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화상 인터뷰 / 사진: 씨제스 제공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김명민이 '연기본좌'임을 똑똑히 입증했다. 그가 출연한 '로스쿨'은 교내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에 연루된 검사 출신 교수, 그리고 로스쿨 학생들이 사건 뒤에 숨겨진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로스쿨' 스틸 / 사진: JTBC 스튜디오, 스튜디오 피닉스, 공감동하우스 제공
Q. '로스쿨' 속 양종훈 검사는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를 떠올리게 한다. 비슷한 캐릭터이지만, 양종훈만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있나.'로스쿨' 대본을 보니 (두 캐릭터가) 너무 비슷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여쭤봤더니 일부러 그렇게 쓰셨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10년이 지난 그 작품의 김명민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 '요즘 세대분들은 그걸 접하지 못해서 그분들에게 그런 김명민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게 감독님의 의견이었어요. 그렇다고 해도 똑같이 할 수는 없어서 양종훈의 맛을 되살리되, 강마에의 기시감을 극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도 말투나 어미에서 나오는 부분들이 쓰여진 대본대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슷해진 부분도 있지만요.
저도 김석윤 감독님과 '조선명탐정' 시리즈로만 봤는데, (법정물을 하면) 어떻게 나올지 저도 궁금했어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고, '명탐정' 시리즈 때는 어떻게 하면 개그스럽게 할까를 고민하는 현장이었거든요. 드라마로 만나면 어떨까 하는 기대치가 있었는데 예상만큼 너무나도 좋았죠.
아쉬웠던 건, 이번 현장에서는 서로 뭔가를 많이 나누지 못했어요. 원래 김석윤 감독의 외적으로 사담이라던가 살을 부대끼고 꽁냥꽁냥 하는 것들이 있는, 그런 가족 같은 현장이었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해서 한이 맺혔죠. 법정물이다 보니 제 대사 외우고 제 것 하기에 급급했고, 실수 안 하려고 하다 보니까 쉬는 시간에도 사적인 얘기를 나누지 못한 부분이 아쉽고 서운해요.
김석윤 감독님은 정말로 배우들을 철저히 배려해주시는 분이세요. 배우가 편안한 게 작품이 잘 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시거든요. 정말 최고의 감독이죠.
정은이 누나는 극 중 제가 유일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에요. 양종훈의 모든 과거를 다 알고 있는 사람인데, 실제로 이정은이라는 사람이 그래요. 술자리에서 제 과거를 다 얘기하게끔 만드는 그런 마력이 있다고 할까요. 처음부터 누나라고 불렀고, 스스럼없이 저에게 배즙과 석류즙같이 몸에 좋은 보양식들을 챙겨주셔서 더욱 친누나처럼 가까워졌어요. 그러다보니까 오래 작품을 함께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할까요? 그런 베이스가 깔려있어서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도 동화돼서 가족같은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로스쿨즈 배우들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대체할 수 없는 배우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살아 숨 쉬는 이야기인 것 같고, 후배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워낙 알아서들 잘 하니까 제가 조언을 한다든가 하는 그런 게 필요 없었던 것 같아요. 고윤정 배우나 혜영이 같은 경우는 중요한 장면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냐는 것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긴 했어요. 다들 워낙 자기 몫의 200%를 해줬기 때문에 조언이 필요 없었어요.
츤데레 매력 같아요. 극 중에서 제가 겪은 트라우마가 있잖아요. 법조인으로서 소신을 갖고 있었는데 '법이 정의로운가'에 대한 명제에 고민하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의로운 법조인이 되어야 한다는 걸 강하게 심어주기 위해 더 세게, 내색하지 않고 독설가 교수 면모를 보여드린 서고요. 내면에는 제자에 대한 걱정도 많고, 누구보다 제자를 생각하는데 그런 게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살짝씩 맛보기로 드러날 때마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나 싶어요.
작품이 너무너무 어려웠어요. 요새처럼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진지하게 하나하나 파헤쳐가면서 (작품을) 봐줄 수 있는 분들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고요. 제가 하기에는 버거운 작품이었어요. 감독님이 작품을 하신다고 하기 전에 제가 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대본을 보고 제가 역으로 '이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감독님은 김석윤 감독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죠.
일반적인 캐릭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한 페이지 정도 분량의 대사를 똑같이 외워야 하니까 평소보다 10배 이상 시간이 걸려요. 또 잠깐 딴짓하고 나면 까먹거든요. 항상 잠꼬대하듯이 외워야 했어요. 옆구리 찌르면 나올 정도로요. 법적인 용어는 이해 없이는 외울 수가 없더라고요, 사전 찾아보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면 판례도 찾아보고, 비로소 이해가 됐을 때 표현할 수 있었죠. 노력이 몇 배가 들어서 힘들도 괴롭기도 했어요.
다 어려웠어요. 그 순간에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하는 것 같아요. 어떤 방법이 있다는 건 아니고, 될 때까지, 제가 만족스러운 연기를 하기란 제 평생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이걸 어떤 식으로 전달이 되어야겠다. 저는 배우고 그런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그것에 중점을 두고 하고 있어요.
Q. 시즌2를 염원하는 팬들이 많다. 가능성이 있나? 팬들이 이렇게 다음 시즌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 것 같나.
제 생각에 시청자분들이 이런 드라마에 목말라 하셨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초반에 기우였던 것이 다행히도 좋은 결과로 나왔는데, OTT라는 새로운 문화가 저희에게 빨리 왔어요. 자극적이고 편향된 장르물들이 많이 나오는 이 시점에, 이런 진정성과 전통성이 있는 드라마라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쉽게 나오지 못하는 장르물인 만큼 시청자들이 더 반가워해 주시는 것 아닐까요.
시청률은 항상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촬영에 임하면서 항상 '남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현장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철지부심하면서 나름의 격려를 하자는 사고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성취감이나, 과정에서 오는 걸 더 중시하는 편이에요. 시청률이 조금만 더 오르길 바란 건 사실인데 제 마음같이 되지는 않더라고요.(웃음) 넷플릭스와 동시에 방송을 하면서 아예 16회 몰아보겠다고 기다리신 분들도 계신 것 같아서 뿌듯하죠.
벼랑 끝에 홀로 서 있는 것 같고, 누구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 그런 것들이 꿈속에서도 몇 번 나왔어요. 결국에는 저로부터 시작되고 힘든 것이기 때문에 해결책도 제 안에 있어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다른 작품을 하며 저를 채찍질하고,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저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어요. 발전할 부분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슬럼프는 꾸준히 있는 것 같아요.
Q. 이번 작품도 3년 만의 복귀작이었다. 차기작 소식이 있나?
시간을 두고 차기작을 고르려고요. 한 작품을 해볼까 했는데 김 감독님과 얘기하던 중에 '(차기작을 하는 게) 성급한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셔서 갑자기 이미지를 확 바꾸는 것보다 조금 더 여운을 주고,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요.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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