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구혜선이 지난2일 '숨4'를 발매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 사진 : MIMI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재는 ‘숨4’ 앨범에 담긴 'fly again'이죠. 다시 날고 있어서요. 다시 비행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로."
아티스트 구혜선에게 현재를 표현한 한 곡을 묻는 질문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구혜선은 글, 그림, 음악, 그리고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2일에 발매한 피아노 뉴에이지 앨범 '숨4'는 기존에 작곡했던 가요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해석한 곡이다. 구혜선은 이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Q. '숨4'는 기존 작곡하여 발매했던 가요곡들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해석한 앨범입니다.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해석하면서 가장 고민하셨던 지점이 어떤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기존 가요곡들을 발매하기 전에 원래 뉴에이지 음악으로 작업했던 곡들이었기 때문에 원래에 상태로 되돌아가 현재의 제 감성을 표현하고 싶었는데요. 그렇다고 하여도 기존 곡과 멜로디가 같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 조금은 다르게 뉴에이지화 될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일지 최인영 음악감독님이 연구를 많이 해주셨어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해석되면 악기의 소리가 의미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어떤 악기를 메인으로 할 것인지 고민했어요. 저는 피아노가 중심이 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나 이번 앨범은 아무래도 피아노의 소리가 메인이 될 수가 없어서 이런 부분에 있어 타악기에 대해 고민한 것 같아요.
Q. 과거 '숨3' 발매 당시 인터뷰에서 10년만에 다시 가게 된 대학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셨습니다. '숨4'를 계획하고 작업하셨을 때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반려견이 시한부 판정을 받아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느꼈어요. 시간에 쫓겨 감정을 몰아붙이게 되니 어쩌면 감정이 격해질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생각을 바꿔 '나는 미래에서 왔다. 너를 만나기 위해 왔다.로 마음을 가라앉혔어요. 그러니 잔잔하게 영감이 왔어요.
Q. '행복했을까'는 특히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생각하면서 만드신 곡이라고 하셨는데요. 구혜선 씨가 '숨4', 그리고 '행복했을까'를 들을 때의 느낌도 궁금해집니다.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고 반려견을 향해 질문을 많이 했어요. “너는 나와 살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너는 행복했을까.“를요. 그래서 반려견이 행복해하던 순간들을 떠올렸는데요. 아가가 목욕하고 개껌을 씹다가 잠든 장면들. 만져주니 좋아하다 잠든 장면들 처럼 잠들어 있는 장면이 계속해서 생각났어요. 지금도 잘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음악을 들으니 편안해졌어요.
Q. 최인영 프로듀서와의 협업을 통해 발매된 앨범입니다. 앞선 인터뷰에서 최인영 프로듀서가 녹음 전 요리를 해준 에피소드를 공개하셨는데요, 두 분의 의리가 이어진 이번 작업에서의 에피소드는 없었는지요.
이번 작업은 모두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새벽에 작업한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 서로서로 즉각 답변을 주고받는 상황이 재밌었어요. 역시 우리는 이 시간에 안 자는구나. 참 예민한 사람들이라며 덕담을 주고받았고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작업하는 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어서 현시대 맞춤형 직업군이라며 서로를 위로했죠.
Q. '숨4'를 통해 대중에게 이야기 하고 싶으셨던 지점이 있으실까요.
제 세계에 잠시 놀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삶과 죽음의 경계가 화해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하여서 다양한 분들이 방문하여도 잘 쉬다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수미산장'에서 '꽃보다 남자'의 언급에 "실패를 계속하다보니, 실패도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다"고 하신 구혜선씨의 말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통찰하며, 그 속에서 당당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처음 실패는 큰 좌절을 겪게 해요. 그런데 계속하여 실패하다 보면 실패가 대수롭지 않아져요. 그로써 절망은 사라졌고 기대하지 않으니 되려 희망만 피어나길래 실패가 참 성공적이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뭘 시도해도 잃을 게 없고 두렵지 않고 괜찮았어요. 반대로 성공이 계속되면 지킬게 많아져서 두렵거든요. 인생은 공평한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전시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공개됐습니다. 그림, 글, 음악, 영상 등 다양한 문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계신데요. 전시에서 하게 될 이야기는 무엇인지 살짝 공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동안 발매했던 제가 만든 뉴에이지 연주음악 영상을 전시하는데요. 제 음악에는 가사가 없어서 여기에 제가 좋아하는 서태지 님의 가사를 활자화하여 설치하면 이색적인 융합 전시가 되지 않을까. 기대감으로 기획했어요. 관객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Q. 구혜선씨의 인터뷰를 쓰면서, 개인적으로 배우라고 한정되기엔 너무 좁고, 뮤지션, 감독, 아티스트 등 다양한 타이틀을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인터뷰를 쓴다면 어떤 타이틀로 쓰고 싶으신가요. 이유도 덧붙여 여쭤봅니다.
쑥스럽지만…이제는 예술가 즉 아티스트였으면 해요.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답이 없는 삶의 시간들을 표현하는 것을 지향하고 또 해나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여서 <예술>은 그런 의미로써 의미가 있다고 봐요.
Q. '수미산장'에서 현재 연애 중이라고 밝히시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현재의 사랑을 통해 변화하게 된 지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의 사랑으로 변화한 것은 인내를 배우고 있어요. 내 감정을 잘 다스리고 있고 바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변화된 부분인 것 같아요. 사랑하는 상대의 언어와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요.
Q. 최근 '사랑의 콜센타'에 출연해서 '희망사항'으로 100점을 받기도 하셨는데요.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하고요. 정동원씨와 함께한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의 호흡은 어떠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무대공포증이 너무 심해서 정말 두려운 시간이었어요. 혼자 희망사항을 부를 때는 중간에 멈추고 싶었어요. 입이 바짝 말라서 목소리가 잘 안 나왔거든요. 방송에서는 1절만 나오고 2절은 통으로 편집되었는데 이유는 제가 거의 울다시피 했거든요. 살려주세요. 하는 표정으로요. 제작진분들이 그 부분을 편집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사실 이런 무대 트라우마를 고치려고 연습도 노력도 많이 해봤고 완화제도 복용해봤지만. 결국 시간이 더 필요한 문제 같아요. 100점이 나왔을 때는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했어요ㅎㅎㅎ.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는 사실 정동원군이 혼자 다하고 저는 추임새만 넣은거라 그 친구에게 많이 고마웠죠.
Q. 구혜선씨의 최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친구에게 말했는데 친구가 직접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 제게 주면서 그 사람에게 선물하라고 했을 때예요. 그 친구를 보는데 소녀같이 순수해서 참 행복했어요. 저는 그 친구가 시키는 대로 했고요.(웃음)
Q. '숨'같은 음악을 선보인 구혜선 씨의 현재를 한 곡으로 표현하자면, 어떤 곡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이유도 함께 궁금합니다.
현재는 ‘숨4’ 앨범에 담긴 'fly again'이죠. 다시 날고 있어서요. 다시 비행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로.
글 에디터 조명현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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