 설명들이 없어서 오히려 중후반 은희 이야기를 할 때 '(뭘 말하려는지) 알겠으나 뭐지?' 하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Q. 공포 영화나 잔인한 신을 못 보신다고. 게다가 몸을 쓰는 신도 꽤나 있었는데, 촬영할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야외에서 과거의 은희가 차에 부딪혀서 쓰러지는 장면이 있어요. 매트를 깔기는 했는데 머리가 많이 아프더라고요. 또, 박연묵 선생과 몸싸움할 때 머리를 바닥에 많이 부딪혀서 순간 뇌진탕이 왔던 거로 기억해요. 몸싸움도 물론 힘들었지만, 화장실에 가해자인 남자의 목을 두고 앉아 있는 장면에서 정말 많이 힘들었죠.

Q. 학생 역인 배우들과 부딪히는 신이 많았다. 공포영화였지만 촬영 현장은 밝았을 것 같은데.

제가 의외로 학생들과 부딪히는 장면이 있는 듯 없더라고요. 그래도 현수랑 가장 많이 함께했는데 현수가 밝은 듯하면서도 말수가 별로 없었어요. 촬영한 지 2년이 지나서 현수를 보니까 이제는 말도 많아졌더라고요. 현장이 화기애애했던 건 맞아요. 아이들끼리 너무 잘 지내고 잘 찍었던 거로 기억이 나요.

제 촬영이 없어도 아이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현장에 가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저를 어려워할까 봐 말도 많이 걸어줬고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그래서 저는 연기가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지, 선배의 모습을 후배들이 봐야 서로서로 나아지는 지점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현장에서는 제가 선배라는 생각보다 동료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Q. 김현수 배우가 김서형 배우의 아우라에 압도됐다고 했는데, 반대로 김서형 배우는 김현수 배우를 어떻게 느꼈나.

현수가 촬영 들어오기 전에 'SKY캐슬'을 봤다고 해서 (저를) 더 어렵게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몇 개월을 연기하더라도 그 배우를 다 알지는 못하고 헤어지잖아요. 현수는 저와의 대면 신에서도 살뜰히 준비해왔고, 또 흐트러짐 없는 자세가 분명히 있었어요. 그런 점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또 몸싸움을 하고 현수를 부둥켜안고 우는 신에서는 현수가 저를 의지하고 믿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죠.

Q. 김서형 배우를 스타 반열에 올린 'SKY캐슬'에 이어 '마인', '여고괴담6'까지, 매 작품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정서적으로 지치진 않나.

그동안 제가 소위 은유적으로 보이는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작품을 하면서도 스스로 벅찰 때가 있죠.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게 배우로서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매 작품 할 때마다 그런 걸 털어내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가는 것 같아요.

Q. '센 캐릭터 전문'이라는 수식어도 있던데?

그건 맞죠. 제가 10년 전부터 센 캐릭터를 해오면서 느낀 건, '캐릭터 스스로가 세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제일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세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입으로 말하긴 뭐 하지만 '독보적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고, 그런 이미지를 쌓아온 것 같아요. 만족이라기보다는 저 나름대로 인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감사한 수식어가 됐죠. 수식어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제가 노력하고 성실했던 결과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센 캐릭터를 저에게 주시다 보니 매번 뭔가라도 조금씩 달라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긴 하죠.

Q. 최근 '마인'으로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고, 드라마 방영 중 '여고괴담6'까지 개봉을 하게 됐다. 다방면에서 대중을 만나고 있는 소감은 어떤가.

늘 인기 실감은 주변 분들이 얘기를 해주셔서 알게 돼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저는 제가 할 일을 늘 할 뿐이에요.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죠.

'여고괴담6'는 'SKY캐슬' 끝나고 바로 선택한 작품이었어요. 개인적으로 'SKY캐슬'을 끝내고 헛헛함이 컸거든요. 연기에 대한 아쉬움, 뭔가를 다 꺼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스스로 있었어요. 그래서 '여고괴담6'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심리적으로 쉼 없이 한 번에 끌고 가는 역할에 매력을 느꼈어요. 과감하게 몸으로든 뭐든 다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한 번은 푹 주저앉아서 다음 작품을 만나기 위해 털어내야 할 저만의 뭔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감정선 하나로 쭉 뻗어 나가는 부분에서는 속이 시원했어요. 그때 제 감정을 제가 알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라는 게 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다 보니 저만 즐거울 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는 조금 마음이 쓰립니다.

Q. '마인'에서는 짧은 멜로도 보여줬다. 앞으로 센 캐릭터 말고 해보고 싶은 장르나 배역이 있다면?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배우라는 이름 앞에 뭐든 가릴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임팩트 있고 힘을 실어주는 에너지가 과하게 들어가는 캐릭터가 많이 들어와요. 하지만 피할 바에는 잘 버무려서 보여드려야겠다는 게 제 입장에서는 당분간의 숙명일 것 같아요. 밀어내기보다는 받아들이는 방법 중에 하나인 거죠.

이번에 '마인'에서 멜로를 해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쉬운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로맨스가 해보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시나리오가 왔을 때 공포라 하더라도 서사가 좋으면 물불 안 가리고 할 것 같아요. 아직 안 해본 게 많아서 체력이 될 때 더 많은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죠.

Q. 여성 팬들이 많으신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 포인트, 혹은 대중에게 더 보여주고 싶은 사람 김서형의 매력이 있다면?

대중분들이 제 캐릭터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제 모습보다는 작가님께서 써주신 대사, 캐릭터의 서사와 감독님의 연출과,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이 예쁜 모습을 담아주셔서 복합적으로 되어서 좋을 소리를 듣는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성공한 커리어 우먼 역을 많이 해서, 사회에 발을 들여야 하는 분들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조금은 완벽해야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캐릭터 서사를 잘 표현하기 위해 메이크업, 의상을 통틀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그런 모습을 버리고 싶지 않고, 하나라도 반듯하게 보여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있어요.

저는 단순한 사람이에요. 유쾌하기도 하고요. 더 보여드리고 싶은 매력이 있다면, 제가 예능에서 보여드린 그런 모습을 작품에서 보여드리고 싶다는 거죠. 워낙 '세다 세다'해주셔서 예능 하러 갈 때도 연기만큼, 쓰러질 만큼 열심히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더 잘 보여주고 와야겠다는 생각인 거죠. 그렇다고 꼭 코미디로 연결된다기보다는, 제 그런 면면을 작품에서 만나면 시너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매사에 에너제틱하신 것 같은데, 체력관리 비법이 있나?

필라테스를 오래 해서 촬영이 없는 날에는 필라테스를 해요. 그걸 못할 때는 집 앞에서 산책을 하기도 하고요. 6km씩 걷고는 하죠. 저도 연기하면서 쓰러질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제 몸을 불태워서라도 현장에서 쓰러져야겠다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Q. '여고괴담6'는 공포 장르이면서도 굵직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이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시면 좋겠는지?

'여고괴담'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단순히 공포영화라고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께는 시원한 한방이 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제 생각에는 공포에는 다양한 맥락이 있는 것 같아요. 은희라는 인물의 과거와, 현재에도 변하지 않는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는 설정들이 무거운 이야기잖아요. 어찌 보면 변하지 않은, 변하지 않을 수 있는 이야기인데,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들여다보시면 은희의 마음이기 이전에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 작품이 '공포'라기보다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라고 처음부터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Q. '여고괴담6'가 배우 김서형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제가 출연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감정선 하나 놓치지 않고, 어렵지 않게 왔던 기억밖에 없는 작품이에요. 그 두 달이 정말 속 시원했죠. 제 자신뿐만 아니라 몸 털끝 하나까지 다 버리고 임한 작품이에요. 이후에 '아무도 모른다'와 '마인'까지 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제 연기의 폭이 매년 조금씩 달라지고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모교'의 은희를 만나고 그렇게 된 것 같아서 의미가 있죠.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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